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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그들의 이야기
스티브 비덜프 엮음, 박미낭 옮김 / GenBook(젠북)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저자가 쓴 책,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을 봤는데 충격 같은 것을 받았다. 한때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은 남자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자신의 정체성조차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남성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성의 정체성, 특히 남자의 특징 중 하나인 말없음이 자신의 특징을 후대에 전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한다.
한 인간이 태어나 자신의 성을 이해하고, 정체성을 찾는 건 어릴 때이다. 눈뜨고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고, 그들의 말과 행동이 바로 자신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이 보는 것은 엄마이고, 누나이며 학교에 가서조차도 여선생님에게 사람의 모습을 배운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한창 클 나이에 남자들은 바쁘기 때문이다. 가족을 먹여 살릴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남자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것은 또래남자아이들이 모습이며, TV에서 볼 수 있는 허상의 주인공 모습뿐이다.
사람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면 되지 구지 남자, 여자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묻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뇌 구조를 보면 아무리 양성처럼 살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남자는 공격적이고 직선적이며, 여자는 분산적이고 회화적이다. 물건 하나 살 때도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는 매장으로 직격탄 쏘듯이 달려가지만, 여성은 다양한 상품들을 순간순간 판단하면서 천천히 걸어간다. 남성들은 물건 자체의 기능과 용도에 관심이 있지만 여성은, 물론 기능도 용도도 중요하지만, 상품의 가치와 감성적인 면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 이런 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양쪽 성을 하나로 본다는 것 자체가 문제되지 않겠는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문제가 사회 곳곳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인간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이지만 그들의 지위, 발언권, 사회적 위치, 재산분배문제 등 다양한 면에서 남성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아이 성 하나도 여성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우리나라 현실 아니었는가. 하지만 이제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여성부라는 별도의 정부기관이 생겼고, 이곳을 통해 오랜 세월동안 남성의 전유물처럼 느꼈던 많은 것을 여성과 함께 하도록 법제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남성을 다시 살려야 할 때가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들은 남성의 힘을 약화시키고,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최첩경의 일이라 주장하지만, 인간은 본래 양쪽의 성이 각기 다른 기능을 갖고 서로가 부족한 것을 채워주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기에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이는 단순히 섹스와 자손번식의 문제를 넘어 인간, 아니 생물이 가진 특징이다.
이 책을 보면, 저자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쓴 것 같지만, 마치 남성의 장례곡을 쓴 것 같다. 남성의 모습이 어떠해야 한다는 말보다는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가는 남성의 모습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와 아이양육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만 하는 남성의 모습, 남녀관계에서의 문제점, 남학생을 가르치는 여교사들의 속마음 등이다.
그러나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면서 눈이 멈춘 곳은 ‘경제적 합리주의 시대의 사랑의 의미’라는 소제목의 내용이었다. 아이를 반가워하지 않는 아내, 아이가 운다고 때리는 아내, 그러다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자 집을 떠나버린 아내, 아이 둘을 키우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남자의 모습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남성의 모습에 대해서 머리가 더 혼란스러워진 것 같다. 현재 남자들이 이렇게 사는데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