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함께한 하루
마이클 모리스 지음, 김양희 옮김 / 꽃삽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일만 생각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밥을 먹을 때도 아내와 이야기할 때도 오로지 일만 생각한다. 아이의 학교행사 때도 당연히. 그는 자신이 일을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생각한다. 자신은 대학을 중퇴했기 때문에 일이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맞는 생각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그는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갈비뼈가 부러지고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사고가 아닌 그 남자의 폐에 있는 종양이었다. 어떤 의사는 수술을 하라고 하고, 또 어떤 의사는 좀 더 두고 보자고 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수술도 약물투여도 거부한다. 자신의 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잠깐의 휴식을 위해 외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 곳으로 가족과 함께 놀려간다. 쉽게 말하면 요양을 간 것이다. 거기서 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그와 함께 먼 여행을 떠난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에 가 보고 싶다고 말한 곳을 찾아서.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곁에 없었던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았던 아들. 그는 아버지가 한 평생 어머니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원망에서 미움으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아버지와 함께 한 여행 속에서 그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니 틀린 정도가 아니라 그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며 살아 온 두 사람간의 관계를 알게 된다.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사랑의 표현방식으로 말이다.

이 책 전체가 포근하고 정겨운 느낌을 전달하지만, 특히 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 부분은 주인공이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오래 전에 보낸 편지를 보는 장면이었다.

비가 오는 저녁,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간직한 편지 속에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자신의 아들인 주인공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느꼈는지, 손녀 딸에게 얼마나 좋은 할아버지가 되고 싶었는지 깨닫게 된다. 그는 편지를 보며 아버지의 진실된 모습을 알게 되고, 한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얼마나 믿고 신뢰했는지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 편지를 빗물에 씻겨버린다. 그 곳에 적혀있는 사랑은 오직 두 사람 것이기에, 글자가 모두 지워져 아버지와 어머니 가슴 속에만 남겨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항상 사랑에는, 사람 관계는 항상 무엇인가 비밀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사랑하기 원하고, 누군가에게 사랑 받기 원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서로를 완전히 알지 못하기에 오해를 하고 미워하며 살아간다. 조금만 더 알았으면 자신이 미워한 그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텐데 말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 상대방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마음이 그만큼 닫혀있다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을 보며 내 자신을 되돌아보며 떠 오른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