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트렌드 -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
마크 펜, 킨니 잘레스니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메가트렌드. 이 말은 국제 정세와 세계 경제는 물론, 패션이나 TV 시청 같은 일상의 소소한 영역 까지도 인구 대다수가 지배적인 유행을 따라간다는 뜻으로, 1982년 미국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John Naisbitt)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내면서 세상에 알려진 말이다. 그리고 1990년 말에 동일저자의 ‘메가트렌드2010’이 나오면서 이제 더 이상 경영과 마케팅 분야에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당시에는 많은 기업들이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그 흐름을 이끄는 핵심인자는 무엇인지 알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그 때를 놓칠세라 미래학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심심하면 한번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메가트렌드’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라. 얼마나 많은 연구소나 학자들이 자신만이 메가트렌드를 찾아낼 수 있다고 외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서로 상반되는 상품들이 각기 다른 시장을 키워가고 있었으니. 한 쪽에서는 건강, 환경의 메가트렌드라고 야채버거를 찬양하는가 하면, 또 한 쪽에서는 나는 그런 거 모른다는 듯이 하디스의 몬스터버거같은 거대한 지방덩어리 햄버거의 주가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팔리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거대한 파도에서 볼 수 있는 조그마한 물방울이라고?

[마이크로트렌드]를 쓴 마크 펜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최측근 참모이자 세계 최대 홍보회사 중 하나인 버슨 마스텔라사(社)의 CEO이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메가트렌드를 주장한 나이스빗과 메가트렌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이스빗은 개개인의 행동 양식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조류가 있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주목한 학자다. 그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메가트렌드를 포착하고 해석하고자 했다. 80년대의 세계에는 그가 들고 나온 메가트렌드 개념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메가트렌드만 기다리는 사람은 배가 떠나는 걸 놓치기 십상이다. 요즘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변화를 일으키는 소수 집단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많은 경우 당신의 기존 관념과 상반될 수 있다.”

그는 마이크로트렌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개인의 선택권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나는 이것을 ‘스타벅스 이코노미’라고 부른다. 기업은 이제 모든 소비자에게 똑같은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개개인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특정 상품을 수십 가지 내놓는다. ‘작은 선택’을 하는 소수 집단들이 다양한 단층을 형성한다. 지금 미국에서 ‘연간 판매 1위’인 차종도 몇 대나 팔리는지 아는가? 불과 30만대다. ‘30만’ 이라는 숫자는 미국 전체 인구(3억 명) 1%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수많은 소비자 그룹이 다양한 제품을 내놓도록 기업을 압박하고, 백인백색의 선택을 한다.”

그럼 나는 어느 쪽을 지향하느냐고? 어차피 나는 메가든 마이크로든 이를 활용해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기에 양 쪽 모두를 지향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인간의 지식 증가. 자아에 대한 관심, 환경문제, 자원고갈 등과 같은 거대한 흐름이 있고,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하나의 흐름을 타고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조금씩 다른 각인각색의 욕구도 분명히 존재한다. 거대한 파도가  그마한 물방울이 모여 만들어 진 것처럼.

다만, 개인적으로 국가, 민족, 인류를 지향하는 거대한 메가트렌드보다는 내 손에 잡히는 마이크로한 시장의 변화를 포착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다. 왜냐하면 메가트렌드보다는 마이크로트렌드가 우리와 좀 더 가까이 있고, 그것을 찾아내기도 쉽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트렌드]. 이 책에는 50여 가지의 재미있는 마이크로트렌드가 소개되어 있다. 책을 읽어보면 어떤 내용은 바로 옆집 아저씨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구지 시장조사를 하지 않아도 내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 10개가 넘는다. 다만 그것이 한국에서도 마이크로트렌드의 조건(전체의 1%, 최소 1백만 이상의 수요를 보장하는 트렌드)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문제만 남은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나는 직장을 퇴직하고 개인연구소를 운영하는 프리랜서로, 강의나 업무미팅과 같은 외부 일이 없을 때는 집에서 일한다. 업무와 집안일은 함께 하기 위해서다.(예전에 하도 집안일을 등한시해서 지금부터라도 가족에게 뭔가 보답해 주고 싶다) 내가 집에서 하는 일은 집안청소, 빨래, 설거지, 그리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 바로 내 아들의 점심, 저녁식사를 해 주는 것이다.

