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감수하라 - 최상의 선택을 위한 모험의 기술
벤 카슨 지음, 정미나 옮김 / 해피니언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돈버는 감성>의 저자인 시마 노부히코에 따르면 20세기 중반의 남성들은 대량 생산을 추구하는 기업에 입사해서 국민에게 싸고, 품질 좋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제공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되는 잔업에도 굴하지 않고 땀과 눈물과 근성으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당시의 아내들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가사노동과 자녀교육을 비롯해 부모님을 봉양하는데 시간을 쏟았으며 물질적으로 더욱 풍족한 삶을 위해 저축에 힘썼다. 이 시기의 여행은 휴실을 위한 여행이든 연회나 골프요행이든지 간에 남성 중심이었기 때문에 벳푸 등의 인근에 있는 연회 형 대형호텔, 대규모의 관광 온천호텔이 유행했고, 매출액이 큰 대기업이나 많은 수익을 남기는 우수기업이 인기기업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남성에 여성, 노년이 가세하여 시장을 이끌어가기 시작하더니 과거 땀과 눈물, 근면, 저축, 대기업 일변도, 입신출세 등을 추구하던 가치관은 ‘치유’ ‘은유자적’ ‘느긋함‘ ’편안함‘ ’여유‘ 등 웰빙을 추구하는 것으로 변화했고, 직업이나 라이프스타일도 안정보다는 흥분되고 즐거우며 창조적인 삶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시마 노부히코는 이와 같은 일본의 변화와 함께 삶의 키워드도 변했는데, 현 일본사회의 키워드는 ‘안전, 안심’ ‘청결’ ‘건강’ ‘살기 편한 커뮤니티’ ‘간호, 의료’ ‘교육’ ‘자연환경’ ‘문화, 전통, 역사’ ‘엔터테인먼트’ ‘즐거운 식사‘ ’친구, 가족‘이라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안전‘과 ’즐거움‘ ’커뮤니티‘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고령화를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는 어디를 봐도 ‘안전’이란 개념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하다못해 음식점, 그것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의 칼로리를 공개하기 시작했고, 원산지 표시가 안 된 식품은 팔수도 없는 세상이 되었다. 개인의 재산과 외부 침입으로 보호하는 산업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성장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위험을 무릎 쓰라’고 외치면 과연 사람들이 관심 있게 쳐다봐 줄까? 그러나 나도 당신도 인정하는 한 가지 사실은 남보다 나아지려면,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떨치려면 위험을 감수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책 <위험을 감수하라>는 바로 사회통념과는 달리 자신 앞에 놓인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신경외과 의사의 이야기이다. 그는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서 신경외과, 성형외과, 종양학과, 소아과 교수이자 소아신경외과 과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그의 위험에 대한 태도는 세계최초 샴쌍둥이 분리수술 성공이라는 명성을 얻은 사람이다. 현재 의사라는 직업 외에도 켈로그, 코스트코, 아메리칸즈 프라미스 등의 대기업 이사이며, 예일대학고 이사회의 명예의원이다.

이 책 표지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는 휴가를 떠나면서 여행자 보험에 들고 새 차를 사면서 안전검사를 한다. 돈을 더 지불하면서까지 가전제품의 보증기간을 연장하기도 한다. 우리의 안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삶의 위험들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킴으로써 잠재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보석 같은 기회를 놓쳐버리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의 현 상황을 비꼬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얼마 전부터 건강을 위해 별도의 보험가입을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동일한 기능의 노트북이 타사제품보다 무료 40~50만원이나 비싼데도 불구하고 삼성노트북을 고민하니 말이다. 전자제품을 아는 사람들은 이런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까짓 A/S 때문에 본 제품 값의 50%나 더 줄 필요가 있냐고 하면서 말이다.

왜 그럴까? 내가 태어난 1950년대 말, 한창 공부하던 1970년대, 사회생활을 시작한 1980년대에 비해 더 풍요롭게, 편하고, 안전한 환경인데도 불구하고 세상에 대한 불안감은 나날이 커져간다.

