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헤일로 이펙트 - 기업의 성공을 가로막는 9가지 망상
필 로젠츠바이크 지음, 이주형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는 장교들에게 부하의 다양한 특성(지능, 체격, 리더십, 성격 등)을 평가해 보라고 했다. 결과는 평소 장교가 탁월한 군인이라 생각하는 사병들은 모든 면에서 높게 평가되었고, 평균 이하라고 생각되는 사병들은 모든 측면에서 낮게 평가되었다. 상식적으로 이게 가능할까? 하지만 평가자(장교)들은 자신이 좋은 군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병 모두를 미남이고, 품행이 바르고, 사격솜씨도 좋고, 전투화도 잘 닦는 군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 그런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손다이크는 이와 같은 결과를 놓고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은 개인, 또는 사물의 구체적인 특성을 각기 분리해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인상을 토대로 구체적인 특성들을 추론하는 경향이 있다.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사병은 실제로 모든 면에서 탁월한 것이 아니고, 평가자가 갖고 있는 좋은 느낌이라는 후광효과를 받은 것이다. 그럼 반대의 사람들은? 그들은 재수 없게 데블(악마)이펙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정당에 대한 평가 등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은 한 정당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지,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싫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아니 평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기 싫어한다. 심리적으로 일관된 것을 원하기 때문에 하나가 좋으면 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이 책 [헤일로이펙트]는 ‘좋은 한 가지가 다른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는 현상이 특정 경영자의 경영성과 평가, 사업 성공을 평가할 때도 많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한 책이다.
한 예로, 저자는 ‘레고’의 경영자 교체 이야기를 한다. 덴마크의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인 ‘레고’는 2004년 1월 폴 플로그먼(C.O.O. 최고운영책임자)를 해고했다. 이유는 크리스마스 판매실적이 최악이었고, 수익이 25% 하락했으며, 2억 3,000만 달러의 적자를 봤기 때문이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창업자의 손자인 키옐드 커크 크리스티안센은 이렇게 말했다. “레고가 본업에서 벗어나 해리포터 등과 같은 흥행작의 캐릭터상품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J.K 롤링의 해리포터 책은 꾸준히 성공을 거뒀지만, 캐릭터 상품은 인기가 없었다.”
이 상황에서 저자가 지적한 것은 바로 크리스티안센이 제시한 해결책, 즉 “레고는 기본으로 돌아가겠다. 우리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핵심 상품의 잠재적 매력에 집중할 것이다.”이었다.
저자는 묻는다. GE(오랫동안 전구, 냉장고 등을 만들어온 회사)가 1980년대에 전기, 전자제품을 비롯한 일부 전통사업을 매각하고, 상업금융 및 소비자금융, 보험업을 포괄하는 금융서비스업으로 진출했을 때 사람들은 GE를 보고 핵심 사업에서 벗어났다고 문제제기를 했는가? 이런 결정을 내린 GE의 CEO는 핵심 사업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는가?
저자는 레고와 GE의 상황을 비교하며 이렇게 말한다. “만약 해리포터 캐릭터의 레고블록이 ‘레고’의 핵심 사업에서 벗어났다면, ‘레고’의 핵심사업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레고의 핵심 사업이 전통적인 조립블록에 한정된다면 20억 달러의 매출을 지닌 회사가 어떻게 성장기회를 잡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필자 생각도 기존의 짜 맞추는 플라스틱블록을 특정캐릭터로 만들도록 조금 변형한 것, 단순한 블록에 약간의 기술을 더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핵심사업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라면, 그래서 CEO가 해고되어야 한다면 세상의 모든 CEO는 기존 것만 가지고 회사를 키우겠다고 난리법석을 떨어야 할 것 같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저자가 레고 경영진의 해고를 문제 삼은 이유는 ‘핵심사업’이 무엇인가를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특정 경영자나 사업전략의 우수성의 평가기준이 경영자의 자질, 기업의 전략, 구체적인 행동이 아닌, ‘수익성’이라는 점 때문이다.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말 속에는 현실을 왜곡하는 큰 문제가 숨어 있다. 즉 수익성이 좋은 기업은 무엇을 해도 잘한 것이고, 수익성이 나쁜 기업은 어떤 행동을 해도 문제 있다고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뭐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돈만 벌면 어떤 행동이든지 다 찬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무척 위험한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해고된 레고의 책임자, 폴 플로그먼도 만약 회사의 수익이 좋았다면 절대로 핵심 사업을 벗어났다는 오명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사업을 핵심 사업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 수익 악화에 따른 책임을 진 것이다. 단지 해고하려니 뭔가 이유가 있어야 했고, 그것이 바로 만만한 표현인 핵심사업 이탈, 방만한 경영, 수익을 무시였을 뿐이다.
