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워즈니악 - 최초로 PC를 발명하고 애플을 설립한 괴짜 천재의 기발하고도 상상력 넘치는 인생 이야기
스티브 워즈니악.지나 스미스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애플컴퓨터를 안다. 한 때 퍼스널컴퓨터 시장을 이끌었고, 펀치카드 대신 명령어를 사용해 컴퓨터를 움직였고, 마우스를 사용했고, 그래픽과 칼라화면을 가장 먼저 컴퓨터에 사용했던, 상상력 풍부한 기업으로 말이다. 그리고 애플의 ,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컴퓨터 운영체계 시장을 빼앗기긴 했지만, 지금도 전문가용 컴퓨터 시장에서 굳건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애플을 이끌었던 스티브 잡스는 알지만, 애플의 초창기 상품을 개발했고, 애플의 제조철학을 만든 장본인이자 스티브 잡스와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잘 모른다. 경영이나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강의하는 몇몇의 전문가들은 빼고 말이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어릴 때부터 엔지니어였던 아버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덕분에 애플이란 회사가 돈방석에 앉을 때까지도 엔지니어의 꿈을 키우며 그 길을 고수했다. 자신이 만든 애플I 덕분에 회사를 창업할 때, 그는 경영자가 아닌 엔지니어로서 일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HP를 떠나 애플로 자리를 옮겼다.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떼 돈을 번 벤처 기업의 경영자가 아니라 엔지니어로써 살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런 스티브 워즈니악의 모습을 보며 뭐라고 할까? 답답하다고 말할까? 아니면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할까? 이도 저도 아니면 미쳤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까짓 엔지니어의 자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세계를 주무르는 기업의 경영자를 마다하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스티브 워즈니악의 삶을 보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고, 그것에 집중할 때만이 자신의 존재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엔지니어로써는 타의 주종을 불허하던 그도 사업가로 손 댄 다른 일에서는 여러 번 실패의 잔을 맛봤기 때문이다. 그것도 건 당 몇 백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물론 당사자는, 비록 돈을 잃기는 했지만, 자신이 최초라는 점에 만족하는 듯했다.

나는 어떨까? 지난 날을 돌이켜 보면, 나도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자리와 내가 가장 신나게 일하는 일이 따로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남들은 머리 아프고 힘든 일이라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별로 힘들지 않는 일이 있다. 그 일을 할 때는 일이라기보다 누군가와 게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일이 있다. 지난 번에 말했듯이 바로 기획업무다. 그 일을 할 때는 내 머리 속에 단 한가지 생각만이 존재한다. 주어진 시간에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세상에 널려진 다양한 생각들을 몇 가지 요인으로 묶어, 그 속에서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내 앞에 놓인 정보와 자료들을 저리 짜 맞추고, 그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다음, 전체적인 모습을 파워포인트 등을 사용해 보기 좋게 그려내는 일이다. 어떤 사람은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으면 마치 예술작품 만들듯이 일을 한다고 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지금 생각해 보면, 20여년의 직장생활동안 나를 높여준 일이 이 일이었고, 진급, 임금인상, 더 나은 직장으로의 전직 등을 이끌어 준 것도 바로 이 일 덕분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 일로 인해 심심하지는 않다. 누군가 계속 일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스티브 워즈니악이 엔지니어의 인생을 예술가처럼 살았다면, 나는 기획자의 삶을 예술가처럼 살아 왔다. (물론 내가 스티브처럼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아마도 누군가가 나의 주특기를 가지고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하면 나도 스티브 워즈니악과 같은 말을 할 것 같다. 나는 회사를 관리 같은 거 안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뭔가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창조해 내는 일이다. 거기에 맞는 방 하나만 주라.

그래서인지 나는 저자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CEO자리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오로지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방 하나만을 요구하는 그의 모습을 말이다. 애플에 투자하겠다고 돈 싸 들고 찾아 온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사장하고 싶은 사람(스티브 잡스)보고 사장하라고 해.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은 나서고, 중간에서 중재하고 싶은 사람은 중재하고. 하지만 나같이 조용히 일이나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가만히 냅 둬.

하긴 동업자이면서 사장한다고 봉급 더 받고, 엔지니어 한다고 봉급 덜 받겠는가?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상품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저자(스티브 워즈니악)의 몫이 아니겠는가. 사장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저자가 NO하면 그만인 것을 구지 사장하겠다고 나설 이유도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사장이 낫지!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50년을 살아보니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최을경씨가 한 말이다) 앞에서 우선 일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다. 이들은 남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멋지게 설명할 줄 알고, 이 기술로 상대방을 설득하여 사업의 흐름을 잡는 사람이다. 또 한 사람은 조직 안에 조용히 앉아 사업에 필요한 동력과 기반, 이론, 정책 등을 구상하는 사람이다. 이들이 만든 것이 그 기업의 핵심 상품이고, 서비스이고, 그 기업의 운영체제다. 그리고 한 사람이 더 필요한데. 바로 앞에 나선 사람과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의견을 조정하고, 중재하고 연결시켜 줄 사람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이 필요한 이유는 앞에서 말한 두 사람의 시각과 관점차이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숫자는 3, 예를 들어 삼위일체, 삼원색, 삼각형 등,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둘이면 대립이 생기고, 넷이면 파벌이 생긴다. 물론 셋이면 둘이 하나를 왕따 놓는 경우도 생기긴 하지만. 미국 육군 교범에도 가장 안정된 초병의 구조는 3인 1조라고 한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 온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어린 시절부터 알았고, 그 길을 변함없이 걸어왔다. 그리고 순간순간 그것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라고 깨달으며 살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간다. 물론 그런 성격 때문에 실수도 하고, 이혼도 했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단순히 말하기 좋아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으라는 말이 외부세상이 피곤해 자기 안으로 도피하라는 세상 부적응자의 말은 더더욱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자신이 가장 행복해 질 수 있는 삶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생활의 음계를 찾아내는 일이다.

스티브 워즈니악. 그는 내가 가장 먼저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남들이 걸어 보지 못한 길을 걸어갔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US페스티벌 같은 행사 때문에 몇 백만 달러를 날리고도 나름대로 보람을 찾는다. 세상에서 누구보다 먼저 소련과 공동공연을 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나는 어떤가? 나는 발명보다 발견을 좋아한다. 남들이 못한 것을 먼저 했다는 것보다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찾아냈다는 것에서 희열을 느낀다. 그럼 당신은 어떤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가? 그리고 살아오면서 자신이 가장 성공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할 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자신을 안다는 것은 남들보다 계산을 잘하고, 기억을 잘하고, 사람을 잘 사귀고 하는 식의 단순한 재능을 아는 것과 함께, 재능이 가장 잘 표현되는 자신만의 행동패턴을 아는 것이라고 본다. 즉 자신의 재능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 때 가장 잘 어울리는지 아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