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주치의, 잇 팩터 IT Factor
마크 위스컵 지음, 안진환 옮김 / 다산북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가끔 전화나 메일, 문자가 온다. “일열님,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시간은 언제가 좋으세요?” 이런 말을 들으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두 가지. “예 알겠습니다. 화요일이 좋겠네요.” 아니면 “요즘 급한 일이 있어서 다음에 제가 연락드리죠.” 그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그 일이 내가 일부러 시간 내서 만날만한 일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이다. 아마 상대방은 무엇인가 내가 자신을 만날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기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이번에 책을 하나 기획하는데, 일열님의 글을...” “아니면 사업 하나를 구상 중인데, 일열님과 함께..” 등등 내가 충분히 관심가질 만한 일이고, 자신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낼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줄인 말을 유추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전화, 이메일, 쪽지, 문자메시지, 하다못해 편지라는 방법도 있는 상황에서 구지 나갈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나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이미 알고자 있다는 듯이, 또 간결한 말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것처럼 간단한 메시지만 전달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거절을 유도한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내가 외국 출장을 갔다 공항에 도착했다고 치자. 아내가 보고 싶고, 오늘은 둘이서 분위기 있는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오랜만에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나야. 지금 공항에 도착했어. 지금 나와. 내가 맛있는 것 사줄게.” 우리는 이 말 한마디면 내 생각을 충분히 아내에게 전달했다고 믿는다. 남편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에게 전화를 했고, 게다가 비싼 돈 들여 맛있는 것도 사준다는데 말이다. 감격할 일이라 생각하며 혼자 미소 짓는다. 그러나 이 말을 듣는 아내 입장에서는 그녀가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서 말의 의미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아내가 출장 갔다 오는 남편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놓고 남편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자. 이때 아내의 반응은 어떨 것 같은가? 아주 심하게 반응하는 경우, ‘아니, 이 인간이 내 음식은 맛이 없다는 거야. 뭐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면 당시 아내도 직장일 때문에 무척 바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아내는 이렇게 대꾸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맛있는 것 사가지고 집에 와서 먹자. 내 지금 바쁘거든....”

사실 내가 한 말 중에서 ‘맛있는 것 먹자’는 말은 아내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의 10%의 의미도 갖지 않은 말이다.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할 때 먹는 것만큼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없기 때문에, 맛있는 것이란 단어를 통해 아내를 사랑한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돈 써가며 비싼 돈에 데려간다는 행동을 통해 그 동안 아내가 무척 보고 싶었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생략된 상황에서 아내는 내 성의를 무시하고, 자신의 편리함만을 생각하는 사람처럼 대답을 한다. 이런!!!

이런 상황은 직장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상관인 당신이 부하 직원에게 분명히 지시한 것을 부하직원은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둘이 옥신각신한다. 당신은 말했다는 것을 주장하면서도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하고, 부하직원은 당시의 상황은 기억하지만 그때 당신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구구절절이 변명한다. (진작 이렇게 정성들여 말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가? 이유는 단 하나. 사람들은 누군가 말을 할 때 거기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 말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거나, 관심을 유발시키거나 흥밋거리가 되지 않는 한 상대방이 말할 때 딴 생각을 한다. 당장 급한 일, 내일 처리할 일, 퇴근하고 해야 할 일 등을 말이다. 하지만 당신은 ‘상사의 권위’로서 부하직원은 상사가 말할 때는 반드시 들을 것이란 가정을 갖고 말을 던졌고, 단지 던진 것이다, 부하직원은 그 말을 받았으리라, 아니 받아야 한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저자는 이런 상황을 보고 ‘부모님의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한다. 그들은 당신이 아기일 때 주절거리는 것을 보고는 칭찬하고, 힘을 더해주고, 더 말하라고 하며 당신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봤을 것이다. 이런 기억은 우리 마음속에 ‘아! 내가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구나.’라는 착각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상대방이 당신의 말을 듣는지 마는지 상관없이 말을 던지고는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다. ‘나 같은 위대한 사람이 한 말이기에 잘 기억하겠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들을 것도, 기억할 것도, 관심을 줄 것도 많고, 당신이 한 말도 그들 중의 하나이기에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 바로 ‘잇 팩터’라고 한다.

자신의 말에 힘을 실고 싶으면, 보다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면, 자신의 의도를 상대방에게 분명히, 오해 없이 전달하고 싶으면 이 책을 봐라. 평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내던지던 말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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