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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건 이야기 -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는 있다
케네스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김윤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모든 것에서 승리한 듯 보이는 한 명의 사업가가 있다. 부인과 이혼하고 자식과 따로 사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가 사업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승리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승부로 생각하고, 이기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일 이외에는 모든 것을 포기한 그가 사업에서조차 승리할 수 없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연습골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 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잘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첫 샷부터 빗나갔다. 이 샷은 그 날 일어날 사건의 전조였다. 그 날 경기가 어떻게 되었냐고? 마지막 9번 홀에서 또 다시 실수를 저지렀고, 화를 참지 못한 그는 퍼터(그린에서 컵을 향하여 공을 칠 때 사용하는 골프클럽)을 근처 호수에 내던져버렸다. 골프를 쳐봤으면 알겠지만, 이런 행동은 스스로가 “나는 골프를 칠 자격이 없는 사람이요.”라고 말하는 것과 진배없다.
그를 바라보던 프로골퍼가 그에게 멘토 한명을 소개해 줬다. 보기에 안타까워서 그랬을 것이다. 소개한 멘토는 과거에 이름을 날리던 사람으로, 윌리 던이라는 사람이다. 집안 대대로 프로골퍼였고, 골프코스를 개발하고 가르치는 일로 유명했던 사람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왕년의 프로골퍼가 폴이라는 성미 급한 사업가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이야기다. 그러나 골프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골프와 인생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골프 수업은 곧 인생 수업이 된다.
책 내용 중에 내 눈을 멈추게 한 부분이 몇 군데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윌리 던이 폴에게 골프를 왜 하는지 물어보는 장면이다.
“자네는 왜 골프를 치는가?” “즐거움을 위해 치는 것 같아요.” “그래, 어제 경기는 재미있었나?” “…….”
“골프를 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나?” “함께 플레이하면서 쌓는 동지애나 우정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럼 어제 함께 경기를 했던 다른 세 명의 파트너에 대해서 무얼 알게 됐지?” “아뇨, 아는 게 없습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나?” “골프장의 아름다움을 좋아해요. 골프장이 없으면 대부분의 도시들은 시멘트 더미일 뿐이죠.” “그럼 어제 경기를 했던 골프장은 어땠나? 어떤 종의 나무가 가장 많던가? 어떤 새를 보았지?” “……..”
자신이 생각하는 목적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폴. 재미있지 않은가? 나는 이 장면을 보며 내 자신에게도 물어봤다. “자네, 글쓰기는 왜 하나?” 나의 대답과 행동이 다르기는 폴과 마찬가지였다.
항상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힌 폴. 그런 사람에게 삶의 참 의미를 알려주는 윌리 던. 저자는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다음의 내용을 전하고자 한다.
“매일 누군가 어딘가에서 ‘인생이라는 게임부터 먼저 배우고, ‘신’을 안내자이자 동반자 삼아 많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코스’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하여, 언제든지 멀리건을 통해 우리를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고, 아무리 형편없어도 변함없이 우리를 사랑해 주는 ‘신’이라는 친구가 잇다는 사실을 알게 되길 바란다. 그 분을 통해 폴이 그랬던 것처럼 점점 더 적은 수의 멀리건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고,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저자는 윌리 던의 대화 속에서 신을 친구이자, 멘토로 삼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신이 우리에게 조건 없이 준 우리의 권리를 상기시키면서.
[참고]
[멀리건]이란, 친선골프경기에서 실수로 샷을 망쳤을 경우 첫 번째 샷(타샷)만 특별히 다시 칠 수 있도록 다른 선수들이 기회를 주는 것. 골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관대함은 미국의 윙드풋 골프 클럽에서 데이빗 B. 멀리건이라는 사람에 의해 유래되었다. 그러나 공식적인 골프경기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