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션 -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
제임스 버크 지음, 구자현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어릴 적에 타본 자동차로 새나라자동차와 시발택시라는 것이 있었다. 우리 집이 후암동에 있어 다른 곳으로 가려면 자주 남산 쪽의 언덕을 넘어갔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차가  언덕을 오르다가 중간에 멈춰버린다는 것이다. 엔진 힘이 약해서이다. 그러다보니 운전사들은 언덕길이 나타나면 그때부터 속도를 높인다. 앞으로 달려가던 추진력으로 고개를 넘어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이 추우면 엔진을 덮힌다고 최소한 30분 동안 엔진을 미리 켜놔야 했다. 지금은 별 신경을 안 쓰지만 90년대 초반만 해도 차를 타면 나도 모르게 엔진을 미리 가열했는지(그렇지 않으면 달리다가 엔진이 커지니까), 언덕길을 만나면 혹시 차가 올라가다 서지나 않을지 걱정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컴퓨터. 내가 처음 사용한 컴퓨터는 삼보에서 만든 88, 286컴퓨터였다. 아니 더 과거로 돌아가면 대학생일 때 학교 전산실에 있던 대형컴퓨터였다. 덩치는 집에 있는 장롱 몇 배만하고 일반사람들은 손도 댈 수 없는 곳에 들어있어 마치 박물관 유리 안에 있는 것 같은 물건이었다. 그것에 자료를 입력하려면 컴퓨터가 데이터를 읽을 수 있게 종이카드에 펀치를 해야 했다.




당시 컴퓨터는 지금 학생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속도가 느렸다. 통계소프트웨어로 조사 자료를 분석하려면 하루 종일 걸렸으니까 말이다. 내가 쓰는 컴퓨터, 요즘 세상에서는 아주 구형인 센트리노를 달고 있는 이것도 5분 정도면 처리하는 자료를 처리하는 데 무려 6시간이나 걸렸다. 아마 그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내가 말하는 것 자체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상상이 안 되는 모습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인생을 50년 정도 살고 보니(얼마 되지 않는 기간이지만),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것 중에는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들이 무척 많았다. 앞에서 말한 자동차의 성능, 컴퓨터의 속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당연히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조차도 바로 10년 전만해도 특정의 전문가들만 쓸 수 있었던 매우 어려운 통신방법이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네스케이프라는 것, 전화선으로 연결하여 대화하던 과거의 채팅서비스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무척 재미있다. 인간이 살아오면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해 왔는지 이야기처럼 써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현대로 돌아오는 것 같다. 관광열차를 타고 미지의 과거세상을 한 군데씩 지나면서 말이다. 몇 명이 모여 살던 가족집단이 먹을 것을 찾아 동물이 많이 있는 곳으로 옮기고, 그곳에서 식물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정착하게 된 것. 이 책의 내용을 읽어보면 거기서 인간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물주가 준 고도의 뇌기능을 통해 자연을 관찰하고 고유한 법칙을 깨닫고,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점차 더 부유해지고, 풍요로워졌다.




먹을 것이 남으니 다른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사람이 늘어나니 누군가 관리를 해야 했고, 관리가 필요하다보니 생산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계층이 생겨났고, 관리를 좀 더 편리하게 하려다보니 종이와 글을 쓰는 먹이 필요했고, 잉여농산물을 나누면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으려다보니 교환할 수 있는 증표가 필요했고, 그게 돈이 되었고, 그 돈이 어음으로 변하고, 다시 수표 같은 것으로 변했다. 당연히 돈(동전 같은 것)이 있기 위해서는 광물을 깨는 기술, 이를 제련하는 기술, 그리고 관리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뭐 이런 식으로 세상은 하나씩 한 발자국씩 변했다.




세상의 변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상상력과 호기심이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여 좀더 나은 삶을 위해 기존에 있던 것들을 조합한 역사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먹을 것이 많으니 비만이 생기고 이를 해소하려고 돈 주면서 운동하고(예전엔 돈 받고 하던 것을 말이다), 의사가 큰 소리치고, 약이 생기고, 다이어트식품이란 게 별도로 만들어지고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며 항상 불만에 차 있다. 우주여행을 간다고 좋아하지만 한 곳에서는 산이 불타고 이산화탄소 문제 때문에 난리를 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율배반적인 발전. 분명 우리를 위한 발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은데 대단한 발전이라고 환호를 치는 순간부터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을 갉아먹는 도구로 전락해 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변화시킨 것에는 완전한 것은 없다는 말인가? 마치 신이 우리를 보며 비웃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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