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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10, 인생이 달라지는 선택의 법칙
수지 웰치 지음, 배유정 옮김 / 북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좀 더 쉽게 결정할 순 없을까? 이 책의 첫 장 제목이다. 요즘은 하도 여러 가지를, 그것도 동시에 결정해야 하다 보니 이 제목만큼 가슴에 와 닿은 것도 없다. 하다못해 식당에 가서 샐러드 종류까지 선택을 해야 하고, 아이 간식거리 하나 사려고해도 매운 맛과 달콤한 맛 중에서 골라야 하는 상황 아닌가. 게다가 일은 또 왜 그리 한꺼번에 밀리는지, 이 사람에게 일 하나 부탁받으면 금방 또 다른 사람에게서 전혀 다른 일 이야기가 들어온다.
저자는 이런 상황의 원인을 세상이 너무 복잡해지고 빨리 돌아가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오랜 옛날, 해 뜨는 것을 보고 논으로 나가 자연이 시키는 대로 김매고 거름 주던 시절과는 너무나 판이한 상황이라 뭐 하나를 결정하려해도 이것저것 따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출장이야기를 한다. 돈 몇 푼 벌겠다고 하와이 강의를 갔는데 그때 자신도 모르게,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워킹 맘의 능력을 믿고 아이 둘을 함께 데려갔다고 한다. 하와이에서 강의시간은 얼마 안 되기에 그것만 후딱 해치우고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과 즐겁게 놀면 되지 않겠느냐는 단순한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세상일은 자신 뜻대로 되지 않는 법. 비행기에서 아이가 멀미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고 결국 저자는 파김치가 되어 쓰러지고 만다.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과 함께 고민하던 중에 번쩍하고 떠오른 생각이 있는데 좀 더 쉽고 편하게 매사를 결정할 방법이 없을까에 대한 해답이었다. 이 책의 주제인 10-10-10은 이렇게 탄생했다.
10-10-10. 10분 후의 삶, 10개월 후의 삶, 10년 후의 삶. 저자는 10-10-10을 이렇게 정의했지만 그녀의 의도는 기간을 이렇게 확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처음의 10는 지금 현재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간, 두 번째의 10는 조금 먼 미래의 시간이지만 지금의 결정이 분명하게 어떤 모습을 갖춰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간, 그리고 세 번째 10는 먼 미래이지만 현재의 결정이 여러 상황과 연결되어 미래의 내 모습에 분명히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기로 잡으면 된다고 한다.
사실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 저자의 말처럼,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는 시간이 있다면 바로 먼 미래의 시간이고 이것이 우리를 순간에 집착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지금 공부가 하기 싫어 다른 일을 하겠다고 뛰쳐나가면 십 년 이후에 나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올까? 회사에서 상관이 지시한 일을 하기 싫다는 이유 때문에 미적거리고 있다면 그 결과는? 아마도 이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앞에 놓인 일을 귀찮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다른 것들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데, 만약 십 년 후만을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지금 당장의 기쁨을 포기해야 하는, 완전히 미래만을 바라보며 사는 이상한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저자는 10-10-10의 의미는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것이지만, 먼 미래에도 분명히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함께 생각해 봐야 하는데 이때 지금과 먼 미래 사이를 연결시키는 중간의 10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결국 지금과 조금 먼 미래, 아주 먼 미래의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야지만 적절한 판단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와 닿은 이유는 이런 방식을 그 동안 사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도리어 그 동안 많은 것을 결정할 때마다 이것도 유사한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면 비전과 미션을 정하는 방법,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달성계획을 작성하는 기법, 그리고 내가 바라는 삶을 살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할 때 등 어디서든지 이와 유사한 방법을 활용했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방식이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동안 십년이란 기간을 목표로 놓고 계획을 세우거나 결정을 할 때마다 그 십년 후의 모습이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사람들이 하라고 하니까 십 년이란 세월을 생각했지 그게 과연 나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그 동안 내가 사용했던 방식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는지, 그게 실제로 어떻게 나에게 도움을 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아는 것은 아는 것뿐이지 그 내용이 실질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려면 지금처럼 가슴에 와 닿아야 하나보다.
10-10-10. 책에 나온 내용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으로, 특히 스티븐 코비의 책을 보면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된 내용이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부탁할 게 하나 있다면, 이 방식을 이미 안다고 짐작하고는 책을 덮지 말고 저자가 말하는 방식으로 자신 앞에 놓인 문제를 직접 풀어보기 바란다. 지금, 조금 먼 미래, 아주 먼 미래를 생각하며 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아는 것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