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 차란의 위기경영
램 차란 지음, 김정수 옮김 / 살림Biz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불황. 오래전부터 심심하면 한 번씩 우리에게 다가와 과거의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린 경제문제다. 잘 나가던 세상이 갑자기 어둠이 닥치듯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고, 돈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상황으로, 어제만 해도 시끄럽던 장터가 파리만 날리고, 주문받기 바빳던 상인들이 매장에 앉아 창밖만 내다보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살아오면서 불황이란 말을 들어본 게 세 번인 것 같다(기억나는 것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오일쇼크’. 당시 기름 값이 천장 부지로 올라감으로 인해 기름을 원료로 하는 모든 상품가격이 올라갔고, 이러한 가격인상은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한창 경제성장 부르짖으며 기름 소비 면에서 세계 몇 째 안가는 나라인 우리나라에서는 난리가 났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 값이 오른다 하니 말이다. 그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모두가 세상 끝인 것처럼 난리를 쳤다. 일본만 조금 거들먹거리며 ‘우리는 괜찮아!’ 한 것 같고.

두 번째가 바로 IMF의 관리를 받았던 1990년대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외환이 바닥이 나서 IMF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뉴스에 나오더니 순식간에 구조조정이란 칼날이 수많은 기업체의 목을 쳐 버렸다. ‘대마불사’라고 큰소리치던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핵심기업들 중 많은 수가 외국기업으로 넘어갔고. 현재 국내은행 중에 토종은행이 거의 없는 것도 당시 외화만 가져올 수 있다면 심장이고 콩팥이고 다 주겠다는 고매한 관리들이 작정한 결과다. (당시 결정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는 먼 훗날 평가하겠지만)

그리고 지금이다. 생각지도 않은 요상한 투자기법이 세상의 자금흐름을 왜곡시켜 세상을 공포의 분위기로 몰고 갔다. 돈 없는 사람에게 돈 꿔주고 그것이 대박 터지는 사업이라고 큰소리치며 샴페인을 터트렸으니 이런 비정상적인 일이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혹자는 그것을 자본시장에서는 극히 상식적인 상황이라고 하기도 한다. 집이 필요한 사람이 있고, 꿔 줄 돈이 있고, 그것을 운영할만한 곳이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겠느냐는 논리다.

어쨌든 지금 상황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다. 석유문제는 특정 원자재의 문제였기에 석유가 있는 나라들은 별 고생 없이 건널 수 있는 다리였고, IMF는 특정 몇 개 나라만이 겪었던 고통이지, 그 외 나라들, 특히 미국 같은 나라는 그 상황을 활용해서 떼돈 벌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요즘 불황은 피신처가 없다. 어디로 도망갈 수도, 다른 선택지를 찾아보기도 어려운 전 세계적인 문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경영자 입장에서는 무척 난감한 상황이다. 물건을 싸게 만들어도 과거처럼 살 사람이 많지 않고, 외국으로 판매 선을 바꿔본 들 그쪽도 우리가 별로 다를 게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해답 찾기가 어렵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해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책으로,  내용은 간단하게, 핵심은 분명하게 정리했고, 경영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기업의 전체 업무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기술했다.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은 ‘무엇보다 현금흐름에 중점을 두고 기업을 운영하라’다. 아무리 좋은 상품도, 기업운영전략도 버티는 뚝심이 있어야만 도움이 되는 것이기에 단순히 매출증대, 시장점유율 확대, 생산량 증대 같은 호황기 때의 전략은 별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지금은 과거 정책을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내 통장에 들어있는 돈이 얼마이며, 이것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고민하라고 한다.

또 하나는 ‘현장에서 직접 시장을 느끼고 세심하게 이를 관리하라’다. 아무리 현금흐름을 중시한다고 해도 이를 의자에 앉아서 보고받은 것만으로는 관리가 어렵다. 가장 실질적인 흐름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리를 하겠다면 중장기 전략이 어쩌니 연간 목표가 무엇이지 하며 조직원들을 밀어붙이지 말고 시장의 흐름에 즉각 대응하라고 한다. 아주 세밀하고 꼼꼼하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직역량을 최대한 가동시켜라’는 말이다. 무작정 ‘하자!’해서 될 일이면 세상이 이렇게 변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의지보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내가 원하는 현금 흐름에 맞추기 위해 기업 전체를 유심히 관찰하며 비용 최소화, 현금 흐름 최대화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취하라는 말이다. 예를 들면 자본 지출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제품 라인을 단순화하고, 가능하면 외주시스템으로 돌리며, 재고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식이다.

지금의 불황은 한두 개의 해법으로 헤쳐 나가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종합적인 대책이 이뤄져야 하고, 이 안에서 호황으로 돌아설 때까지 힘을 키우며 버텨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을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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