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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경영하라 - 리더라면 꼭 알아야 할 고품격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 다산라이프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직장을 그만둔 요즘, 가끔 예전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이유는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다. 나와 함께 일하던 직원들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가정에 돌아가면 소중한 아들, 딸이고 남편이자 아내인데, 나는 리더로써 그들에게 직장에 대한 희망을 주고 일에 대한 가치를 느끼게 해 주었나 하는 후회다.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나는 알량한 자존심 하나 믿고, 또 선배직장인들에게 배운 대로 그들을 대했다. 리더의 핵심은 주어진 일을 정해진 시간 내에 완수하는 것이라고 믿고 말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그리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실제 일을 중심으로 직원을 대하는 것과 사람을 중심으로 일을 대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이와 같은 차이는 실제 상황에서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그 일의 성과를 확인해 보면 금방 안다. 하지만 나 같은 리더들은 직원들을 관리해야 하는 대상처럼 생각하며 업무를 관리한다.
나를 알아야 진정한 리더가 된다. 이 책의 핵심문장이다. 언뜻 듣기에는 별로 어렵지 않은 말 같지만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 전체를 자세히 봐야 한다. 일반사람들은 리더란 남을 관리하는 사람이지, 자신을 되돌아보며 거기에 직원들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자세히 보면 ‘자신을 이해하라’는 말의 의미는 상대방의 생각과 태도를 과거의 경험이나 일반적인 논리를 갖고 무작정 판단하지 말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가치기제를 먼저 정확하게 이해하라는 말이다.
리더. 쉬운 일 같지만 쉽지 않은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는 각기 다른 반응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인간다루는 법, 말 잘하는 법, 업무계획을 평가하는 법과 같은 외적이고 스킬적인 면을 공부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을 알라는 말의 의미를 ‘방어적인 리더’의 모습을 극복하기 위함이라고 표현한다. 남이 하는 말과 그들의 행동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문제를 거기에 덮어씌우는 모습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그들이 지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스스로 자신의 눈과 마음에 방어막을 친 상태에서 상대방의 말이 얼마나 진실 되게 와 닿겠는가. 리더가 직원을 믿지 못한다면 그건 이미 리더로서의 자질을 절반 이상 상실한 것과 진배없다.
특히 자신 속에 감춰진 응어리진 마음을 풀지 못한 채 리더라는 막중한 업무를 맡게 되면 그건 정말 난감한 일이다. 자신의 상처가 순간적으로 들어나 상대에게 피해를 주고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자신의 문제를 별거 아닌 것처럼 생각하며 무시한다. 리더는 외부문제를 따지는 사람이지 내면을 분석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상처가 남의 말을 듣거나 의사 결정할 때 올바른 결정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
리더가 되려면 우선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 내가 무슨 말을 듣기를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내 가슴속에 남겨진 응어리는 무엇이며, 이런 것들이 내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남을 관리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과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심리학과 리더십과의 관계는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남을 알아야 조직을 이끈다는 생각, 자신의 가치에 문제에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그것에 의존해서 의사결정을 해 버리는 상황, 나는 항상 올바르다는 자만심, 그리고 내가 받는 스트레스가 내 자신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에게 그런 것들을 주고 있다는 피해의식, 이 모든 것은 바로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중대한 오류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다른 무엇인가를 듣거나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방어기제는 더욱 활발히 움직여 올바른 결정을 하지 못하게 한다. 이제 리더십이란 남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남을 먼저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남을 인정하는 것이란 것을 알았으면 한다. 바로 나에게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