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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에 빠진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뜻밖의 미스터리
치우커핑 지음, 이지은 옮김 / 두리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역사는 항상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세상 일이 항상 한 가지 방향으로만 전개되는 것이 아니기에 누군가 이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취사선택해서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진실이 왜곡되어 사실과 다르게 승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역사가 기록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진주만 공습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이다.
저자는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할 때 그 사실을 미국에 미리 알렸다고 한다. 그러나 전쟁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권력자들은 국민들을 쉽게 설득시키기 위해, 일본이 먼저 미국을 선제공격한 것처럼 만들어 참전의 이유를 만들었다고 한다. 즉 일본 공격을 이미 알고도 진주만이 쑥대밭이 되도록 놓아 두었다는 말이다.
또 한 가지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이야기다. 이것도 역시 미국의 젊은 병사들을 더 이상 죽게 놔 둘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원폭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원자폭탄의 위력을 시험하고 소련을 겁주기 위한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내용을 읽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어보면 가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 나오고 그것이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시킨다. 그러나 사건 하나하나가 너무 간단하게 정리되어 세계사에 대한 의문점을 풀기보다는 겉 핣기 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무척 많은 것 같다. 게다가 한 제목 당 한 페이지 조금 넘은 분량의 내용으로는 그저 요약내용 그 이상을 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날개 잃은 천사, 밀로의 비너스 이야기는 너무 오랫동안 들어 왔던 이야기다. 우연히 발견된 여신상, 그 때부터 두 팔이 왜 없어졌는지, 많은 학자들이 팔의 모양을 가지고 싸웠고,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나 팔 없는 지금의 모습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 몇 번이나 들은 이야기이다. 근데 책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간단히 요약한 다음에 ‘왜?’라는 의문점에서 끝났다. 이 책에서도 해답이 아닌 의문으로 끝이 난 것이다.
시저와 브루투스에 대한 이야기 역시 이미 알고 있는 내용 그 이상이 없다. 시저가 죽기 전에 한 말, 그를 자신의 친아들처럼 생각했다는 말, 그러나 브루투스는 시저를 자신의 적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는 말, 그것이 다이다.
노예무역에 대한 이야기도 이미 더 자세한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봤고, 그 당시의 참상을 익히 알고 있는 바다. 수백만 명의 흑인노예가 잡혀왔는데, 그들을 대륙으로 운송하는 가운데에서 수 많은 노예들이 죽었는데 거기서 무슨 의문이 생기는가? 이 내용이 ‘의문의 세계사’라는 제목의 책에 들어온 이유를 잘 모르겠다.
또 페스트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과거 유럽에 무서운 병이 돌았는데 그게 바로 페스트였고, 죽은 시체가 넘쳐나 길바닥에 버려진 채였다. 그러다 보니 시체들이 전염병을 더 악화시켰고, 그런 식으로 전 유럽으로 확대되었다는 이야기다. 그 이상의 이야기가 있으려면 페스트가 왜 발생했는지, 아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이유 때문에, 누군가 고의적으로 병을 만들어 냈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가 있어야 그것이 ‘의문의 세계사’가 되는 것 아닌가.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거기서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 말고 또 무엇이 있는지 그 이상 이야기가 없다. 그저 무서운 병이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한 페이지 내용으로 끝이다.
여자일지 모른다는 히틀러 이야기, 나치스의 상징은 하켄크로이츠 이야기, 자유의 투사 드골의 이야기, 조지 패튼 장군의 이야기, UN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 마셜플랜에 대한 이야기, 케네디와 카스트로에 대한 이야기, 빌 클린턴의 이야기, 다이애나 왕비 이야기 등에서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최소한 의문의 세계사라는 제목의 책이라면 어떤 점이 왜 의문스러운지, 그것이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왜 다르게 전달되었는지 당시의 상황과 등장인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좀 더 자세히 설명했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의문을 푸는 것이 아니라. 평소 궁금했던 것을 나열했다는 것 그 이상의 내용을 찾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