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젊음에게 - 우리가 가져야 할 일과 인생에 대한 마음가짐
구본형 지음 / 청림출판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딸이 첫 직장에 출근하는 모습을 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 나는 아직 아이가 직장 다닐 만큼 크지 않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이해가 되는 것은 얼마 전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느낀 감정 때문이다.

며칠 전, 금년에 대학을 들어간 우리 아이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할 것라고 하면서 무척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새벽 4시까지.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 졌다. 경험삼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좋지만 새벽 4시까지 일한다는 것이 과연 잘했다고 칭찬해야 할 일인지....잘못하면 다음 날 하루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아이 스스로가 선택할 일을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일주일에 단지 며칠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부모 입장에서는 이리 신경이 쓰이는데 자식이 직장생활을 시작할 경우에는 어떤 마음이 들까? 부모 자신의 직장경험에 달리지 않았을까 싶다. 자기 스스로가 활기찬 직장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무척 자랑스럽게 느끼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측은하게 느끼지 않을까. ‘저 놈도 이제 고생 시작이구나.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지 뭐.’ 하면서 말이다.

이 책 [세월이 젊음에게]는 딸이 직장에 첫 출근하는 것을 본 아버지가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 말대로 딸을 앉혀놓고 말하면 잔소리이지만 이렇게 책으로 써 주면 그건 소중한 선물이 될 테니 말이다. (이 책을 보고 나도 내 아들에게 대학생활에 대한 책을 하나 써 주고 싶다는 강한 의욕이 생겼다) 저자는 20년 동안을 직장인으로 살아 온, 직장생활의 단 맛, 쓴 맛을 다 본 사람으로 어떤 직장인이 환영받는 직장인인지 충분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직장생활 자체를 무척 활기차게 보낸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책 내용도 직장인에 대해 쓴 다른 책들과는 달리 무척 밝고 힘이 있다. 고통과 아픔보다는 희망과 기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조직 내 비리나 압력 같은 것보다는 건설적인 모습의 직장생활을 그리고 있다. 일반 직장인들이 봤을 때 기존의 책들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사실 그 동안 직장인 대상의 처세술 책을 보면서 거부감을 느낀 것은 대부분의 저자들이 직장을 마치 지옥처럼, 상대방을 잡아먹지 않으면 자신이 먹히는 곳처럼 묘사했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줘서 책을 팔겠다는 그런 느낌을 강하게 주는 책들이었다. 어떤 출판사에서 나에게 직장인의 모습을 좀 더 활기차게 그린 책을 써 줄 수 없겠냐는 주문이 들어올 정도였으니 그 동안 출판사들도 조금 너무하긴 했던 것 같다. (아마도 출판사가 나에게 그런 책을 써 달라고 주문했던 이유는 나 역시 20여 년 동안 직원 3명이 점심때는 직접 밥을 해 먹는 조그마한 자영업 회사에서 남들이 재벌기업이라고 하는 대기업까지 다양한 회사에서 근무해 봤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에는 더 급히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사양했지만.)

책 내용 중에 가장 좋은 부분은 역시 앞부분으로, 일을 빛내는 기술과 원칙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한 흑인의 예는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남들이 볼 때, 아니 웬만한 사람이라면 기업에 원서를 내지도 못할 것 같은 사람이 자신의 약점을 기업이 원하는 직원 상에 맞춰 풀어가는 모습은 읽으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못했지’하는 아쉬움이 생길 정도였다.

또 일에 끌려 다니지 말고, 일과 나 사이의 어울림을 찾아라 부분은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수준을 넘어 일을 풀어가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 이에 맞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부분으로, 뭐든지 하라, 잘하는 것을 하라,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류의 책에서는 보기 힘든 조언이었다.

그들은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는 것인데, 실제 현실사회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 그런 것을 찾기도 어렵지만, 어떻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있겠는가. 도리어 저자 말처럼 어떤 일이든지 간에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일을 풀어나가라는 말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람, 또 직장생활을 좀 더 힘차게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기존 책처럼 직장을 두려움의 존재로 설명하지 않고도 직장생활의 의미와 바람직한 직장인의 모습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잘 표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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