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가게
사회연대은행 무지개가게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은행과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기적’이라는 책 표지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자본주의의 맹점을 메워주는 멋진 카피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돈 있는 사람의 돈을 맡아 그것을 돈이 잘 안돌아가는 곳으로 보냄으로써 자본의 흐름을 유지하자는 은행. 하지만 이러한 취지의 은행은 이미 우리 곁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그렇기에 ‘가장 가난한 은행’과 가장 돈이 필요한 사람과의 만남은 독자를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요즘은, 책에서 말한 대로, 돈이 넘치는 돈에 돈이 더 들어가기에, 돈을 돌려야 하는 은행조차 이들을 대상으로 돈을 꿔 주겠다고 애원하기에 정말 돈이 필요한 곳에는 돈이 없다.

돈을 번다는 것. 나는 이것이 수많은 경영과 마케팅 책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그리 복잡다단하고, 정교한 논리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헛똑똑이’라고 하나? 남들이 성공한 내용이라면 그것이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따져보지도 않은 채 무조건 덤벼드는 사람 말이다. 이들은 선두자가 단물을 다 빨아먹는 과일 껍질을 황금인양 덤벼들다가 낭패 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은행은 이런 사람들에게 돈을 더 잘 꿔준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누군가 이들이 말하는 방식으로 성공했기에 이들도 성공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든지 담보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다. 물론 은행 입장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문제다.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경영이나 마케팅에 대해 일자무식인 사람이 무척 많다. 그들이 가진 것은 고객에 대한 애정,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올바른 마음씨. 그것이 전부다. 나는 이 책의 저자들이 바로 이런 분들이 아닐까 싶다.

시장 점유율을 따지고, 고객감동이니 무슨 마케팅이니 하는 고차원적인 말 한마디없이 오로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일하는 분들. 가슴 깊은 곳에 남아있는 수 많은 상처와 아픔을 한 손에 움켜쥔 채, 자식들에게만은 나은 세상을 물려주겠다고 이를 악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 큰 돈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많은 것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이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그 일을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그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가슴 깊이 깨닫고 있다. 그리고 일반사람들이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들을 이들은 이미 몸과 마음으로 해 내고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

이 책을 보다 보면, 가끔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가 있다. 특히 혼자서 아들 둘을 키운 내 어머니가 생각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곤 했다. 세상살이가 다 비슷해서 혼자 사는, 의지할 때 없이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며 자식들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다 비슷비슷한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식들이 그것을 모를 뿐이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이들은 그것을 자식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슴아파하는 것이 가슴아파서.

혹시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시회연대은행에서 일해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슴으로 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내 머리를 빌려주는 일인 것 같다. 남을 현혹시키고, 없는 것을 있다고 광고하는 그런 식의 마케팅이 아닌, 자신의 것을 좀 더 잘 소개하고, 한번 온 손님이 다음에 또 다시 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가슴 속에 간직한 사랑의 열매를 겉으로 끄집어 내 예쁘게 다듬은 방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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