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망이다
제프 헨더슨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순식간에 변하기도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들이 주변의 충격 때문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가끔 봤다. 돈만 알던 사람이 자식의 죽음으로 인해 자선사업가로 변한 사람, 종교인들을 미친 놈 취급하며 저주를 퍼 붇던 사람이 어린 아이의 눈물 한 방울에 속세를 버리고 종교인으로 투신한 사람, 기업을 성공시키겠다고 혈안이 되어 가족을 버리다시피 하던 사람이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다시 태어난 것처럼 가족만을 위해 살겠다고 외치는 사람 등이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변하라고 외쳐도 거들 떠 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이토록 간단하게 변하는 것을 보면 인간이란 존재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안정된 사랑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그래서 자신만을 알던 한 사람의 이야기의 변화이야기다. 그는 어린 시절 우연히 훔치는 것의 재미를 알게 되고, 그 버릇이 점차 커져 마약판매를 알게 되었고, 그 일을 통해 돈을 벌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었고 거기서 우연히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변화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세계적인 요리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간단히 말하면 사회악과도 같은 사람이 요리를 통해 완변히 탈바꿈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과거 잘 나갈 때 그를 표현했던 것은 최고급 자동차, 화려한 반지, 멋들어진 양복, 최고가의 샴페인 등이었고, 그가 살던 멋들어진 집에는 현금을 보관할 수 있는 견고한 금고가 있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액수는 현금 30만 불. 이것이 당시 그의 상황을 표현하는 좋은 상징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운을 타고났다고 해도 영원할 수는 없는 법. 어느 날 마약범으로 경찰에게 체포되었고, 기대와는 달리 거의 20년에 가까운 감옥살이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당연히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곁을 떠났고, 결국엔 아내마저 그를 버렸다. 오랜 세월동안 감옥에 있는 남자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 수는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의 변화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세상에 혼자 남은 그에게 우연히 다가온 주방에서의 경험. 남들은 힘들다고 기피한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보고픈 일거리를 찾게 되었다. 아주 사소한 경험 하나를 갖고 말이다.




그 후 그는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했다. 남들은 힘들다고 하는 일도 마다않고 했고, 자신이 원하는 주방장 곁에 남기 위해 가진 애를 다 썼다. 청소는 물론이고 주방장이 시키지 않은 요리 준비, 주방장 개인의 사물까지도 말끔히 치워줬다. 이런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 반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열심히 배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내 보이는 사람에게 감동받은 주방장들은 그에게 배움의 기회를 줬고, 그는 마른 스폰지처럼 자신에게 내 던지는 모든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하루하루 배우겠다는 열정 속에서 살아가는 그에게 과거의 범죄자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항상 그를 따라다니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전과자이며, 흑인이란 점이었다. 아무리 열의가 넘치고 성실하다고해도 사람의 선입관은 바꾸기 어려운 법. 이런 점 때문에 그는 어디서나 처음이 가장 어려웠다. 그를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전과자라는 것을 아는 순간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명음식점의 주방장 자리를 꿰차고 있는 라틴계 사람들의 질시에 찬 눈도 그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배우겠다는 열의, 세계적인 주방장으로 거듭 나 세상을 멋지게 살아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이겨냈다.




책을 읽어보면 무척 재미있다. 평소 잘 생각해보지 않는 교도소의 모습이 흥미롭고 흑인이자 전과자인 저자가 세상을 이겨내는 방법 역시 무척 특이했다. 그는 단 하나의 방법, 사람에 대한 믿음과 배우겠다는 열의, 그리고 자신에 대한 지속적인 암시를 통해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자국씩 나아갔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꼼수나 세련된 대화법, 멋진 옷차림, 친화성 같은 것은 그와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다. 역시 세상은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미소를 보내는 것 같다. 꾸준히 자신의 꿈을 간절히 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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