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슬픔 - 슬퍼하라. 그리고 아름답게 떠나보내라
그랜저 웨스트버그 지음, 고도원.키와 블란츠 옮김 / 두리미디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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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슬픔을 느끼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을 떠났을 때는 물론이고, 아끼던 물건이 망가졌을 때, 항상 애용하던 볼펜을 잃어버렸을 때도 슬픔을 느낀다. 다만 그것이 슬픔인지 잘 모를 뿐이다.

내가 슬펐을 때는 언제일까?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를 제외하고도 뭔가 아쉽고 안타까운 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슴 아프고 짜증나고 두려울 때는 기억이 나지만 슬펐을 때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슬픔이란 순간적인 감정이지 오래토록 기억되는 것은 아닌가보다. 아니 우리는 슬픔과 분노, 아픔, 허탈함과 같은 감정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고등학교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하던 여학생이 절교선언을 했을 때, 대학교 시험에 떨어졌을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할 때, 귀가 안 들려 아무 것도 못하고 있을 때, 그때 나는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물론 혼자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 기억은 슬픔이란 느낌보다 두려움, 안타까움과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특히 두려움은 항상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어 이 감정과 슬픔의 감정이 혼재되었을 때가 많았다.

저자는 슬픔이 다가오면 마음을 열고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슬픔은 하나의 감정이기에 그것을 억제하는 것은 슬픔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고, 이는 현실을 부정하는 상황으로 자신을 몰고 가기 때문이다. 슬픔에서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시발점은 슬픔을 슬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가슴에서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울고 싶으면 울고 소리치고 싶으면 맘껏 소리치면서 말이다.

저자는 한 부인의 이야기를 한다. 한 때 부부가 큰 수익은 없었지만 오순도순 재미있게 살던 부부. 하지만 남편이 보다 큰 회사로 전직하면서 아내도 함께 도시로 이사를 갔다. 당연히 집도 큰 집으로 이사 갔고. 하지만 문제는 남편의 일이 많아지다 보니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 항상 함께 하던 식사, 여행, 대화나누기 등의 모든 생활기반을 바꿔버렸다. 아내는 혼자 남아 아무도 없는 집을 지키는 사람이 되었다.

문제는 아내 스스로가 이런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혼자만 삭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내는 열심히 일을 하며 만족해하는 남편의 마음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 남았다는 감정을 처리하지 못한 아내는 결국 병에 걸리고 말았다. 의사가 처방해준 약도 일순간뿐. 아내는 정신과 의사를 만났고, 의사로부터 신체적인 문제가 아닌 정신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 이럴 때 어떻게 하면 될까? 남편에게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과거에 살던 곳으로 다시 가자고 해야 하나?

일반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이런 식으로 결정을 내릴 것 같다. 문제는 환경이고, 남편이 직장 일로 인해 가정을 버리다시피 한 것이니까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면 되지 않는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아내의 결정을 남편이 인정하고 아내 말대로 현재의 직업과 위치를 버리고 과거의 조용한 삶으로 돌아갔을 때, 아내는 남편의 모습 속에서 행복을 느끼게 될까? 아마도 남편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생길 것이고, 이 또한 아내의 가슴 속에 멍에를 지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원인을 제거한다는 단순한 해결책보다 본질적인 것을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저자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한 중요한 의미는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그것을 마음껏 표현하라’ ‘하지만 슬픔은 언젠가는 사라진다. 마치 태양은 구름위로 올라가면 항상 밝게 빛을 내고 있을 것처럼’. 중요한 것은 현재 나에게 닥친 슬픔이 순간 지나가는 먹구름이며, 그 구름위에는 태양이 빛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구름위로 비상하든가, 아니면 슬픔을 받아들이던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가장 안 좋은 것은 내 앞에 던져진 슬픔을 외면하거나 그것 자체가 영원하리라 생각하며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포기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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