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넥션 - 너를 치유하고 나를 치유한다
에릭 펄 지음, 이병렬 옮김 / 북스넛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한 여성이 아이를 낳다 죽었다. 그녀는 기존의 ‘임사체험’ 책에 나온 내용과 거의 비슷한 과정을 거쳐 영원한 빛 가운데로 들어갔지만 그 때 어디선가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싫다고 거부하다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의 체험을 모은 임사체험 책을 보면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은 거의 비슷한 말을 한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그토록 죽기를 거부하던 사람이 빛 가운데로 들어가면 다시는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세상살이가 힘들긴 한가보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가 바로 이 책, 리커넥션의 저자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후체험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이고.

저자는 어릴 때부터 조금 남다른 면이 있었다. 영적으로 발달했다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기도 하고, 주변에서 무엇인가 오가는 물체를 느끼기도 하고, 또 몸 안에 이상한 전류가 흐르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지진이 일어날 것을 자주 느꼈다고 한다. 당연히 그가 예상한 지진이 곧 일어났고.

어른이 되어 카이로프랙틱 의사가 된 그에게 어느 날부터인가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환자의 아픈 부위에 손을 대기만 하면 병이 낫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그도 이러한 상황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환자를 치료한 후, 환자가 아프다고 했던 부위가 아프고, 어떤 때는 환자를 치료한 후 자신의 손에 물집이 생기기도 했고, 또 얼굴이 마치 호빵처럼 붓는 것을 보며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곧 유명해 져서 TV, 라디오에 출현했고, 신문이나 잡지에도 그의 이야기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남다른 능력을 가진 치유자로서 의대에서 강의도 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치유방법을 강의도 한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저자 스스로도 인정하는 것이지만, 그가 환자를 치료하는 장면은 옆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기도를 하는 것도 아니고, 힘을 쓰는 것도 아니고, 주문을 외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촛불을 키거나 예식을 행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저자의 손을 환자가 아프다는 부위 위에 가만히 얹히기만 할 뿐이다.

당신 앞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뭐라고 할 것인가? 뭔가 남다른 것을 보리라 기대 했건만, 당신이 볼 수 있는 것은 그저 의사가 환자의 몸에 손만 대고 있는 장면뿐이다. 얼마나 심심하겠는가. 하지만 저자는 치료는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가 자신의 몸을 이용하기에 저자 스스로는 할일이 없다고 한다. 도리어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자신이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어떤 힘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환자가 낫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이 책, [리커넥션]을 보며 예전에 봤던 책 내용, 과거 내가 경험했던 일 등 많은 것이 생각났고, 책에 나와있는 저자의 행동이나 말이 전혀 낮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이제 시작인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즉 중세암흑시대에서 인간의 의식이 한 단계 수직 상승하여 르네상스세대로 넘어 갔던 당시의 상황을 보는 듯했다. (조금 과장된 해석인가?)

이 책에 나온 몇 가지 이야기 중 독자들이 머리를 갸우뚱할, 그러나 내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이야기를 해 보겠다.

우선, 어머니가 죽었다 살아난 이야기다. 임사체험과 관련된 책을 보면 사람이 죽으면 육체를 떠난 어떤 물질(에테르)가 되어 죽은 자신을 바라본다고 한다. 자신은 아직 죽을 것을 느끼지 못하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뭐라 말하지만 그들은 죽은 이의 말을 듣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리고는 마중 나온 누군가를 따라 어딘가로 가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평온한 빛을 보게 된다. 영혼들은 그 빛으로 들어가기 직전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 보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심판한다. 그리고 그 때 이 생에서 자신이 겪은 고통과 어려움이 자신이 선택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내용을 보면 “에이. 순 뻥”할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임사체험과 관련된 책에서 하도 비슷한 내용을 많이 봐서인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저자의 어머니 이야기 중에서 종교인들을 건드리는 내용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천당과 지옥은 없다. 왜냐하면 자신을 심판하는 것은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악행과 괴로움도 자신의 영혼을 성숙시키기 위한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신은 하얀 빛으로 느낄 뿐이며  실체가 없으며, 그 빛이 바로 우리 영혼이 태어난 곳이라고 한다. 즉 우리의 영혼이 바로 신의 일부분이라는 의미다. [신과 나눈 이야기]에서는 영혼이 이 세상으로 오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자신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한다. 온통 하얀 빛 속에서는 모두가 똑같기 때문에 스스로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저자가 환자를 치유하는 상황이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사람을 치유하는지 잘 모른다고 한다. 그저 어떤 힘이 자신을 도구로 쓰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치유의식을 한답시고 촛불을 키고, 기도를 하고, 염을 외우고, 몸을 깨끗이 하는 것과 같은 것들은 치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치유는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가 자신을 통해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치유가 되고 안 된다면 그건 자신이 치유를 자신이 한다는 자만심이 아닌가? 저자가 강조하는 말이다.