지금 내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우선 ‘1인 사업가’로서 필요한 ‘집안 사무실’ 만들기다. 내가 업무실로 쓰는 2~3평의 방을 업무에 맞게 구성하는 것으로, 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집기, 서류철, 책 정리용품, 전산용품, 일정표 등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제 화장실도 세트화 되었고, 부엌집기도 세트화 되었다면, 1인 기업가를 위한 개인사무실(집 안 사무실)도 세트화 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책상, 책꽂이, 서류철, 컴퓨터, 복사기, 팩스 기타 등등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따로 사고, 이들을 각각의 회사에서 AS를 받는 것처럼 귀찮은 일도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처음 ‘1인기업가’의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것도 큰 일이다. 이럴 때 누군가가 이 모든 것이 세트로 만들어 한 곳에서 관리를 전담해 준다면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또 구지 사야하는가?

게다가 아이 식사준비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이제 가정살림은 엄마가 하고, 아빠는 나가서 돈 버는 것 같은 성역할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그만인 세상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동안 밖에서 일만 하던 남자가 집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아이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음식점에서 시켜먹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않겠는가.

나 같은 경우, 가장 큰 고민은 음식을 할 줄 모fms다는 것이다. 여성이라면 기본적으로 배운 국 만들기, 양념하기, 무치기 등과 같은 사소한 것들이다. 그러나 슈퍼나 할인매장 식품코너에 가면 남자가 사서 아이에게 만들어 줄 만한 음식이 별로 없다. 정확히 표현하면 남자의 엉성한 음식솜씨로 아이에게 만들어 줄 정도의 반조리 식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기본적으로 간을 맞춰야 하고, 양념을 해야만 가능한 음식들뿐이다. 나도 부모이기에 아이에게 맛있는, 그리고 매일 다른 음식을 먹이고 싶다. 나 같은 사람이 아직 1% 가 안 되는가?

또 나는 귀가 잘 안 들린다. 난청이다. 이런 사람이 평소 불편을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전화 받는 것이다, 특히 휴대폰 전화를 받는 것이다. 보청기는 일종의 확성기이기 때문에 마이크처럼 소리가 들어가는 부분에 무엇인가 물체가 다가오면 '삑‘ 하는 소리가 난다. 즉 전화기의 수화기부분을 보청기를 낀 귀에 갖다 대면 마이크를 잘못 작동시켰을 때 나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삑~~~~~”

그러다 보니 전화 받기가 무척 겁난다. 갑자기 ‘삑~’ 소리가 나서 놀라는 것은 둘째 치고, 소리 때문에 귀에서 휴대폰 수화기 부분을 멀리 떨어트리자니 상대방 소리가 안 들리고, 가까이 대자니 ‘삑~~’ 소리가 나고.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물론 이런 문제를 보청기 회사에서는 인지하고 있다. 그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이니까. 그리고 이를 위한 특수보청기를 만들어 냈다.(전화기가 귀에 가까이 다가오면 이를 감지해서 ‘삑~’소리가 나지 않게 전자제어하는 보청기) 가격은 한 짝에 150만원 정도(제일 싼 것이 말이다) 나 같이 양쪽에 보청기를 끼는 사람은 최소 300만원을 줘야 하고, 게다가 이주일에 5개에 3,000원하는 밧데리 한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쉽게 푸는 방법이 있다. 구지 비싼 보청기를 살 필요 없이 전화기의 수화기 쪽 모양만 조금 바꾸면 된다. 지금처럼 평평한 수화기의 귀에 대는 면을 오목하게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게 얼마 정도 돈이 들겠는가? 하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안 만들까? 보청기 낀 사람이 거의 4~500만 명에 육박하는 현 상황에서 말이다. 마이크로트렌드 수준이 안된 것인가.

마이크로트렌드. 이 책을 보면 세스 고딘의 말이 생각난다. 독특한 상품을 만들고 싶으면 그 상품에 미친 매니아나 오타쿠의 말을 들으라고. 앞에서 말한 트렌드 분야에서는 나 같은 사람이 바로 오타쿠다. 이런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수요가 얼마가 되는지 인구센서스 데이터나 논문, 신문, 잡지에 나온 2차 자료만 확인해 봐도 얼마든지 확인 가능한 시장들이다.

너무 먼 미래는, 모든 인류가 동참하는 미래는 우리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아마도 그런 시장은 곧 공룡들의 전쟁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미래가 현실로 도래할 때까지 살아남아야 그 시장에 발을 담글 수 있지 않겠는가.

고객은 지금 당장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결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무언의 신호를 계속 시장에 보내고 있다. 조그마한 목소리로. 누군가 이 신호를 포착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그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나이스한 방법으로 해결해 준다면 그 시장은 바로 당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