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단절 - 과잉정보 속에서 집중력을 낭비하지 않는 법
에드워드 할로웰 지음, 곽명단 옮김 / 살림Biz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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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예전에 비해 많은 것을 기계가 대신해 주고 있다.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더 많은 일을 더 빨리 할 수 있는 것이다. 10년 전 시장조사를 해서 결과를 분석하는데 10시간이 걸렸다면, 이제는 30분도 안 걸린다. 컴퓨터가 그 만큼 좋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료를 찾고 이를 정리하는 시간은 더더욱 빨라졌고, 정확해 졌다.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만 하더라도 이젠 길거리에서 누군가와 연락을 하기 위해 공중전화를 찾을 일도 없어졌고, 자신의 뜻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 밤새도록 편지를 쓰고 있을 일도 거의 없어졌다. 통화가 필요하면 호주머니에서 조그마한 휴대폰을 꺼내 바로 전화통화를 하면 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편지도 이메일을 통해 간단히 전달하면 그만 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우리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어디에서든 전화를 걸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무선통신망은 시도 때도 없이,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군가와 통화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무엇이든지 궁금할 것은 즉각적으로 물어볼 수 있는 이메일 시스템은 이제 더 이상 자리를 비웠다는 핑계를 댈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점은 이와 같은 상황을 힘들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것이 없을 때에는 불안하거나 심심하다고 느끼게 되었다는 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휴대폰과 이메일이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게 되었고, 동시에 놀이감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러다 보니 이제는 뭐든지 빨리 빨리가 되었다. 예전 같으면 일주일이 걸릴 일이 이제는 하루나 이틀이면 완료되는 세상이 되었고, 누군가와 연락을 하고 싶으면 어디서든지 휴대폰의 전화버튼을 누르면 그만인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 세상. 과연 옛날보다 좋은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평소 바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따라서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것도 원치 않고, 여러 사람과 동시에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도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나씩 처리하는 것이고, 사람도 한 번에 한명씩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한다. 물론 세상이 이런 나를 가만히 두지 않지만 말이다.

게다가 이제는 휴대폰 벨이 울리면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누구나 휴대폰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벨이 울리는 휴대폰을 어떻게 받지 않을 수 있겠는. 가끔 머리가 아프고, 일이 복잡해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으면 그 다음에 전화건 사람을 만났을 때 사과를 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전화조차 내 마음대로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혼자 조용히 앉아 뭔가 생각에 몰입할 수 있겠으며. 창의적인 생각을 해 낼 수 있겠는가. 그저 밀려오는 일을 처리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는 나름대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이야기해 준다. 저자의 생각을 살펴 본다

첫째,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한다. 둘째, 어디에서든 긍정적 정서를 자아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셋째, 자기 리듬을 찾는다. 넷째, 시간을 슬기롭게 투자하여 최대 수익을 올린다. 다섯 째, 스크린 서킹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여섯 째, 주위에서 겜멜스머치의 근원을 확인하고 통제한다. 그리고 이에 ‘사소한 컴퓨터 장애문제’ ‘잡지’ ‘우편물’ ‘컴퓨터 모니터’ ‘전화, 휴대전화, 스마트 폰’ 텔레비전‘ ’불청객‘ ’세치기 일거리‘ ’라디오‘ ’문득 떠 오르는 아이디어‘ ’죄책감‘ ’성적 상상‘ ’옆방에서 들리는 말소리‘ ’계속 미루어두는 중요한 일‘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돈‘ ’몽롱한 정신‘이 속한다. 일곱 째, 역할을 분담한다. 여덟 번 째, 속도를 늦춘다. 아홉 번째, 무의미한 다중작업을 하지 않는다. 열 번 째, 놀이를 한다.

점점 빨라지는 세상.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세상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생각 속에서 우리는 창조적인 일보다는 주어진 일을 처리하기에 급급한 삶을 살고 있다. 이것이 과연 올바른 삶이고 우리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일인지.

내가 아는 한 선배는 휴대폰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 물론 조금 불편하기는 하겠지만 그 선배는 자신의 안정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그 이상의 보답을 받은 것 같다.

세상이 빨리 돌아간다고 우리까지 빨리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제 세상은 열심히 뛰어다닌다고 해서 그 만큼 보답이 돌아오는 세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열심보다 창조적인 생각이 더 중요한 시절이 되었고, 이런 세상을 과감하게 헤쳐나가는 방법은 바로 저자가 제시한 ‘창조적인 단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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