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모 - 스펜서 존슨
스펜서 존슨 지음, 이혜승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나이 30대에는 아이를 키운다는 게 그리 어려운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식 낳아 제 때 밥 먹여주고, 학교 보내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컸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 아이는 나보다 더 잘 살기는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바로 보는 순간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식을 잘 키우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사람의 경험과 지식은 자신이 보고 배운 것에서 시작하는데 나에게는 좋은 부모에 대한 특별한 모습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혼자 자라다시피 했다. 게다가 인간 심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며 사람의 심리상태는 어릴 적의 경험이 좌우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더욱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뚤어진 성격, 즐거움을 미루지 못하는 아이,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는 아이, 화를 잘 내는 아이 등 아이의 성격 대부분이 바로 부모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이고, 이때 형성된 아이의 태도와 가치는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변치 않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아이가 태어난 후 제 시간에 우유를 주고, 씻겨주기만 했더니 아이가 1년 후에 죽었다는 실험결과다. 제 아무리 육체적인 조건을 맞춰줘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아이는 죽는다는 말이다.
물론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는 나름대로 살아가게 되어있다. 도리어 스캇 펙박사가 쓴 <아직도 가야할 길>에 보면 부모의 잘못된 사랑이 인간을 더욱 추하게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버림받은 아이라고 해도,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 가운데에서도 전혀 문제없이, 아니 충분한 사랑 속에서 성장한 아이보다 더 훌륭하게 성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사람은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환경을 거부하고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인간과 동떨어져 동물과 함께 자라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면, 비록 남보다 나은, 돈 많이 벌고, 좋은 자리에 앉아 출세한 뭐 이런 성공개념의 양육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아이의 재능을 키워주고, 안정된 정서 속에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 부모의 의미이자 책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남보다 앞서 나가고, 더 높은 지위와 명예와 재산을 갖는 것은 아이의 노력에 달린 것이니 그것까지 부모가 관여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아이의 정신적, 심리적인 문제가 그의 앞날을 왜곡시키지는 않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비록 간단하게 정리된 내용이지만,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구체적인 아이 양육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라고 한다. 많은 기존의 교육학자들이 이야기했듯이 아이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의 잘못된 행동과 아이에 대한 사랑은 구분해서 취급해야 한다는 것, 그를 과도하게 보호하거나 강해지도록 훈련시키는 것보다 자기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스스로 올바른 행동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잘못했을 경우 잘못한 것에 대한 분명한 지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아이의 잘못된 행동과 아이 자체의 가치는 분명히 구분해야 하며, 동시에 부모도 자신의 잘못을 아이에게 지적받고 이를 고치는 모습이 아이에게 보여줘야 한다. 부모가 자녀 마음에 들 때에는 자녀도 부모에게 칭찬을 하도록 하면서 말이다. 그래야만 칭찬하고 칭찬받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자녀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이를 출산할 예정인 한 여성이 자녀를 잘 키울 방법을 찾다 우연히 ‘1분엄마’라고 불리우는 여성을 알게 되고, 그녀의 자매들을 통해 자녀양육방법을 배운다는 기본 줄거리를 갖고 위에서 설명한 논지를 스토리텔링식으로 전달한다. 간단히 말하면 '1분 경영‘의 양육방식 버전이다.
스펜서 존슨의 말은 간단하지만 효과 있는 말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 책에 나온 ‘1분’이란 개념은 조금 눈에 거슬린다. 몇 십년동안을 변함없이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그의 논지는, 비록 그 내용이 틀린 것은 아니라 해도, 너무 오래통안 과거의 성공모델을 계속 재탕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더 이상 새롭게 쓸 이야기가 없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내용을 스토리텔링식으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1분경영이란 개념으로 재포장한 것 같아 조금 읽는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