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지능혁명 - 내 아이의 성공적인 미래 설계
홍성훈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아이큐검사. 오래전에 학교에서 받았던 검사이지만 지금도 당시 내가 몇 점 받았는지 기억이 난다. 아이큐검사를 통해 좋은 점수를 받으면 그것 자체가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선생님의 눈초리가 달라졌으니까 말이다. 마치 한 인간의 우수성과 미래 자체를 결정해 버리는 듯한 검사였다.

하지만 요즘엔 아이큐라는 말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 같다. ‘아이큐가 밥 먹여 주냐’는 농담도 나오는 것을 보면 더더욱 아이큐에 대한 가치가 평가 절하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렇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강점혁명’이란 말이 세상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성공한 CEO들, 그들 모습에서 아이큐가 높은 엘리트의 모습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잘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 일을 풀어가고 있다는 것을 자주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강점을 자기 식으로 풀어나가는 성공한 경영자들 모습 속에서 자연히 ‘아이큐가 밥먹여주냐?’ 하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우등생이 아니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학점과 사회생활과는 반비례한다’는 이야기들이 모두 이런 분위기를 설명해 주는 말들이다.

이 책을 보면 평소 우리가 알고 있던 내용과 상이한 내용들이 가끔 나온다. 하지만 가끔 나온다고 해서 내용의 비중이 작다는 의미는 아니다. 몇 가지 내용이지만 일상적인 인간평가 개념 자체를 뒤바꿔버리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지능과 재능은 같은 것이다’ ‘한 인간이 한 가지 강점만 가진 것은 아니다’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몰입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재능보다는 능력에 중점을 둔다’ ‘재능에는 8가지가 있는데 이들은 다시 특수재능과 기본재능으로, 다시 주 재능과 보조재능으로 나뉜다’ 등의 이야기다.

언뜻 들으면 과거처럼 점수 하나같고 사람을 평가하던 것보다 복잡한 것 같지만 책을 읽다보면 고개가 끄덕거리는 부분이 많다. 뭐라고 할까. 좀 더 인간적인 평가방식이라고 할까. 과거의 아이큐검사에서는 인간미를 제외한, 한 사람의 능력을 수리적인 판단 하나에 근거해 평가했다면 이 책에 나온 다중지능은 인간적인 면을 보다 많이 강조한 척도 같다. 인간이 원래 다중적인 면을 가진 생물이건만 그것을 무시한 채 하나의 숫자로 사람을 평가하겠다는 게 문제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의 주제인 다중지능은 용도가 무척 다양할 것 같다. 특히 사회인으로 살아갈 때 반드시 필요한 직업과 일을 선택하는 데 있어 무척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어떤 일이든지 간에 그 일에 관심을 갖고 몰입하면 해당분야 전문가가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하지만 동일한 시간을 투자해도 일에 대한 결과는 사람마다 다르다. 왜냐하면 일의 결과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그 순간 얼마나 자신의 일에 몰입하느냐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자신이 잘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상태가 아니겠는가. 다중지능 평가는 바로 이런 점에서 한 인간의 재능을 파악하여 그것과 일치하는 직업과 그의 일을 선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저자는 각 직업마다 필요로 하는 재능이 있기에 직업을 재능으로 인수 분해한 다음, 그것에 합당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그 일을 추천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거꾸로 말하면 자신이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알고, 그 재능이 가진 요긴하게 사용되는 직업을 선택하면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과 연결된 일이니 남들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일을 배울 수 있고, 동시에 재미있으니 몰입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 책에는 다중지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까지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모습을 한두 개의 수치로 평가해서는 안 되며 그가 가진 다양한 재능을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 아이의 재능은 스스로 인지하도록 만들어야지 그것을 사회적인 잣대나 부모 개인의 욕망에 의해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말은 자식을 키워 본 부모가 아니고서는 말할 수 있는 진정한 자식사랑의 표현인 것 같다. 아이의 재능은 부모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아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척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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