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비즈니스 - 지속가능 경영을 꿈꾸는 초일류 기업들의 사회공헌 전략
마크 베니오프.칼리 애들러 지음, 김광수 옮김 / 해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기업이 변하고 있다. 얼마 전만해도 돈 버는데 급급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사회를 생각한다는 명분하에 자신들이 가진 것을 하나씩 내 놓고 있다. 일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도 일 년에 한두 번정도 자원봉사자를 모집해서 자원봉사활동을 실시했고,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도시락 무료급식사업도 함께 했다. 게다가 직원들만 자원봉사를 한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들도 소매를 걷어 붙이고 직접 도시락을 나눠주기도 했다. 왜 그럴까? 애써 번 돈을 다시 내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말이다.

아마도 이와 같은 기업의 변화는 소비자의 의식이 바뀌었기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는 좋은 상품, 적절한 가격, 충실한 사후관리정도면 만족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우리 덕분에 돈 벌었으니 그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맞지 않냐고 생각한다. 실제로 동일한 가격의 유사한 상품이라면 당신이라도 사회를 위해 뭔가 하는 기업체 상품을 사주지 않겠는가.

이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미국에 ‘벤엔젤리’라는 아이스크림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자신의 수익의 일부를 사회봉사기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장을 찾는 고객들과 함께 돈을 모아 더 많은 봉사활동을 유도한다.

그들이 하는 방식은 아이스크림 컵을 여러 개를 만들어 각 컵마다 지원하는 단체나 대상을 나눠놨다. 어떤 컵은 난민지원용 기금모집 컵이고, 어떤 컵은 빈민가 어린이들을 위한 컵이다. 고객들은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단체나 사람들에 해당하는 컵을 말하고, 거기에 아이스크림을 담아달라고 한다. 그러면 회사 입장에서는 각 컵의 판매액을 모아 일정수익을 해당 단체에 보내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실제 그 매장에 가면 부모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와 아이에게 컵의 용도를 알려준 다음에 아이 스스로가 선택하게 유도하는 장면을 자주 본다고 한다.

하지만 이 회사의 활동도 기부문화가 제대로 발달되지 못한 남미나 소련 등에서는 별 힘을 못 쓴다. 이런 모델도 역시 사회구성원들이 기부나 봉사라는 개념을 어느 정도 인식했을 때만이 가능한 것 같다.

이 책을 보면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은 여러 기업들이 자신의 수익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이야기다. 물론 ‘세상을 바꾸는 비즈니스’라는 말이 조금 거창한 것 같긴 하지만, 사실 이런 기업 덕분에 여러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따스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어느 정도 수준이성의 사람들이라면 별 것 아닌 것 같은 간단한 기계, 학용품, 신발, 전자제품들이 이런 기업을 통해 자원이 부족한 나라로 분배되고, 그들은 이런 활동에 힘입어 세상시민으로 자라고 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원봉사, 기부, 사회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업체들은 우선 CEO부터 봉사라는 단어에 무척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기업을 만들 때부터 나름대로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시작한 사람들이 대부부이며, 그런 자세가 기업 운영의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기부, 자원봉사를 하면 회사의 이미지가 올라가기에 한다는 기업은 오래할 수가 없다. 우선 정해진 액수를 투자하는 마음으로 내주고, 그 효과만을 바랄 테니 말이다.

또 하나 느낀 점은 사회를 도와주는 방법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사회봉사활동은 CEO혼자 하겠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물론 수익의 일정부분을 줄 수는 있겠지만 좀 더 분명한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조직원들이 참여가 필요하다. 또 이런 참여만이 사회봉사를 외부봉사차원에서 내부의 혁신과 인간중심의 상품개발로 이어갈 수 있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지원활동을 하려면 기업이 갖고 있는 강점과 자원을 활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저 돈만 주면 된다는 식의 지원활동은 오래가지 못한다. 오히려 건설업체가 자신들이 가진 건설노하우를 통해 무주택자 집을 만들어주고, 비료 만드는 기업이 좋은 비료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상공급하고, 병원이 오지에 의사를 보내 환자를 도와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남을 돕겠다면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부터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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