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청바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푸른색으로 물든 엉성한 바지지만 뭔지 모르게 사람 눈을 뜨는 스타일이었다. 특히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입을 수 있고, 옷감 자체가 거칠어 땅바닥에 주저앉아도 별 무리가 없는 바지였기에 더 관심이 갔던 것 같다. 하지만 가격이 그리 싼 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청바지는 내 눈에 무척 자주 띄었다. 돈 없는 학생들이, 옷치장하기 귀찮아하는 대학생들이 아무 때나 입고 나올 수 있는 옷, 데모할 때는 앞으로 뛰어나가기 쉽고, 도망갈 때도 옷 망가질 염려 없이 달릴 수 있는 옷이니까 말이다. 다만, 옷을 세탁할 때 청바지와 다른 옷을 함께 빨면 이건 정말 대책 없는 상황이 된다. 청바지 자체가 색이 빠지기 때문이다. 지금 기억해 봐도 이런 청바지 때문에 옷, 특히 하얀 와이셔츠 열댓 벌은 버린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것이 청바지의 멋이다. 일반 옷은 색이 바랜다는 것 자체가 폐품이 된다는 의미지만, 청바지만은 일부로 색을 빼버려 자연스러운 색감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옷이니까 말이다. 지금도 잊지 못한 것은 새로 산 청바지를 일부로 시멘트 바닥에 문질러 옷을 요상하게 만들어버린 기억이다. 그 당시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청바지는 각이 잡힌 바지, 깨끗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남들도 그렇게 하니 나라고 별 수 있겠는가.




지금도 청바지하면 떠오르는 것이 제임스 딘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록 허드슨이 나온 영화다.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반항아로써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소유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번 남자. 그 남자의 강인한 모습과 청바지는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게다가 당시 대학가요제에 나온 대부분의 싱어들이 청바지 차림 아니었나 생각된다. 통기타, 생맥주,

청바지, 그리고 담배. 이것이 내 젊은 시절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20년이 넘도록 양복차림으로 살아왔다. 청바지는 가끔, 아주 가끔 여행, 그것도 바닷가나 산으로 놀러갈 때만 입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때는 옷이 편하고, 구겨져도 별 신경 안 쓰는 옷이 가장 편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서서히 청바지는 내 기억에서 사라졌다. 청바지를 입은 사람은 가난한 사람, 아직 철없는 학생, 그리고 조금 자유스러운 척하려는 사람들이 입는 옷이란 인상과 함께.




하지만 회사를 그만둔 해 아들이 나에게 준 청바지. 자신에게 조금 크다고 준 청바지가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나는 아직 젊다는 느낌말이다. 물론 처음 다시 청바지를 입었을 때는 무척 어색했다. 그것도 일 때문에 손님을 만나려 가는데 그것을 입고 갔으니 어색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무척 자유스러웠다. 이제 더 이상 격식 차릴 필요 없이 청바지 하나갖고도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정말, 정말 “나는 자유인이다.‘라는 소리가 목구멍 앞까지 나왔다. 전혀 격식 차리지 않고 입을 수 있는 바지, 입기만 해도 자유스러워보이는 바지, 낡을수록 더 가치를 느끼는 바지, 이런 게 청바지 말고 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말 한마디는 우리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청바지는 미국문화라는 말이다. 그것도 미국을 대표하는, 그들의 개척정신과 함께 살아온 바지라는 것이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미국을 반대하는 사람들, 그들의 자본주의 문화를 거부한다고 외치며 길거리를 행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청바지를 입고, 코카콜라로 목을 추인다는 내용이다. 거기에 스타벅스 커피와 맥도널드 햄버거까지 먹는다면 누가 그들의 말을 믿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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