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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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언제 죽을지 안다는 것이 과연 행운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머리로는 알면서도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행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죽음을 이해한 사람에게는 행운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긴 세월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죽는 날을 알게 되어 괴롭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이 마무리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자신의 죽음도 문제지만, 아버지를 잃어버릴 세 명의 아이들 걱정이다. 남들과 달리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할 수 없는 아이들이 불쌍하고, 세상에 남을 이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누가 해 줄 것인지,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걱정을 강의로써 해결하려고 했다. 자신이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개인적으로 녹음을 하거나 집에서 비디오를 통해 녹화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이 듣고 있는, 그리고 그들도 인정하는 말을 공개석상에서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죽음을 직면한 사람이 썼다고 보기에는 내용이 발랄하고 재미있다. 사람들은 이 책을 읽다보면 ‘이 사람이 정말 곧 죽을 사람 맞아?“ 하고 의심할 정도다. 저자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랑스럽고 추억에 남은 내용들을 골라 평소 강의하듯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고통 속에서 헤매다가 죽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세상을 살아오면서 배운 지혜들을 평소 생각한대로 가식없이 이야기한다. 절대적인 진리라기보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부모에게 배웠고 자신이 옳다고 믿은 삶의 방식을 아이들이 저자의 앞에서 강의를 듣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역시 죽음을 앞에 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의 글 중간 중간에서 죽음을 직면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의 단면을 보게 된다. 세상을 더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야한다는 것에 대한 괴로움,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곳에 놔둔 채 자기 혼자 떠나야한다는 것에 대한 슬픔이다. 그는 평소 자신의 죽음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지만 가끔 그것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그 때는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운다고 고백한다. 특히 혼자 샤워할 때 그런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그 동안 죽음에 대한 책을 여러 권 봤는데 그런 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내용이 몇 개 있다. 첫째는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마라. 그런 걱정은 그 때가서 해서 늦지 않기에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맞이하라. 둘째,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라. 남을 속이거나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하지 말고 항상 솔직하게 말하고 대하라. 셋째. 자신 앞에 놓인, 자신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항상 감사하라. 그것은 삶이 주는 축복이고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불평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거기서 무엇인가를 얻으려 하라. 넷째. 뭔가 문제가 있거나 장애물이 있으면 고민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라. 안된다고 가만히 앉아 걱정하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것이 해결가능성이 높다.

이 책에도 이와 같은 내용들이 어김없이 나온다. 물론 자신이 살아온 삶을 아이들에게 전하겠다는 마음으로 한 말이니까 심오한 문장이나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결론은 앞서 저자와 같은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 한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도 이게 삶의 본질인가 보다.

내가 만일 저자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죽음과 함께 살아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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