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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2평의 성공신화
차기현 지음 / 이너북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랜드하면 떠오르는 게 이랜드, 언더우드, 블랜타노, 헌트 등의 다양한 브랜드와 이들 상품을 예쁘게 진열해 놓은 매장, 가방처럼 들고 다녀도 별 문제없을 만큼 폼 나는 쇼핑백 등이다. 내가 이 회사를 주의 깊게 보기 시작한 게 1900년 초였던가, 건강상품 회사에서 브랜드 확장을 고민할 때였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브랜드가 나오고, 새로 만들어진 브랜드 매장마다 손님들이 꽉꽉 찼으니 신상품 개발하는 사람으로써는 당연히 눈이 가는 기업이었다.
당시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는 “보세품을 취급하면서 배운 옷감 싸게 사는 방법을 통해 옷을 싸게 만들어 낸다.” “신규 사업을 만들 때는 지하실 창고에 조그마한 공간을 하나 주고 거기서 사업을 시작한 다음 성공하면 회사를 하나 세워줬다.” “이런 식으로 브랜드를 키워 가면 곧 모든 계층의 브랜드를 다 만들어 낼 것이다.” “이들은 악착같아서 하나의 상권에서 브랜드 하나가 성공하면 바로 그곳을 이랜드 브랜드로 도배한다.” 등의 이야기였다.
당시에는 브랜드 하나 잘 키워 편하게 사업하면 된다는 게 상식처럼 들릴 때였고, 항공모함 전법, 즉 거대한 모기업 하나를 구축하고 그 주위를 호위선으로 둘러싸는 일본식 전략이 성행할 때였기에, 조그마한 브랜드들로, 마치 난장이 집단 같은 모양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그들이 무척 희한한 종족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브랜드를 잘 관리한다는 생각만 했지, 그런 조직 같고 현재의 기업규모를 만들어 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언젠가 이랜드건설이란 회사이름을 보고 놀란 적이 있으니까 말이다. 무척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이랜드의 저력을 알게 되었고, 그들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물론 이랜드그룹의 규모가 커진 것은 내가 알고 있던 브랜드 전략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지만, 그것도 어떻게 보면 이랜드의 지식경영 덕분이기에 그것도 이랜드의 저력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이랜드의 강점을 '남 중심적 사고‘에서 찾고 있다. 이랜드의 최고경영자가 강연이나 기자회견에서 이랜드의 성공비결을 “다른 제품보다 질 좋은 제품을 다른 이들보다 싸게 판 것”이라고 하는데 그 의미가 바로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고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파는 것이고, “남 중심적 경영”의 핵심철학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통해 이랜드의 경영방식을 접하다보면 평소 생각지 못한,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우리 주변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무척 독특한 내용들을 자주 본다. 이랜드의 성장과정에서, 그들이 상품을 기획, 생산하는 절차에서, 만들어진 상품의 가격을 책정하는 방법을 통해, 유통망을 구축하는 과정과 직원훈련방식, 직원에 대한 평가관, 게다가 자기 몸보다 몇 배나 큰 기업을 간단하게 인수하는 기법까지 주변에서 흔히 보지 못한 신선한 내용들이 무척 많았다.
특히 이 중에서 이랜드의 가격 책정법은 블루오션에서 김위찬 교수가 주장한 가격책정법과 거의 유사한 방법을 택하고 있었고, 이랜드가 타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은 마치 포시즌스 호텔이 호텔 자제는 자신들이 소유하지 않고 경영만을 목적으로 호텔을 운영하는 것과 무척 흡사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즉 남들이 좋다고 말한 경영방식 중에서 자신들에게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것만 골라 그것을 집중적으로 개발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간단히 말하면 세상에 널려있는 경영방식을 지식경영을 통해 발전시켰다는 느낌이다. 한 마디로 놀라운 기업이다.
다만, 저자도 잠깐 언급했지만,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랜드의 기업문화가 일정한 목표를 갖고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업종에는 적합하겠지만, 비정형적인 사업구조를 갖고 상상력 하나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창조기반의 사업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보통신, 게임, 영화와 같이 컨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분야다.
그러나 한 기업이 모든 것은 잘 할 수 없는 법. 이랜드만의 고유한 문화를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그들이 현재 목표로 한 패션, 유통, 레저분야에서만 성공해도 지금보다 몇 배가 큰 기업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하나, 현대그룹도자동차 하나 갖고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자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