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의 인문공부 - 세상을 뒤바꾼 통합지성의 발견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레오나르드 다 빈치. 왠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이름이다. 어떤 때는 철학자로, 어떤 때는 과학자로, 또 어떤 때는 화학자로 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깊이 각인된 인상은 ‘모나리자’를 그린 화가의 모습일 것이다. 눈썹을 그리지 않은 것인지, 원래 없는 것인지 아리송하게 만드는 한 여인의 그림. 미소를 짓는 것 같기고 하고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한 묘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다. 프랑스에 있는 세계적인 박물관, 루브르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그래서 사람들의 접근을 통제하기 위해 방탄유리 속에 들어 있는 그림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나리자가 왜 그런 느낌을 주는지는 잘 모른다. 책이나 우편엽서, 사진첩에서 자주 봤지만 실제 그림으로 본 적이 없어 비평가들이 하는 말을 듣고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면 모나리자의 모습이 왜 그런 느낌을 주는지 이해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완성하지 않은 채로 갖고 다니면서 계속 수정했던 그림. 모나리자의 존재가 실제 인물인지 다빈치 자신을 그린 것인지, 아니면 창녀의 모습인지를 떠나 그 그림이 가진 위대한 발견의 뒷모습을 상세하게 그려줬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주 꼼꼼하게 그 이유를 추적했고, 그 내용을 보면 일반사람들은 실행으로 옮기기 어려운, 아주 오랜 시간의 투자와 노력 때문이란 것을 많은 증거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내용을 통해  다빈치의 열정, 즉 그가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해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을 느끼게 된다.

모나리자의 모습에 담긴 비밀은 화가의 천재성은 당연하지만, 그보다 다빈치가 갖고 있던 빛에 대한 지식 덕분이다. 태양빛이 사람의 어떤 면에 도달하면 각도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의 명암은 어떻게 표현하면 되는지, 사람의 표정은 어떤 근육에 의해 움직이며, 이것이 평소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에 대한 정밀한 지식이다. 요즘 세상에서야 뇌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일이기에 우뇌와 좌뇌가 통제하는 부분이 다르고, 따라서 얼굴의 오른쪽 표정과 왼쪽 표정이 같지 않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뇌의 구조는 당연하고 그들의 기능조차 몰랐던 르네상스 시대에 이를 발견한 다빈치라는 인물은 너무나도 위대해 보였다. 아마도 그의 호기심, 세상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손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열망이 그를 미지의 세계로 이끈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다빈치에 대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는데 그 중에서도 두 가지 내용이 나에게 크게 와 닿았다.

우선 첫 번째는 그리는 사람이 아닌, 보는 사람의 시각을 인식했다는 점이다. 당시 르네상스 시대에는 자연 그대로를 묘사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기에 화가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 묘사하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다빈치는 자신의 눈 역시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내가 아닌 내 그림을 보는 사람의 눈을 의식했다. 남들에게 이 그림을 어떻게 보이고 싶으냐의 문제다. 그러다보니 보는 사람의 시각적인 원리를 알아야 했고, 그 지식을 그림에 그대로 반영했다. 내가 보는 것보다 남이 느끼길 원하는 것, 그리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지식도 마다하지 않은 그의 정신이다.

두 번째는 그의 관찰 능력이다. 수학의 ‘수’자도 모르는 사람이 물을 이용한 도구를 만들고, 다양한 물체의 운동역학을 알아야만 가능한 전쟁무기를 개발했다. 나에게 궁금했던 것은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그가 어떻게 그런 것을 이해할 수 있었고, 게다가 교육을 받았다 해도 당시 지식으로는 물체가 날라 가는 원리 자체를 모르던 시절이었으니 어떻게 그런 것들을 구상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해답은 다빈치는 자신의 궁금증을 남에게서 찾기보다 직접 실험했다는 것이다. 무기의 활공역학을 이해하기 위해 자루에 구멍을 뚫고 물을 넣어 물이 떨어지는 각도를 이해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하나의 지식을 한 곳에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나갔다.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되는 게 아니라 셋, 넷 이상의 결과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넘쳐나는 정보, 검색 한두 번이면 자신이 원하는 정보 이상을 얻을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다빈치의 사고방식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게 우스운 말이지만, 이 책을 보면 왜 우리가 거의 500년 전 사람보다 더 모르는 게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정보에 길들여져 있다는 점이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아니 주어진 것조차 버거워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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