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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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사회학. 책 이름 자체가 독특하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사회학을 전공한 내 입장에서 볼 때는 괴짜사회학이라기보다 정통사회학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아마도 이와 같은 이름을 붙인 이유는 본 내용이 사회과학방법론 중의 하나인, 아니 사회과학방법론의 주류를 이루는 통계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 책 내용 중에도 나오는 것처럼 어떤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설문지를 개발하고, 설문지를 통해 다수의 사람을 조사한 다음, SPSS나 SAS 와 같은 통계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현상을 분석하는 방식 말이다. 특히 심리학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활용되기에 이 책처럼 학자가 실제 사회 속으로 들어가 그들처럼 행동하고 생활하면서 분석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민속학자나 인류학자가 아닌 다음에는 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통계방식은 사람의, 상황의 일정적인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요긴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어떤 내용이든 통계라는 절차를 거치면서 사소한 내용들은 생략되고, 삭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통계적인 방법보다 직접 특정상황에 뛰어들어 이를 관찰하면서 특정 현상을 분석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하다 못해 디자인,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과거와는 달리 소비자들 속에 들어가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

물론 나는 아직 이런 방식에는 익숙하지 않다. 학교에서 주로 배운 것이 통계적인 방법이고, 학위논문도 척도를 만드는 것이었고, 게다가 첫 직장도 사회통계방식을 활용해 시장을 이해하는 시장조사회사인데다가 지금도 내 수익의 일부가 이런 업무를 통해 얻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무척 재미있다. 방법론이 무엇이든지간에, 책에 담긴 내용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내용이든 일단 호기심을 자극하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사회학이건 아니건 간에 사람들이 평소 갖고 있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어 그런 것 같다. 사회과학방법론에 적합한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서 말이다.

저자는 우연히 시카고의 한 동네에 들어가게 되었고 거기서 대학교를 나온 갱단 소 두목을 알게 된다. 평소 같으면 무서워 가까이 접근도 할 수 없는 존재였지만 저자는 그의 어머니를 통해 갱단의 두목도 사람이고, 그 역시 하나의 직업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일반 직장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람에게 해로운 코카인을 팔고, 밑에 있는 직원들을 다루는 방식이 말보다는 주먹이 먼저 앞선다는 것뿐이다.

책을 읽어보면 갱단이란 조직에 대해 평소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인상을 갖게 된다. 하나는 갱단도 하나의 경제조직이기에 일반적인 기업에서 운영하는 조직 관리방식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 또 하나는 갱단조직에도 정이 있고, 우리가 생각지 못하는 일정한 룰이 있다는 것이다. 

조직 관리방식을 보면 그들 조직은 일반기업체처럼 최고경영자가 있고, 지역을 맡은 중간보스, 그 밑의 하급관리자, 그리고 실무자가 있다. 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상명 하달 식으로 지시가 내려가고, 밑에서 번 수익이 중간을 거치며 위로 올라간다. 일반기업체처럼 단합대회도 하고, 축구시합도 하고, 지역팀별로 체육대회도 한다. 당연히 모든 비용은 윗선에서 댄다. 일반기업체에서 직원들에게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들은 하부직원 중에 한 명이 체포되거나 구금되면 그의 가족을 정성껏 돌아준다. 이유는 그가 경찰에 자신의 조직에 대해 일러바치고 형을 감면받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저 의리가 있기에, 자신의 조직을 아끼기에 하는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부하직원의 복지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우리가 평소 하루를 보내는 직장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기업에서 직원복지를 신경 쓰는 것도 직원이 아프고 가족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기업에 손해가 오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책에 들어있는 내용은 통계적인 방법을 활용했을 때는 찾아낼 수 없는 내용들이다. 양적인 조사는 오로지 일정한 유형만을 찾는데 목적을 갖고 있기에 개별사례들의 특징을 보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무척 재미있다. 갱단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책을 보라. 이 책 한권이면 미국 시카고 지역에서 코카인을 판매하는 조직의 생리를 거의 90%이상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혹시 사회학도라면 조사방법론 차원에서 이 책을 보라. 사회학 연구 중에는 질적인 방법도 있고, 그런 방법을 사용하면 이와 같은 논문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학문의 목적은 특정 사례, 상황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자는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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