수익성이 좋은 기업이면 핵심 사업에 집중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일을 수익이 나쁜 기업 같으면 성장엔진을 찾지 못하고 정체되었다고 욕먹을 것이고, 수익성 좋은 기업이면 직원들의 행동에 최대한 자율권을 줬다고 평가받을 일을 반대 회사에서는 기업 내 규율이 없다고 평가받기 십상이다. 게다가 기업을 이끄는 CEO도 자신의 기업을 평가할 때 이와 같은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기업 성과가 좋을 때는 모든 것을 다 좋게 보다가도, 성과가 나빠지면 정 반대로 해석해 버린다는 것이다. 불쌍한 게 직원들 아니겠는가.
저자는 경영자들이 즐겨보는 몇 권의 책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업성공분야에서 초베스트셀러인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먼이 쓴 <초우량기업의 조건>, 짐 콜린스가 쓴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이다. 그가 의문을 품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 이들이 책을 쓸 때 참고한 자료에 대한 것이고, 둘째, 성공한 기업의 특성을 연구한다면서 반대쪽 기업, 즉 실패한 기업들을 함께 비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첫째, 저자가 앞에서 말한 책들이 참고한 자료에 대해 의문을 품은 것은 그들이 본 자료들이 헤일로이펙트(후광효과)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 때문이다. 즉 톰 피터스나 짐 콜린스가 조사한 기업들은 조사 당시 모두 성공한 기업들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에 대한 평가 자체가 긍정적일 수밖에 없고, 더욱이 실패한 기업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까지도 모두 장점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명의 저자가 아무리 과학적인 절차를 밟았다고 해도, 사용한 자료(경영자의 자서전, 전문가들의 평가, 신문, 잡지 기사, 경영자와의 인터뷰나 자기기술 설문지 등)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다면 결론 역시 잘못된 것이 아니겠는가 반문한다. 따라서 앞에서 말한 두 권의 책 내용은 실제와는 다른, 기업의 수익성에 따라 평가된 허상의 결과라는 것이다.
둘째, 그들이 쓴 책의 본질적인 문제는 비교대상이 없다는 점이다. 즉 성공한 기업의 이유를 찾으려면, 성공하지 못한 기업과 실패기업을 비교해서 성공기업만의 특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성공기업만을 조사함으로써 성공기업과 같은 사업전략을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기업들의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필 로젠츠바이크는 이렇게 말한다. “고혈압의 원인을 규명하려 한다고 하자. 고혈압 환자들만 조사한다면 결코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다. 고혈압 환자들을 정상인 표본과 비교할 때만 그 원인을 조사할 수 있다. 기업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된다. 우량기업들만 조사해서는 그들이 다른 기업들보다 좋은 실적을 거두는 이유를 밝혀낼 수가 없다... 나는 이것을 반쪽 진실의 망상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성공한 기업들만 비교하면 원하는 대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지만, 결코 정확한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짐 콜린스의 책은 톰 피터스의 책 <초우량기업의 조건>과는 달리 비교 기업을 함께 검토하긴 했다. 그러나 이 책 역시 그들이 사용한 자료 자체가 헤일로이펙트(후광효과)를 벗어나지 못한 것들이었다. 톰 피터스가 사용한 것과 거의 유사한 자료들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불완전한 내용의 책이 왜 그렇게 공전의 히트를 쳤고, 저자들을 세계적인 컨설턴트로 돈방석에 앉게 했을까? 저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게 인기몰이를 한 이유는 이야기로서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국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고 성공한 이야기를 기술했다. 경영자들은 몇 가지 핵심요인, 즉 사람과 고객 및 행동을 중심으로 관찰했고, 그것은 창조적 자극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다면 앞에서 언급한 두 권의 책보다 더 전문적인 연구 자료들, 즉 다양한 경영활동들이 기업성공에 주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류의 책들은 왜 경영자들에게 호평을 받지 못했을까? 