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명쾌함으로 승부하라
잭 트라우트 지음, 김명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리모콘으로 작동하는 TV가 나왔을 때 광고계는 비상이 걸렸다. 광고라는 것이 소비자가 봐줘야 하는데 광고만 나오면 리모콘으로 간단히 TV채널을 돌려버리니 얼마나 고민스러운 일인가. 전자업계와 결탁하여 리모콘 생산을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광고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더 재미있고, 더 눈에 띄고, 더 독특하게 만들어 소비자로 하여금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요즘 광고들은 무척 독특하다. 어떤 광고는 ‘와~’하는 탄성을 지르게 하는 것도 있다. 컴퓨터 그래픽이 워낙 발달하다보니 카피라이터의 상상력을 제안할 필요도 없이 꿈이 현실이 되는 세상이다. 우주를 탐험하고 도로가 갑자기 갈라지고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모세처럼 바닷물을 반으로 갈라버리는 건 이미 옛말이다.

하지만 광고는 본질적으로 기업이 자사의 물건을 팔기 위해 아까운 수익금을 광고회사에 주고 만든 것이기에 분명한 목적이 있다. 즉 돈을 벌자는 것이다. 하지만 광고만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반드시 맞는 말도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아는 것과 그 물건이 그만큼 많이 팔리는 것 간에 정비례관계는 없으니 말이다. 저렴한 소비재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만약 광고비와 매출 간에 정비례관계가 성립된다면 아마도 전 세계 시장은 자본이 튼튼한 대기업이 다 집어먹고 조그마한 기업은 자리 잡을 곳이 없을 것이다.

가끔 광고를 보면 의아할 때가 있다. 얼마 전에 한 TV방송국의 광고를 본 적이 있다. 광고내용은 불황이라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 것 같다. 지금 ‘한 것 같다’고 표현한 이유는 해당 광고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되고 광고를 보면서도 ‘왜 저런 광고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광고내용은 취업이 안 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 벌이를, 몸이 아픈 사람에게 건강을... 뭐 이런 내용이다. 하지만 이 광고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 이유는 일개 방송국이, 그것도 공중파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고작인 방송사가 무슨 힘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고, 돈을 벌게 해 주고, 아픈 사람에게 건강을 주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그 광고를 만든 광고대행사의 깊은 뜻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겠지만.

저자는 광고상을 받은 광고와 좋은 광고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한다. 더 직설적으로 광고대상이란 것 자체가 광고를 망치고 있다고 한다. 광고는 돈 내는 기업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광고회사, 방송국이 돈 받으며 제작하는 것이지 영화나 드라마처럼 창의성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광고에 창의성과 예술성이란 요상한 기준을 도입해 우수광고를 선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저자는 광고의 목적은 단 하나, 기업이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기에 광고상은 예술성이 아니라 기업의 수익달성 여부로 판단되어 한다고 말한다. 조금 극단적인 표현일지는 몰라도 나름대로 일리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으면 광고회사는 기업의 돈으로 자신들의 예술성을 홍보하는 것밖에 안 된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마케팅의 개념들을 재정립하도록 도와준다, 마케팅 분야의 대가답게 평소 생각 없이 진행하는 마케터들의 행동들을 하나씩 집어가며 문제점들을 제시한다. 그들 중의 하나가, 또 우리가 평소 자주 보는 경우가 브랜드 확장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GM은 자신들이 미국시장에서 가진 독특한 자동차 브랜드를 쓸데없이 확장시킴으로써 일본과 독일기업의 시장을 만들어 준 꼴이 되었고, 폭스바겐은 자신들이 가진 소형차의 이미지를 대형차로 확대시키려다 스스로 제 무덤을 판 꼴이 되었다. 한때 소형차 시장의 절반이상을 갖고 있던 풍뎅이차(폭스바겐)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10%도 안 된다.

고객들은 하나의 브랜드에 하나의 이미지를 갖는다. 그 이상은 머리 아파서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따라서 더 큰 시장을 갖겠다고 브랜드를 확장하려는 기업의 시도는 그것 자체가 고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자칫 잘못하면 해당 브랜드의 종말을 고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더 전문적이고 더 강력한 이미지를 가진 상품이 널려 있는 상황에서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는 상품을 구입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저자의 말 중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마케팅은 제품 경쟁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속에 담겨진 이미지 경쟁이라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고객 마음속의 이미지 사다리에서 정상을 차지하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마케팅의 기본. 하지만 우리가 자주 잊고 있는 말이다. 즉 상품이 좋으면 잘 팔릴 것이란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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