이런 상황에 대해 가빈 드 베커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수년 전에 비해 두려워 할 것들이 더 많아졌다. 위성 시대에 사는 오늘날의 우리는 자신의 재난만을 겪지 않고 모든 이들의 재난을 겪고 있다. 그러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결국 아는 게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다. 예전에는 이보다 더한 일도 별 것 아닌 것같이 지냈건만 이제는 세계 구석진 곳에서 발병한 조금한 질병하나도 마치 전 세계로 확산될 것 같이 보이게 되었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보편적인 오해의 늪에 빠져서 드물고 의례적인 위험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과대평가하여 지나친 걱정을 하는가 하면 발생확률이 더 높으며 뭔가 실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수많은 일상적 위험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와 인터뷰 한 방송국 기자가 저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과학실에서 살아있는 동물들을 만지고 보면서 의사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방송국은 그의 말을 듣고 학교를 찾아갔으나 과학실에 있던 동물들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담당교사는 살아있는 동물들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없앴다고 대답했다.

나는 저자의 표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당시 저자의 심정이 위에 말한 말 같았으리라.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 유감스러운 결정을 내린 학교 당국은 계속해서 학생들이 과학실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관찰하고 키우도록 할 경우,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라는 단 하나의 위험분석 질문만을 염두에 두었을 터였다. 물론 그 답은 학생이 다쳐서 가족들이 학교를 고소하게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해서 학생들이 과학실에서 살아 있는 동물들을 관찰하고 키우도록 할 경우, 예상되는 최선의 상황은 무엇일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다. 그랬다면 과학 수업이 더 흥미로워져 학생들이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저자는 예전에 플로리다의 잇따른 살인사건을 이야기한다. 매스컴에서 22건의 살인사건을 며칠 동안 다루었는데 그 바람에 매년 관광오던 4,000만 명의 관광객들이 대부분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4,000만 명 중의 22명, 밖에 나오지 않고 집에 가만히 있는 사람이 살해될 숫자보다 작은 수라고 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이야기하자면 이런 식의 통계자료는 무수히 많지만, 수익성 때문에 기사를 선정하는 언론사의 태도도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 책의 저자인 벤 카슨은 세계에서 남들이 하기 꺼리는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 냄으로써 명성을 얻었다. 그는 항상 남들이 거부하는, 실패확률이 무척 높은 수술을 하면서 4가지 사항을 고민했다고 한다. 즉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저자 나름대로의 판단기준이다.

이것을 하면 최선의 상황은 뭐가 될까?

이것을 하면 최악의 상황은 뭐가 될까?

이것을 하지 않으면 최선의 상황은 뭐가 될까?

이것을 하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은 뭐가 될까?

언뜻 보기에는 무척 단순한 질문인 것 같지만 이 질문에만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어도 무척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판단의 결과가 항상 바란 대로 나타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바란 결과가 아니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와 비슷한 질문에 답을 찾으면서 결론은 내린 것 같고, 그 후 내가 원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해도 그리 후회하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당시 결론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었기 때문이다.

한 예가 바로 몇 년 전 회사를 퇴사할 때까지의 고민이었고, 당시 내 자신에게 물어봤던 질문이 벤 카슨이 사용하는 질문이었다. 물론 똑 같지는 않지만. 그리고 지금 퇴사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직장인 시절보다 직업의 안정성이나 경제적인 문제가 안 좋다 해도 내가 내린 결정이 당시 상황에서는 최선의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위험이란 하나의 기회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친구, 조지 루카스 같은 사람과 이야기해보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누군가 어떤 분야에서 얼마나 성공할지는 그 분야에서 제기되는 위험들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잠시 역사에 크나큰 영향력을 미쳤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라. 그들의 행동이 어떠했고, 그들의 특징적인 성격이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 아마도 그들은 특별하게 만든 것은 애체로 위험과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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