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자연사 - 동물과 식물, 그리고 인간의 섹스와 구애에 관한 에세이
애드리언 포사이스 지음, 진선미 옮김 / 양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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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바라볼 때마다 조물주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것조차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에 따라 살아가고 자손을 번식시키니 말이다. 우리는 알 수없는 교묘한 방법을 통해 암수가 만나고, 서로가 가진 자원(정자와 난자)를 교환하면서 대를 이어간다.




하지만 이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엔 치열한 전쟁이 있다. 인간이 서로의 영토를 차지하고 남이 가진 물자를 빼앗기 위해 싸우는 것 이상으로 종족번식을 위한 경쟁이 있다는 말이다. 단지 그런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기에 모르는 것뿐이다. “아! 자연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이 말을 하는 순간 어떤 생명체는 주위의 경쟁자에 의해 죽어가고, 어떤 생명체는 자신의 아이를 먹고 있다. 정말 아름다운 것인가?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끔 TV에서 물고기를 잡고 신나게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있다. 당연히 그런 장면을 방영하는 TV제작자도 함께. 아마도 내가 사냥이나 낚시를 즐기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이런 장면이다.




한 사람이 그물로 큼지막한 물고기를 방금 잡아 올렸다. 그 사람은 물고기의 몸을 잡고 카메라 앞에서 신나게 웃고 있다. 물고기는 당연히 펄떡거리고. 그 사람 말 “얼마나 싱싱합니까? 하하”. 하지만 웃고 있는 사람과 달리 물고기는 지금 숨을 못 쉬고 있다. 물속이 아닌 대기 중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인간을 물속에 집어넣으면 발악을 하는 이유가 숨을 못 쉬어서 그런 것 아닌가? 숨이 막혀 펄쩍거리는 물고기를 잡고 싱싱하다면서 웃고 있는 사람의 모습. 이것이 자연이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한다면 자연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장면 속에서 얼굴에 비닐을 씌었기 때문에 숨을 못 쉬어 발악하는 사람의 모습이 연상된다면 자연은 정말 잔인한 곳이다.




동물들을 보면 수컷이 암컷보다 더 아름답다. 아마도 암컷보다 수컷이 암컷을 유혹해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수백만 마리의 정자를 갖고 대량생산하는 수컷과 달리, 또 자손이 생기면 키우면 책임에서 면제되는 대부분의 수컷과는 달리 암컷은 몇 개 안되는 난자를 갖고 있고, 또 자손을 키워야 하는 책임이 있다. 따라서 암컷은 우수한 정자를 받아 자손의 생존율을 높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수컷을 골라야만 한다. 암컷이 수컷보다 덜 적극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이때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수컷의 모습이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수컷 자신의 생존율을 점점 더 줄여든다는 것이다. 다른 포식자들의 눈에 더욱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앞뒤가 안 맞는 말 아닌가? 그러나 수컷은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더욱 자신의 모습을 화려하게 만든다. 어떤 동물은 꼬리를 더욱 크게 길게 만듦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최상으로 만들려고 한다. 몸의 유연성과 신속하게 날아갈 수 있는 힘을 포기하면서까지 말이다.




왜 이들은 이렇게 할까? 저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종족번식이라는 기본적인 등식을 제시한다. 즉 수컷 자신이 남의 눈에 띄어 죽을 확률보다는 암컷에서 선택되어 자손을 번식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죽는 것은 자기 혼자지만 암컷에게 선택되어 자신의 정자를  암컷 안에 있는 난자와 결합시키면 수십 마리의 새끼가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기 자손을 죽이고, 심지어는 먹어버리는 동물들의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저자는 이런 현상도 무척 흥미롭게 설명한다. 이것 역시 자손의 생존율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두 마리의 새끼가 뱃속에서 자라날 때 어떤 동물은 새끼 하나가 다른 새끼를 잡아먹는다고 한다. 당연히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끼가 태어났지만 먹을 것이 부족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어미는 가장 약한 놈에게 먹이를 주지 않아 자연스럽게 도태시켜 버린다고 한다. 결국 힘이 좋아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난리를 치는 놈에게만 먹이를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절대 아니다. 저자에 의하면 인간도 아기를 낳기 전에 비정상적인 경우라면 아기로 태어나기 전에 자궁에서 그 생명체를 흡수해버린다고 한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유산이란 현상이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들어 임신하면 이 기능이 약화되고 결국 비정상적인 아이를 낳게 되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아무리 아는 척해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의식적으로는 느낄 수 없는 종족번식을 위한 내제된 공식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왜 그런지 이유도 모른 채 하고 마는 행동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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