세 번째는 무엇인가가(우주의 힘이든, 창조주의 뜻이든 간에) 이제 원래의 인간으로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한다. 즉 오래 전에 인간과 관계를 맺고 있던 그 무엇과 다시 결합하기를 원한다(Re-Connection)는 것이다, 저자는 그 모습을 아담과 이브의 모습일 수도 있고, 지구상에서 사라진 애트란티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어쨋든 우리는 스스로 치유할 능력을 갖고 있기에, 과거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누구나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말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예전에 말한 것처럼, 스캇팩 박사는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인간은 자연법칙과 역행하고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만들어진 창조주에게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이라는 것이다. 또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는 [의식혁명]에서 인간의 정신적 수준은 뇌의 지적 수준이 아닌 파동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 높은 파동을 보이는 인간은 그것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수만, 수십만 명의 의식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한다. 파동을 통해서 말이다. 그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예수는 파동 측정 수에서 상위랭킹에 속한다. 최고는 아니고.

네 번째, 저자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끈의 원리’를 이야기 하면서, 우주에서 가장 작은 입자는 소립자보다 더 작은, 즉 특정 주파수로 진동하는 ‘띠의 고리’라고 묘사한다. 이는 우리가 사는 차원(4차원)이 전부가 아니고 동시에 10~12개 차원도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저곳, 그리고 또 다른 세계에서 동시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이 내용은 요즘 인기를 끄는 [시크릿]류의 책에 담긴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타임머신이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기계라는 것이다.

리커넥션(Re-Connection). 이 책은 어떤 평범한 의사가 어느 날 갑자기 놀라운 치유력을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집중하면 ‘희한한 치유’를 소개하는 책이 될 것이다. 그러면 독자에게 중요한 것은 저자와 같은 치유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저자는 이런 내용을 마지막 장에 정리해 놨다. 다만 저자가 항상 강조하는 말, ’나에게 왜 이런 능력이 생겼고, 치유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른다. 나는 그저 내 몸을 빌려주는 것뿐이다.‘라는 의미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 왜 이런 류의 이야기(영혼, 영성, 치유, 오래된 미래 등)가 요즘 따라 빈번하게 이야기 되는지에 관심을 갖고 되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의 의식 자체가 서서히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비츠는 [메가트렌드2010]에서 책 내용 전체를 영성과 사랑이란 내용으로 가득 채웠다. 그가 보는 미래는 자본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인간 스스로가 영성과 타인에 대한 사랑, 환경과 인간 자체에 대한 애정을 통해 극복하는 과정이다. 마치 더러워진 환경을 스스로 자정하듯이 말이다. 나이스비치는 이런 자정활동이 가능한 이유를 점차적으로 높아지는 인간의 영성 수준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하늘을 바라봤다. 우리가 모르는 어떤 힘이 인간들로 하여금 원래의 모습과 재결합(Re-Connection)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우리가 잊어버린 과거의 순수 파장을 되찾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요즘 서점에 가면 이런 단어들-‘사랑’ ‘감사’ ‘배려’ ‘믿음’ ‘신뢰’ ‘긍정’ ‘꿈; ’영혼‘ ’잠재의식‘ 등-들이 담긴 책을 자주 본다. 예전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쓰고, 또 많은 사람들이 찾는 책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봤다. 혹시 이런 현상이 저자가 말한 독특한 파동(저자의 표현으로 말해서)으로 인해 사람의 의식이 변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무엇인가가 자원고갈 직전의 황폐해진, 뜨거운 열기로 지구 전체의 환경이 변하고 있는, 게다가 폭발직전의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인간의식을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이성을 갖고 찾아낸 수많은  문제해결책들이 결국엔 우리의 숨통을 조르는 비수가 되어 돌아온 상황에서 말이다.

[Re-Connection]이라는 단어를 보며 예전부터 들어왔던 ‘오래된 미래’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 방법만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책 한권의 내용을 너무 확대해석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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