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 - 뒷골목 아티스트들이 이끄는 뉴욕의 예술경제학
엘리자베스 커리드 지음, 최지아 옮김 / 쌤앤파커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뉴욕하면 떠오르는 것은 브로드웨이와 끝없이 줄서있는 고층빌딩, 그리고 얼마 전에 비행기 충돌 때문에 무너진 무역센터다. 물론 횃불을 들고 있는 자연의 여신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이것들은 내가 뉴욕에 갔을 때, 두 번 정도 간 것 같은데, 본 것들이고 또 며칠 안 있어 싫증난 것들이다. 그저 딱딱하고, 화려하고, 요상한 것들이 계획 없이 엉킨 도시라고 할까. 어쨌든 내 생각에는 그리 좋은 곳은 아니라는 기억뿐이었다. 일단 물가가 비싸 오래 있지 못할 것 같았고, 어디를 가든지 바쁜 사람들 행렬 속에서 한가함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뉴욕이 잘 나가는 이유를 뉴욕에 사는 바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보고 할 일이 많아 돈 벌 수 있다는 착각으로 이곳으로 몰리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을 읽어보고는 내가 과거에 봤던 뉴욕은 겉으로만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뉴욕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라고 할까. 항공사진 찍듯이 전체적인 모습을 위에서만 바라본 느낌이랄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 간의 관계, 뉴욕이라는 도시의 실체를 느껴보지 못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 책에서 말하는 문화도시로서의 뉴욕을 상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잘 나가는 도시, 바쁜 도시, 증권거래의 중심지 정도의 지식만 갖고 뉴욕을 봤다. 문화, 예술 부분은 돈이 많은 도시이기에 그저 흥청거리는데 필요한 도구라는 생각만 갖고 있을 뿐이었고.

저자는 뉴욕이 왜 다른 도시에 비해 문화와 예술, 디자인의 중심지가 되었는지를 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미있게 표현했다. 물론 책 내용은 인터뷰한 부분만 따옴표로 만들어 이를 연결시킨 것이 아니고, 그 동안 문화와 예술, 인간네트워크에 대한 다양한 논문들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발견 물과 적절하게 연결시킨다. 그러다보니 책 내용 자체가 하나의 논문과 같은 짜임새를 보이면서도 딱딱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뉴욕이란 곳이 가진 힘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이 지역이 다른 지역과 다른 이유는 지역경제의 변화가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과거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번영했던 뉴욕이 오랜 경기 침체 속에서도 남달리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도시 전체가 자연스럽게 경제활동의 중심테마를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변화의 유연성이 어떻게 해서 다른 지역과는 다른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었느냐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뉴욕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전문성이라고 한다. 즉 이 지역의 특징 중 하나는 비전문적인 노동집약적인 사업은 버티기가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전문 인력에 대한 배려와 이들을 유인하기 위해 지원구조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손쉽게 일할 수 있는 기본 도시구조, 배송 망, 도시청소, 정리시스템, 그리고 보조원, 웨이터와 같은 사람들 덕분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관심을 끄는 내용은 이곳의 산업화 기회다. 나는 이 부분에서 많은 것을 생각해 봤는데 특히 요즘 한창 떠들고 있는 지자체의 자립화 활동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나름대로 원대한 포부를 세워 이를 달성하겠다고 고심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바로 이 부분이 빠져 있는 것 같다. 즉 이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이 지역에서 소비해 낼 수 있는 구조인가 하는 문제다. 뉴욕은, 저자에 의하면, 문화와 상품을 생산하는 지역이자 소비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성공은 바로 수익과 직결된다고 한다. 제 아무리 좋은 상품과 서비스라고 해도 이를 판매하기 어렵다면 누가 그것을 만들려고 하겠는가. 하지만 뉴욕은 그 자체가 거대한 소비시장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관심을 끈 것은 뉴욕만의 인적네트워크다. 즉 이곳에는 문화를 창조하고, 기획하고 가공하고 생산, 배송하는 모든 것이 집결되어 있기 때문에 동일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이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길거리에서, 술집에서, 나이트클럽에서도 자신이 필요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 연결된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고 있다 해도 그것을 활용할 사람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내용은 바로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화의 이유이기도 한 부분이다.

따라서 뉴욕의 가치는 기본적인 인적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창의성의 교환이며, 이와 같은 결과가 또 다시 인적네트워크를 더욱 키워주는 선순환고리이고, 이것이 바로 뉴욕만이 갖고 있는 소중한 가치이다. 이는 단순히 돈만으로는, 국가와 지자체의 계획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문화 사업에 관심 있다면, 그리고 혹시 지자체의 업무나 도시계획과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뉴욕이란 특정 도시에 대한 이야기지만 문화사업의 핵심을 정확히 집어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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