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기업열전 - 국내 최강 기업의 라이벌전 그리고 비하인드스토리
정혁준 지음 / 에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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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든 기업이든 혼자서 살아가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항상 뭔가에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안정과 평화가 좋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 역시 오늘과 다를 바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겠는가. 물고기를 잡아 이동할 때도 천적을 하나 어항에 집어넣어 가져가는 이유는 천적이 있음으로 해서 물고기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다. 결국 맞수가 있다는 것은 힘들게 사는 것 같지만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며 끊임없이 변신하게 도와주는 활력소이다. 이런 점에서 맞수대결만큼 흥미로운 것도 없다.

세계시장을 봐도 항상 맞수가 있다. 혼자서 잘난 척하며 살기보다 누군가와 경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크기 때문이다. 가장 맛이 없는 음식, 가장 서비스가 나쁜 매장. 이런 것들 대부분이 공산권에 있었다는 사실은 공개된 비밀 아닌가. 경쟁이 없으니 싫으면 안사면 되지 않겠느냐는 그들의 마음 상태가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보자. 콜라시장의 코카와 펩시, 피자시장의 피자헛과 도미노피자, 햄버거시장의 맥도널드와 버거킹, 한국으로 눈을 돌려도 롯데와 신세계, 삼성과 엘지, 현대와 기아(두 회사는 하나의 그룹이긴 하지만), KT와 SKT,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각개 분야에서 두 개 내지는 세 개 기업이 서로를 의식하며 싸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즐거운 것은 소비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제목, [맞수기업열전]은 독자의 흥미를 자아낼 충분한 이유가 있다. 어떻게보면 편집기획력의 승리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는 기업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이 앞서거니 뒷 서거니 하며 싸우는 모습이 재미있고, 또 다른 면에서는 서로의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질의 상품을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조금 기대에 어긋난 면이 있다. 평소 맞수대결, 그것도 기업전쟁이라면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서 상대방의 문제점을 공격한다든지, 동일한 시장 내에서 시간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 뭔가를 했다는 기록 같은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맞수대결과 같은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단순히 신문지상에서 읽을 수 있는 사소로운 몇 개의 내용을 나열한 것 이상의 정보를 찾아볼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삼성과 LG의 싸움에서 삼성의 이병철회장과 엘지의 구씨 집안이 사돈이라는 것,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자 엘지도 그 시장에 뛰었고, 그로 인해 두 집안은 원수가 되었다는 것, 하지만 엘지는 김대중 정부 시절,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자신의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게 다이다. 저자는 이 내용을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는지 제대로 이해를 못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얻은 게 없다. 그저 두 회사가 있었고... 그게 다인 것 같다.

편의점 시장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세계에서 편의점을 가장 먼저 한 곳이 있는데 그곳을 편의점이라 부른 이유는 당시 가게들보다 먼저, 그리고 오랫동안 문을 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국내 편의점은 일본계 편의점에 로얄티를 주고 가져온 것이 많은데 엘지, 즉 지금의 GS25는 그 돈이 아까워 자체 개발했다는 것, 편의점에서 막걸리가 많이 나가는데 이유는 일본인들이 많이 사 먹기 때문이라는 것, 언제부터인지 편의점에서 김밥이 잘 나가는데 싼 가격에 다양한 김밥제품이 공급되기 때문이라는 것, 한 업체가 편의점매출이 떨어져 알아보니 가맹점관리에서 문제가 있어 가맹점들과 대화시간을 늘려 사업을 정상으로 돌렸다는 것, 이게 다이다. 이 내용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책을 쓴다는 건 무척 힘들고 고된 작업이다. 언뜻 보기에는 별 것 아니지만 내용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하고, 문장을 고치기를 수십 번 반복해야 한다. 게다가 저자 혼자서 만족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다양한 시각의 사람들이 이리저리 재보면서 수없이 고치는 작업을 계속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써 놓은 책에서 얻을 게 별로 없다면.

맞수기업열전이란 제목으로 인해 한층 기대를 갖고 책을 열었지만 시장에서 맞수가 누군지 이외에는 특별히 얻은 것이 없는 책이다. 차라리 책에 집어넣을 회사를 줄이고 단 몇 개의 회사라도 그들이 맞수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경영이나 마케팅 전략 같은 것을 좀 더 전문적으로 써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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