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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Class: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
Richard Florida 지음, 이길태 옮김 / 전자신문사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 신문을 보면 제조업을 다시 보자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이는 굴뚝사업의 중요성을 재조명하자는 말이 아니라, 그 동안 굴뚝산업을 중심으로 한국경제를 키워왔지만 이제는 제조보다 서비스산업에 중점을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엔 ‘서비스 산업 육성’이니 ‘지적자산관리’니 하는 말이 자주 나온다. 협회나 단체이름을 봐도 ‘지적, 지식, 정보 등’이 들어간 이름이 무척 많다.
그러나 국가나 공공기관, 경제단체, 통계 관련된 자료를 보면 아직도 제조업에 대한 지면은 몇 장씩 차지하지만 서비스업에 대한 비중은 한 페이지도 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무슨 규제는 또 그리 많은지. 미국 스타벅스에 가면 커피마시며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필요하면 그곳에서 음반을 구입할 수 있다. 병원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면 건물 안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 입맛에 맞는 식사를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 업종의 경쟁력을 키워주니, 특정 자격증의 시장을 안정화시키니 하면서 다른 사업과의 제휴나 융합, 복합서비스 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 많다. 가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 “한국 시장은 아직도 초보적인 단계예요. 고객은 여러 가지를 한 곳에서 구입하고자 원하는데 기업들이 그것을 제공하질 않거든요. 제가 컨설팅한 업체 한 곳은....” 들어보면 그럴듯하지만 내심 답답한 것은 그가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법적인 규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묻고 싶을 뿐이다. 대한민국은 하고 싶다고 해서, 순간 멋진 비즈니스모델이 떠올랐다고 해서 그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오직했으면 우리나라보다 의료기술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원정치료 때문에 돈 번다고 입이 벌어져있는 것을 손가락만 빨며 바라볼 수밖에 없는가. 물론 이제 정부도 이와 같은 규제를 푼다고 하니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세계경제 10위권에 드는 나라가 규제는 후진국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창조적 계급>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무척 시기적절하게 나온 책이라 느껴졌다. 물론 초기 출판일은 몇 년 전인 2002년이었지만, 당시에는 그리 빛을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세계경제의 위기보다는 장밋빛으로 물든 세상을 꿈꾸었고, 1인 기업, 온라인사업, 창조성 등의 단어가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때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제조업중심의 경제로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고 한다. 사람들 자체가 보다 더 나은 제품, 질적인 면이 아니라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만족을 줄 수 있는 부분으로, 을 원하기에 이런 제품을 위해서는 다양한 창의력과 서비스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한 창조적 계급의 사람들이 몰려 있는 업종을 보면, 물론 미국 상황이다, R&D, 출판, 소프트웨어, TV와 라디오, 디자인, 음악, 영화, 장난감 및 게임, 광고, 건축, 공연예술, 공예, 비디오 게임, 패션, 미술 등이며, 이들 분야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무려 43%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기에 조그마한 개인사업자들이나 하는 사업들, 그래서 불안하고 성장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사업들이지만 이들을 뭉쳐놓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투자대비 효율성면에서 제조업을 능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와 같은 시장이 이제 조금씩 자리 잡아 가는 중이라 눈에 잘 안 들어 올뿐이다.
게다가 이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장점이자 단점이 혼자 일하는 것, 독립성을 좋아한다는 것,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한다는 것이 서로가 가진 자산과 재능을 함께 어우러지게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말한 ‘창조적 계급의 공동체’이야기는 무척 설득력이 있다.
이제는 사람이 기업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사람을 찾아간다. 왜냐하면 과거와는 달리 창조성이 필요하고,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있을 때 그들의 생각을 보다 많이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국가정책담당자, 특히 지자체의 정책담당자가 꼭 봤으면 한다. 지자체의 활성화는 거대한 굴뚝사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지자체 내에 창조적 계급들을 모아 이들의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공간도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니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남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지자체만의 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