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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배우는 창조적 디자인 경영
이병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 책에 들어있는 사진만 봐도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들의 사진 속에 나와 있는 동물들의 행동은 무척 자연스럽다. 인간이 가장 보고 싶은 동물의 모습은 그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을 때다라는 명제 하에 동물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게 만들었다. 놀랍기 그지 없다.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혁신, 가치경영, 고객 감동이 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동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 사람을 바라보는 침팬지 관, 펭귄이 하늘을 나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펭귄의 유리통로, 사람으로 하여금 아래로 지나가게 해서 표범이 나무 위에서 잠자는 듯한 자세를 보게 해 준 맹수 관, 북극곰의 다이빙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강화유리관 등 모든 것이 우리가 평소 생각했던 동물원과는 다른 모양을 갖췄다.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고, 사람이 아닌 동물 입장에서 그들이 편안한 곳을 만들어내니 바로 사람들이 보고 싶었던 모습이 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를 싱가포르의 동물원에서도 본 것 같다. 동물은 인간과 달리 밤에 더 활발하다. 그래서 관람객이 동물들의 자연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기 야간 동물원을 개장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기존 낮에 봤던 철창에 갇힌 동물을 밤에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파리처럼 동물을 풀어놓은 상태에서 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곳 아사이야마처럼 첨단 장비와 기구들을 사용했다. 즉 동물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야간 등(언뜻 보면 달이 떠 있는 것 같다), 공해도 없고 소리도 나지 않는 전기차 같은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곳에서 차를 타고 동물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체험하는 것이다, 마치 자기 혼자 산 속을 거니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가 한 말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체험가치’라는 단어였다. 내가 무엇을 살 때 중요한 것은 내가 물건의 효능 그 자체보다 그것을 통해 무엇을 체험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스타벅스의 예를 들었다, 단 돈 5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커피(자판기)를 고객에게 남다른 체험을 줌으로써 그 가격의 열 배가 되는 돈을 받는 커피숍이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가치를 위해 디자인 경영이 필요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디자인은 상품과 서비스의 효용과 함께 의미를 함께 부여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알고자 했던 답은 찾지 못했다. 디자인 경영이 무엇이며, 이것이 기존 경영방식도 다른 점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었다.
물론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기존 경영방식에서 디자인 경영이 어떻게 전개되는 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많은 내용, 그리고 비슷비슷한 말들이 계속적으로 중복되는 문장 속에서 디자인과 경영, 혁신, 창조, 감성 등의 단어들이 나열될 뿐, 딱 부러지게 ‘디자인경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 같다.
디자인은 중요하다. 감성도 중요하다 그리고 사람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느끼는 것은 제품이 가진 효능 하나만은 아니다. 그래서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말은 정말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디자인의 차원을 뒤에 경영이라는 단어까지 붙여 설명할 수 밖에 없었던 저자의 깊은 생각은 잘 모르겠다. 특히 그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경영 또는 마케팅’과 무엇이 다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