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베포포와 마법의 동전
구메 준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윌버라는 소년이 있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돈에 대한 욕심이 많아 다른 사람의 돈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그러나 운이 없었는지, 아니면 사업경영을 잘못했는지 그만 망하고 만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파산신고를 했고, 이로 인해 돈을 투자했던 사람들은 한 푼도 변제받을 수 없게 되었다. 화가 난 사람들은 소년의 집으로 몰려와 돈을 던지며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소년의 어머니는 사람들이 던진 돈에 머리를 맞아 죽고 만다.

돈 때문에 어머니를 잃은 소년. 그는 도대체 돈이 무엇이길래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아야 하는지 고민을 했고, 결국 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여행을 떠났다.

소년은 여행길에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니데바노라는 할아버지를 만나고, 그를 통해 인간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를 소개받고, 그 곳을 향해 길을 떠났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사막을 건너야 갈 수 있다는 그 곳을 향해 가는 소년에게 할아버지는 준 네피오라는  열매를 준다, 먹으면 힘을 얻는 열매다. 덕분에 사막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에 도착한 소년은 그 곳에서 어떤 사람(외계인)을 만나 다른 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곳은 지구가 아닌 다른 별이었다.

책을 보면 저자는 그 곳을 무척 재미있게 표현했다. 우리가 흔히 SF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곳처럼 그리고 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 곳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찬란한 빛에 감싸여 있고, 사람들의 표정이 무척 밝다는 점이다.

물론 그 곳에도 우리들처럼 자신이 필요한 것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이 있다. 하지만 그 곳에서 사용하는 돈은 무척 특이 하다.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을 발견해서 파는 사람과 흥정을 끝내면 마치 전자화폐처럼 결정한 액수가 상대방 지갑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더 희한한 것을 아무리 물건을 사도 지갑의 돈은 항상 채워지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디선가 무한정 채워주는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사던지 간에 말이다. 따라서 이 곳에서의 돈은 무엇인가 살 수 있는 기능으로서의 화폐가 아니라, 자신이 남에게 무언가를 도와주었다는 것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즉 남들이 필요한 것을 많이 가진 사람, 남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많이 도와준 사람이란 의미다. 남에게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은 당연히 그 만큼 많은 돈을 가질 수 밖에 없고, 남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은 사람은 그 만큼 돈을 많이 상대에게 주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써도 가진 돈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 물건 값도 정해진 것이 아니라 물건을 파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하게 느끼는 것인지, 사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하게 느끼는지에 따라 액수가 달라지는 상황은 요즘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인공 윌버는 그 곳의 왕에게 물어봤다. 물건을 아무리 사도 돈이 없어지지 않고, 부족한  황이 생기기 않는다면 누가 구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겠느냐고. 그 때 왕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많이 받은 사람, 즉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은 계속 도움만 받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도움만 받겠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계속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다보면 자신도 남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이런 마음이 점점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돈. 우리가 알고 있는 돈의 의미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표시가 아니라, 자신이 무언가를 가질 수 있는 권리의 상징처럼 알고 있다. 돈을 부릴 수 있는 권한, 남의 시간을 살 수 있는 시간,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수단,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성공했고, 남보다 위대한지를 표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말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더 가지려 애를 쓰고, 돈이 없으면 불안해 한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오래전 물물교환시절, 그 때에는 운반이 어렵고, 보관이 힘든 것을 교환할 때 생기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돈을 만들었다. 당시 어떤 물건을 교환하는가의 문제를 얼만큼을 교환할 것인지로 물물교환의 개념을 바꾼 것이 바로 화폐, 돈이다. 그러나 이것이 시대가 바뀌고 자본주위사회가 발전하면서 이제는 단순히 자신이 필요한 것을 사는 도구의 개념을 벗어나 한 인간의 가치와 위세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수단이 되어버렸다, 돈이 많으면 훌륭한 사람이고, 성공한 사람이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지만 어디서든지 바로잡아야할지 모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모든 사람들이 한결 같이 돈만 생각하니 그것을 도외시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책에 나와 있는 사라베포포라는 마을, 지구상에 존재했다고 하는, 자신이 남을 도와준 표시로써 돈을 활용했다고 하는 그 마을이 그리워진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곳인 것 같다. 나는 몰라도, 내 자손 중의 누군가가 그런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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