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록밴드를 결성하다>를 리뷰해주세요
아저씨, 록밴드를 결성하다 - 사는 재미를 잃어버린 아저씨들의 문화 대반란
이현.홍은미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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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에 나오는 광고 중에서 보다보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광고가 하나 있다. 내용은  아이가 학교에서 여행 아니면 소풍을 가는 것 같다. 아내와 함께 아이를 마중 나와 잘 가라고 한 뒤 아이가 떠나자 ‘와우~~’하면서 소리친다. 아이가 집에 없으니 신경 쓸 게 없어 좋다는 뜻 같다. 근데 조금 있으니 똑같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아내마저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잘 가라고 말하지만, 물론 표정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뒤로 돌아서는 순간 ‘오레~~~’하면서 소리친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당연히 나 같아도 그런 상황이라면 ‘오레~~’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집에 들어갈 때 맥주 몇 병 사고, 족발이라도 하나 산 다음 혼자 비디오 틀어놓고 신나게 먹지 않겠는가. 눈치 볼 사람도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남자나이 4050쯤 되면 짧으면 십년, 길면 이십 년 정도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중압감에, 또 가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 실제 했건 안했건 상관없이, 항상 뭔가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 맨 것 같은 마음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안 되는 기간이지만 가족 없이 혼자 지낸다는 건 해방과도 같은 마음 아니겠는가.

나이 40이면 예전 같으면 서서히 한 인생의 끝자락에 설 나이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60수명에서 40의 나이라면, 80수명에서 40이면 예전의 30대 초반 나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세상이 바라보는 눈과 자신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다. 젊은이들을 눈에는 나이든 사람 같지만 정신과 육체도 그들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그건 요즘 얘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겉모습만 나이가 들어 보일 뿐이다. 그것도 아주 조금.

그러다보니 요즘 시니어라는 단어가 갑자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도 봇물 터지듯이 나오는 것 같다. 시니어는 대개 4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정도의 사람을 말하는데,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자식도 독립하여 곁을 떠난 나이이기에 혼자의 삶, 정상적이라면 부부 두 사람만의 삶을 꾸려가야 할 나이다. 하지만 이 나이에 더 강한 욕망은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오래 전에 머릿속에서 지워버렸거나 바빠서 하기 못했던 일들을 다시 끄집어내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일은 취미삼아, 어떤 일은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또 어떤 일을 부업으로 삼기 위해서 말이다.

이 책은 이런 시니어들의 삶을 재미있게 정리했다. 저자들이 기자출신이라 그런지 가능하면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독자로 하여금 현실처럼 느낄 수 있게 썼다. 밴드를 다시 시작한 사람, 자전거를 타고 세상을 여행하는 사람, 섹스폰 하나 매고 거기서 자신만의 삶을 찾고자 하는 사람, 블로그에 미쳐 골프보다 블로그가 더 좋다고 소리치는 사람, 스쿠버 다이버로 다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사람 등이다. 게다가 예전에는 생각지 못한 중년들의 중후한, 요즘엔 이런 것을 댄디 스타일이라고 하던가?, 멋을 살릴 수 있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정리해 놨다. 특히 브런치 이야기는 내일이라도 당장 전문음식점을 찾아가 여유 팍팍 부리며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나도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이기에 마치 내 이야기를 보듯이 재미있게 봤다. 특히 블로그를 예찬하는 한 분의 이야기는 나보다 더 고수가 여기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일주일에 포스트 하나 쓰기도 버거운 나인데 그는 매일 한 장은 써야 블로그가 유지된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어쨌든 이 책을 통해서 나와 비슷한 동년배들의 멋진 삶을 바라볼 수 있었고, 그 순간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불을 지피게 되었다. 나이 4050이면 예전의 30대 중반이거늘 뭔들 못하겠는가.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은데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이 책에 나온 대로 살아가는 4050대의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또 이들은 지금과 같은 삶을 얼마나 더 오래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이유는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 대부분이, 내 생각에는 어느 정도 안정된 직업과 일거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4050. 분명히 예전과는 달리 풍요로움과 멋을 아는 세대이다. 부모세대를 답답하게 바라보며 좀 더 멋진 인생을 살아가기를 원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이, 나를 포함해서, 아는 멋은 스스로 찾아낸 멋이기보다는 사회가 제공한 멋들이었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지침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지는 몰라도. 이들이 아는 것은 산업선진화, 고도성장시대에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보상받는다는 것, 풍요로움과 화려함에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얻으려면 뭔가 해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이런 상황에서 살아온 우리나라의 4050들에게 이 책에 나온 것과 같은 서유럽의 휴양지에서나 생길 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얼마나 가슴에 와 닿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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