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마커스 - 인생에 힘이 되는 사람을 얻는 지혜
잭 마이릭 지음, 이민주 옮김 / 토네이도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다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들었던 소리인가. 학교에서는 물론, 직장에서도 항상 주장하는 말이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우리는 인간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에는 이런 사람이 필요하고, 저런 일에는 저런 경력의 사람을 투입하고, 언제까지 몇 명을 고용해서 일을 어떻게 마치고, 회사의 수익을 위해 몇 명을 감원해야 하는지 계산하며 산다.

사람이 필요해? 그럼 데려와. 안 온데? 그럼 돈 더 주고 데려와. 그래도 안 와? 그럼 직급도 더 올려줘. 그래 봐야 목표를 달성 못하면 자르면 되지. 안 그래? 마치 시장에서 물건 사듯이 한 사람의 능력과 그의 용도를 저울에 올려 놓고 계산하는 모습이다. 시장가격에 따라 돈을 더 주고 사는 경우도 있지만, 가치가 떨어지면 그 순간 폐기 처분된다. 인간시장 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보면서 기업만을 탓할 수는 없다. 직장을 고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미래, 안정성, 급여 수준, 사장의 가치관, 주변 사람들의 평가 등 직장인들도 나름대로 앞뒤좌우 계산하면서 기업을 선택한다. 대기업은 사람을 내보내지 못해 안달이고,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것이 다 이런 계산법 때문 아니겠는가. 계산하기는 기업이나 취업자가 피차 일반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 속에서 직장인 역시 자기 몸값을 한 푼이라도 더 올리려 이런 저런 자격증을 따고 자기계발에 안간힘을 쓴다. 이런 세상 속에서 자기 물 만난 듯이 돈 버는 사업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어학원이나 자격증 학원, 성형 수술하는 성형외과다. 

그럼 나는 어떤가?

한 때 직장인일 때, 내가 그 곳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적은 돈으로 보다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라고 확신했고, 어쩌면 지금도 그 생각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그것만이 사장을 만족시키고, 주주를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적은 돈을 주고 가장 우수한 직원을 뽑으려 했고,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일에 쏟아 붓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한푼이 아까운 상황이니까 말이다.

지금도 가끔 가슴이 아픈 것은 직장에게 직원들에게 한 말 때문이다. 자네, 지금 얼마 받는지 아나? 그 돈을 이 회사 아니면 어디서 받을 수 있을 것 같은가? 근데 말이야. 요즘 일하는 것 보니 조금 마음에 안 들어. 그렇게 일하려면 그 많은 돈을 왜 받고 있나?

대기업이었기에, 다른 곳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더 좋은 복리후생에,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는 그들은 당연히 회사를 그만두지 않으려 발버둥쳤고, 나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마치 내가 위대해서 그들이 내 말을 고분고분 따른다는 착각 속에서 말이다.

그러니 이런 상황 속에서 무슨 신뢰가 생기며, 그들 스스로가 일에 몰입해서 무언가를 완수하고자 하겠는가? 물론 그들은 전력투구 한다. 그러나 그것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의욕이나 희망보다는 회사에서 퇴출 당하기 싫다는 두려움이다.

자본주의 사회, 특히 주주가 기업의 최우선고객으로 자리잡은 요즘 세상에서는 투자 대비 수익율이 높은 기업이 좋은 기업이고, 안정된 기업이다. 왜냐고? 그런 기업에는 투자자들의 돈이 계속 몰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인건비 대비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고, 이를 위해서 무언인들 못하겠는가? 구글이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시장가치를 완전히 거부했다는 것 아니겠는가.

주주를 만족시키고, 직원을 만족시키고,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것,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 쉬운 것도 아니다. 또 왜냐고? 이들이 기업에 바라는 것이 서로 다르기에 서로의 이해가 자주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세상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스캇펫 박사가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말한 대로 인간의 의식이 점차적으로 자연, 환경, 사랑, 평화, 안정, 기쁨과 같은 인간 본연의 자세를 점점 더 강하게 요구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도 단순히 돈만 버는 것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돈만 잘 버는 기업은 위험한 기업으로 바라본다. 지속 가능한 기업의 모습은 보다 더 아름다운, 고객의 꿈을 이뤄주는, 직원과 함께 가는 사회적 기업과 같은 모습이 요구된다. 이제 고객들은 조금 덜 벌더라도 모두 함께 가는 기업을 원한다.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 일을 내 일처럼, 사장은 내가 도달해야 할 비전으로, 기업의 성장을 내 성장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된 것이다.

이제 기업이 돈 많이 주는 것을 자랑할 때는 지난 것 같다. 그것은 자기 살을 깎아 먹는 싸움이고, 마치 시장에서 가격 가지고 싸우는 것만큼 무식한 것도 없는 것처럼, 돈을 더 주기에 사람이 모인다는 식의 발상은 기업을 영속 시키지 못한다. 그런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당연히 더 많이 준다는 기업이 있으면 미련 없이 그곳으로 옮길 것이다.

만약 모든 일의 승패는 인간에게 달려있다 는 말에 동의한다면, 당연히 무슨 일이든지 간에 인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 모든 일을 다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그들을 수단이나 도구로 보는 것에 너무 익숙하다. 마치 고장 난 기계의 부품을 교체하듯이 인간 역시 하나의 부품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 책 [눈사람 마커스]는 조그마한 책이다. 스토리텔링식으로 써 있고, 내용도 간단하다. 책 한 권 읽는데 두 시간도 안 걸린다. 그러나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 목표지상주의를 부르짖으며 뛰어다니던 내 모습, 주주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외치던 경영진, 세대에 뒤졌다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선임 부장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사회적 기업 (Social Enterprise) 라는 기업 형태 등이다.

주인공 마커스는 무척 유능한 조선소 사장이다. 그래서 매우 높은 가격의 배를 수주했지만, 문제는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사람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 때 그 앞에 나타난 사람, 조선 분야에서는 전설처럼 알려진 바나바스라는 사람이다. 그는 바라바스를 통해 인간의 소중함,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의 위대함을 배운다.

바라바스가 한 말이다. 마커스 조선소에서 (자네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따뜻한 눈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닫혀있는 사람들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할 것이야. 그 문을 열 수 있는 가장 좋은 열쇠는 바로 진심일세. 아테네 최고의 조선소는 배가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조선소임을 한 순간도 잊지 않는다면, 자넨 언젠가 따뜻한 눈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네.

이 말을 듣고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마커스에게 바라바스는 또 다른 말을 한다. (자네가 따뜻한 눈사람이 되었으면) 그 다음엔 그 마음들을 참된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하지 않겠나? 즉 자넨 이제 조선소 사람들 각각의 미래와 비전을 이끌어 가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네. 명심하게. 사람을 얻는다는 건, 그 사람의 미래가 되어주는 것이네.

자신의 뜻을 이해하고, 직원들과 하나가 되어 일을 완수한 마커스를 보며, 바리바스는 이렇게 말한다. 평범한 장사꾼은 물건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데 주력하지. 하지만 진정한 성공은 이문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네 진정한 명장은 배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가르침을 말일세.

사람, 그 들간의 교감, 따스한 미소. 마지막 날,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미소를 띤 채 눈을 감을 수 있는 삶의 파편은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그것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 걸어갔던 순간 순간이 아닐까 싶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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