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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 시작했습니다 - 일본 최고의 빈티지숍 성공기!
TimemachineLabo. 지음, 김희정 옮김 / 아우름(Aurum)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 1인창업의 열기가 뜨겁다. 불황 때문에 취업시장이 줄어들자 국민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창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의 영향도 있지만 동시에 사람의 의식이 달라진 것도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과거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인생의 당연한 경로처럼 보이던 모습이 이제는 하나의 선택지처럼 느껴지니까 말이다. 대학생 대상의 조사를 해 보면, 많은 학생들의 직장선택기준이 급여나 회사규모보다는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응답한다.
하지만 창업이 주는 여러 가지 이점에도 불구하고 자기 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과거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아무리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 해도 극히 일부 사람만이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고, 게다가 창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창업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일단 사업규모가 작은데다가 안정성 면에서 부족한 면이 많다보니 도움주기가 껄끄럽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물론 한국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무척 다양한 아이템을 갖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조직을 호령하는 사장의 모습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생활인의 모습이다.
물론 가게의 크기는 커 봐야 10평 남짓한 규모가 많다. 하지만 과거 구멍가게라고 부르던 가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동네어귀에 상품을 갖다놓고 오가는 동네사람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팔던 모습과는 달리, 작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템과 모양새로 손님을 이끈다. 게다가 거점매장과 함께 온라인의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고객들에게 매장을 자랑하고 쇼핑몰 구성에 필요한 전자상거래 시스템과 연결하여 상품을 온라인 판매도 한다.
이 책에 나온 가게들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창업자들이 자신의 가게에 대한 분명한 컨셉이 있다. 우리가 흔히 봐 온 것처럼 직사각형의 가게에 물건을 보기 좋게 진열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자신이 좋아하면서도 다른 매장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이미지를 만들려고 애를 썼다. 천장을 부수고 철근을 그대로 내 보이게 한다든지, 기존의 벽을 그대로 둔 채 사용한다거나, 또는 집에서 쓰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것 등이다. 고객들은 이와 같은 매장 분위기를 통해 주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고 편안한 마음으로 매장을 받아들이게 된다. 손님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무엇보다 편안함 아니겠는가.
두 번째는 다른 곳에서도 판매하는 N.B(National Brand)보다는 창업자 개인이 소장한, 특정 지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독특한 상품들을 판매한다. 예를 들면 독일 지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일상품을 판매하거나, 맞춤 신발을 제작해 준다거나, 자신이 직접 만든 백을 판다거나, 음식도 가게가 위치한 지역주민에게 어울리는 음식을 판매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대형매장이나 도심지 가게보다는 손님방문수가 떨어지지만 그 가게가 아니면 살 수 없는 것들이기에 한번 온 고객은 계속 오게 된다. 그러다보니 거점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매장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되고 이는 개업 시는 물론이고 운영할 때도 비용 상 이점으로 작용한다.
세 번째는 대부분의 창업자가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또 잘하는 것들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 창업을 했다는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여행 시 구입한 아기자기한 악세사리들을 주요 아이템으로 하고 있고, 바느질 솜씨가 좋은 사람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옷가지나 소품을 판매하고, 신발 만드는 데 자신 있는 사람은 신발가게를, 도자기에 흥미 있는 사람은 도자기를 가게에서 만들면서 판매도 하는 식으로 가게를 운영한다. 그러다보니, 물론 수익도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가게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장사라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 즉 손님들과 함께 나누면서 그 안에서 기쁨을 얻는 일석이조의 삶을 살고 있다. 멋지지 않은가.
우리는 창업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보며 느낀 점은 창업 그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어서 모든 것이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고, 잘하는 것 중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은 없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창업의 가장 첫 걸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