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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센트 경제학 - 숫자로 읽는 4,900만 한국인들의 라이프 보고서
구정화 지음 / 해냄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이와 같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과거 수많은 조사가 있었고, 지금도 열심히 무엇인가를 조사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그마한 동네하나도 제대로 모르는 우리가 40~50억이 모여 사는 이 세상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간단한 방법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숫자로 표현해놓은 통계수치를 보는 것이다. 거기에는 세상을 설명하는 복잡한 수식어를 제외한, 아주 간단한 몇 개의 통계숫자치만 나와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간단히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예전에 어디선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단 100명이 산다면 얼마나 간단할까? 라는 문구를 잠깐 본 적이 있었다. 말 그대로 100명이라면 세상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 문구를 한참 들여다봤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표어도, 광고문구도 아닌 실제 이야기다. 백분율로 표현된 수치가 바로 그것이다.
자. 한번 생각해 보자. 연애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평균 비용은 7만원, 여성 취업자 중 골드미스 비율은 백 명 중 0.27명,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26명, 결혼한 사람의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는 57.3% 등 단 세 자리 숫자만으로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즉 내가 연애할 때 7만원보다 더 쓴다면 나는 평균 사람들보다 좀 더 많이 쓰는 편이고, 내가 골드미스가 아니라 해도 그게 대단한 일은 아니며(100명 중에서 1명도 안 되는 숫자이기에), 내 자녀가 두 명이면 나는 무척 많은 아이를 기르고 있는 셈이고(따라서 나라에서 칭찬을 받아야 할 판이다) 아내를 너무너무 사랑한다면 나는 남들보다 그것도 2배 가까이 배우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책 내용 중에서 재미있게 본 것은, 물론 다른 것들도 흥미를 끌었지만, 아마도 내 나이 때문인지 뒤 쪽에 있는 ‘준비하고 있나요? 노후대책’이란 부분과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 88만원 세대’ ‘눈물 젖은 2인분을 혼자서 나홀로족’이었다.
노후대책에 대한 부분의 내용은 은퇴부부의 월 평균 생활비가 150만 원정도 든다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자세한 내역은 나와 있지 않지만 내 경우를 봐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 같다. 부모님과 아이용돈, 아파트관리비, 통신비, 문화비, 차비, 술값 등 몸에 큰 이상이 생겨 병원 가는 것과 비싼 가전제품 구입과 같은 목돈을 쓰지 않으면 나도 비슷하게 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금액을 쓴다는 가정 하에 노후에 20년에서 30년을 산다면 전부 얼마의 돈이 드느냐의 문제다. 결국 예전에 다른 책에서 봤던 금액인 6~7억 정도의 거대한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3~4억 정도의 돈이 들어간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금액이 돈을 벌 수 있을 때 노후를 대비하여 모아놓아야 하는 액수이다. 당신은 어떤가? 이 정도의 금액을 갖고 있는가.
또 졸업해도 갈 곳이 없는 젊은이들의 문제, 바로 월 88만원 세대라는 내용이다. 물론 이 책에는 88만원이란 금액이 어떻게 환산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단지 숫자상의 88만원이란 액수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다. 출산율 측면만 봤을 때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전 세계적으로도 무척 낮은 숫자다. 일본을 앞지를 정도면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저자는 이 상태로 가면 2300년쯤에는 우리 민족 자체가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출산율의 기저에는, 물론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바로 젊은이들의 경제적인 문제가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자신하나 제대로 챙길 수 없는 경제적인 상황에서 누가 자식을 낳아 이들을 키우려고 하겠는가. 게다가 아이를 키워야 할 여성이 어머니로서의 삶보다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판에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오해하지 말 것은 여성은 사회생활을 하지 말고 집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말은 아니다.
또 하나 눈물 젖은 2인분의 이야기는 무척 많은 관심을 갖고 읽은 부분이다. 바로 새롭게 나타나는 싱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또한 요즘 세상의 라이프스타일로 부양가족에 억매이기 보다는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내용을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별 것 아닌 인구통계숫자를 갖고 세상의 경제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것만 봐도 숫자의 힘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면 세상의 모습이 지금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지 대략적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그것도 무척 흥미진진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