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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섹스 -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의 남녀 차이
앤 무어.데이비드 제슬 지음, 곽윤정 옮김 / 북스넛 / 2009년 4월
평점 :
남자와 여자간의 차이. 예전에는 ‘여자란 말이지...’하고 말을 시작하면 남성들은 환호했고, 여성들은 성차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다못해 직장에서 어쩌다 ‘자네는 여자인데....’라고 말하면 옆에 있던 여직원들이 한 마디씩 던졌다. “부장님. 지금 성차별하시는 건가요?”
내 입장에서는 일부러 성차별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남자가 하는 일과 여자가 하는 일은 다르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보니 그렇게 표현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실제로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건 아니잖는가? 아무리 사람들이 공평하고 차별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남자와 여자가 같지 않다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교육 때문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남자는 힘을 쓰고,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훈련받았고, 여성은 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하면서 살림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그러다보니 여성주의자들은 교육 환경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아이가 태어나면 여자아이들은 인형이나 부엌에서 쓰는 도구를 갖고 놀게 하고, 남자들은 총이나 탱크, 자동차 같은 것을 갖고 놀게 했다. 어쩌다 남자아이가 인형을 갖고 놀면 어른들은 지나가면 한마디 던진다. ‘저런 바보 같은 놈.....' 남자라면 당연히 여자아이와는 다른 뭔가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에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관심이 많다. 남자와 여성 간의, 즉 사람과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새로운 시장을 찾고,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고객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러다보니 평소에도 매장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고, 그곳에 모인 남성과 여성의 행동을 관심 있게 바라본다.
하지만 결론은 항상 같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다르다. 예를 들어 신발가게를 가보면 남성은 일단 특정 신발 하나를 잽싸게 고르고는 보고 바로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가 있는지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성은 신발 자체보다 그것과 함께 어울리는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을 자주 본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 많은 것을 한꺼번에 생각하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주 자세히 나와 있다. 마케팅 책에서는 ‘아마도 이럴 것이다’ 또는 ‘조사 결과 이와 같은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한다....이유는 잘 모르겠지만..’이라고 표현된 것을 구체적인 증거자료와 함께 ‘이럴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라 구지 통계수치를 대고, 말을 돌려 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나는 이 책을 보며 그 동안 느낌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 책 저 책에서 눈동냥으로 봐 왔던 남, 녀 간의 차이가 무엇인지, 왜 그런 차이가 생기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남, 녀의 문제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차이이며, 이를 활용하는 뇌 구조의 차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론은 우리가 엄마 뱃속에서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는 순간부터 남자와 여자는 다른 육체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지, 이는 사회적인 활동이나 교육을 통해 완전히 개조시키기 어렵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마치 동일한 종이이지만 포장을 위해 만든 종이와 기록을 위해 만들어진 종이간의 차이처럼 말이다. 이 둘은 모두 기록할 때나 포장할 때 사용가능하다. 그러나 각각의 용도에서 볼 때 어느 쪽이 더 나을까? 만약 두 개가 다 내 앞에 있다면 말이다. 남자와 여자 간의 차이는 어떤 것을 어느 용도에 사용할까 의 문제와 같은 것이다.
여성마케팅을 보면, 전문가들은 여성들은 남자들처럼 뭔가를 살 때 그것만을 향해서 직선으로 달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상당히 다양한 변수들이 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남자들의 결론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냉장고를 사겠다고 가전매장에 간 주부가 에어컨을 사 갖고 오는 일도 자주 있고, 이런 결과는 남자가 볼 때는 앞뒤가 안 맞는 것이지만 여성의 눈으로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사람들의 행동을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수준은 지난 것 같다. 그 행동의 원인이 무엇이며, 그것의 본질은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분석력을 갖고 있다. 인간의 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조금 심하게 말하면 신만이 알고 있는 블랙박스를 우리 스스로가 바라보며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수준에 와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발견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내용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사용되기를 바란다. 어떤 알 수 없는 ‘빅브라더’가 인간을 조정함으로써 자신의 이기를 위해 우리를 이용하는데 사용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