보다 더 과학적으로 입증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것은 바로 저자가 말한 이야기적인 측면, 즉 호소력 면에서, 전달내용의 흥미 면에서, 또 간단하게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를 원하는 경영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결정적인 자료는 톰 피터스의 [초우량기업의 조건]과 짐 콜린스의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에서 초우량기업이라고 평가한 기업들의 모습이다. 톰 피터스가 말한 초우량기업 43개 중 책이 출간된 1980년부터 이후 4년간 1984년까지 실적을 분석해 본 결과 공개자료 수집이 가능한 35개 기업 중 시장지수수익률 이상을 올린 기업은 12개뿐이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기간을 10년으로 늘렸어도 마찬가지였다. (13개 기업 뿐이었다) 짐 콜린스가 말한 17개 기업 중 연구가 완료된 1990년부터 1995년까지 수익성이 향상된 기업은 5개에 불과했고, 11개 기업은 하락했으며, 1개 기업은 정체되었다. 저자는 ‘초우량’기업이라면 최소한 10년은 버텨줘야 할 것 아니냐고 한다. 조용한 고속버스에서 책을 보다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을 뻔 했던 대목이었다. ‘그래 맞아. ‘초’우량기업이면 썩어도 준치라고 10년은 버텨줘야지.‘
하지만 아쉬운 것은 저자 역시 기업성공의 모델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생각을 요약해 보면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우선 지속가능한 ‘초우량기업’이란 존재할 수 없고, 성공에 대한 불변의 법칙도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떤 경쟁자가 나올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설사 경쟁자가 없다손 치더라도 스스로가 판 함정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점에 도달한 성공기업의 수익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래로 떨어지고, 보통기업의 수익률은 정점을 향해 올라가다 보니 시장 전체의 수익률 평균값은 항상 일정하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공평한 시장논리다.
두 번째는 톰 피터스나 짐 콜린스가 말한 몇 개의 법칙에 연연하지 말고 기업을 살릴 수 있는 ‘전략수립’과 이의 ‘실행’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즉 톰 피터스와 짐 콜린스가 사업성공에 필요한 몇 가지 요소를 대략적으로 알려주었으니(이 내용들이 100%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하더라도), 이것들을 당신기업에 알맞게 조합해서(전략수립)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하라는 말이다. ‘경영자 당신이 알아서 하라’ 이것이 결론이다.
하지만 저자에게 고마운 것은 사업성공을 고민하는 경영자들에게 몇 가지 힌트를 줬다는 점이다. 책 마지막에 나온 몇 명의 경영자 이야기가 그것인데, 골드만삭스에서 26년 동안 근무했고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확률게임), 세계적인 기업인 인텔의 앤디 그로브(신기술 게임), 크지는 않지만 항상 마케팅사례에 등장하는, 예쁜 마우스와 키보드 등으로 유명한 로지텍의 드 루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이든 눈에 보이는 대로 믿지 않고 항상 면밀히 따져본다는 것, 자신의 직감보다는 분명한 자료를 근거하여 판단하고자 노력한다는 점, 시장의 변화를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 변화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믿는다는 점, 그래서 필요하다면 자신의 강점이라도 차별성이 없다면 스스로 파괴할 줄 안다는 점이다.
세상에 불변의 법칙은 없는 것 같고, 있다손 치더라도 누구에게나 다 맞는 대중적인 법칙은 더더욱 없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로버트 루빈이나 앤디 그로브처럼 세상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를 잘 조합 한 후, 이를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즉 마케팅의 본질인 시장조사와 기획(전략), 그리고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