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The Boss - 쿨한 동행
구본형 지음 / 살림Biz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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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에 대해 직장인들에게 물어보면 ‘재미있는 일’이란 자신이 하고 싶고 잘하는 일에 몰입할 때이고, ‘괴롭고 힘든 일’이란 바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다. 특히 직장상사와의 관계가 어렵게 되면 이는 직장 생활 자체가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그것도 아침 9시에서 저녁 6시까지의 삶 자체가 엉망이 된다. 그리고 아무리 피곤해도 상사를 피해가거나 외면할 수 없는 직장인 위치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 따라서 상사를 잘 만나면 직장은 천국이지만, 잘못 만나면 그 순간 지옥이 된다. 상사. 내가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손 댈 수 없는 부분이기에 더욱 가슴 아프기만 한 것이다. 누구 말대로 직장은 선택할 수 있지만 상사는 선택할 수 없는 게 직장인이 처한 상황 아닌가.




나도 20여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상사를 잘 만나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했던 적도 있지만 재수가 없어 이상한 상관 밑에서 뼈 빠지게 고생한 적도 있다. 여기서 ‘뼈 빠지게’라는 표현은 중 노동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뜻이다. 상사가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구역질이 날 정도라면 할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한 상사 밑에서 살아가는 것은 길어야 2~3년 정도. 그 정도만 죽었다 생각하고 살다보면 상사는 바뀌게 되어있다. 내가 진급해서 다른 곳으로 가든가, 상사의 위치가 바꿔 다른 곳으로 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2~3년이란 세월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이다.




저자가 쓴 내용을 보면 상사의 기본적인 생리가 무엇이고,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특히 ‘쓰레기’같은 상사와 함께 당당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무척 재미있게 표현했다. 아마도 저자 스스로가 과거에 상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 봐서 그런가 싶다. 자신이 표현한대로 성격 자체가 외형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서두에 말한 것으로 봐서는 말이다. 현재 상사 때문에 고민하는 직장인이라면, 특히 신참 직장인이라면 이 책에 나온 상사에 대한 생각을 봐 두면 좋을 것 같다.




다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상사를 좋은 상사와 나쁜 상사로 확연히 구분한 것이 조금 눈에 거슬린다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나와 함께 일했던  상사 중에 ‘쓰레기’라고 표현할만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저자가 그런 표현을 쓴 것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그들의 느낌을 전달하려고 한 것이겠지만, 그 단어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쓰레기’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좋은 상사 밑에 좋은 직원, 나쁜 상사 밑에 나쁜 직원이 있게 되고, 이는 역으로 생각하면 좋은 직원 위에는 좋은 상사가 있을 수밖에 없고, 나쁜 직원 위에는 나쁜 상사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상사 중에 부하 직원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사람 없고, 그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제 시간에 완수하려다 보니, 자신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강요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지 마음 자체가 쓰레기인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직장 다닐 때에는 그렇게 믿고 원망스럽던 상사가 회사를 떠나 되돌아보니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막상 내가 상사가 되어 부하직원들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그럼 나도 쓰레기인가?”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동일한 생각이 들곤 했다.




상사와 부하직원간의 문제는 의사소통의 문제이고, 서로가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부하직원 자체가 상사와의 관계를 잘못 규정했다는 점이다. 직장은 대학교 서클이 아니기에 나름대로 조직의 규범이 있고 위계질서가 있다. 여기서 여직원을 성희롱했다거나, 직원의 급여를 착복했다거나, 직원이 당연히 받아야 할 상을 가로채는, 그것도 의도적으로, 상사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이 책에서 언급하는 ‘쓰레기’ 상사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는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이미 범법자(어떤 것은 민사, 또 어떤 것은 형사범으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논해야 할 상사학이란 상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상사에게 맞출 것인가의 문제로 바로 자존심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가 나름대로 자신의 경험을 통해 현재 직장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썼지만 직장 내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역학관계인 상사와 부하직원간의 관계를 조금 적절하지 못하게 정리한 것 같다.




나도 한때 직장인이었지만(퇴사한지 2년) 직장인은 자신의 시간을 회사에 돈 받고 판 사람이라는 점, 상사는 회사가 자신을 관리하기 위해 배치한 감독관이라는 점, 그렇기에 직장인에게는 복종의 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일이 잘못됐을 경우 부하인 당신은 부서만 이동하면 그만이지만 상사는 퇴사한다.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고 상사의 권리는 이상하게 바라본다면 거기서 만족스러운 관계가 만들어 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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