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게으름뱅이
외르크 페터 슈뢰더 지음, 배진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는 파도타기 하듯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주장하며, 독자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나는 친구들로부터 그들의 동료가 지나치게 무리해서 일하다가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혹시 단 한번이라도 일이 너무나 즐겁고 재미있는 나머지 건강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직장을 재활센터로 삼아 건강을 회복했다는 말은?

무척 멋진 질문이다. 직장이 재활센터가 될 정도로 구성원들에게 재미와 몰입의 경험을 줄 수 있다면, 아마 이 세상은 천국으로 변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런 질문을 5년 전에 들었다면, 나는 분명히 저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미친 놈!!! 먹고 살 걱정은 없는 모양이군!

아침 6시에 기상, 7시에 지하철 타고 8시 조금 넘어 회사에 도착, 컴퓨터를 켜 놓고 커피 한 잔과 다이어리를 들고 휴게실로 직행, 하루 일과 확인, 내 자리로 돌아와 이메일 확인, 9시 업무 시작, 미팅, 미팅, 미팅, 미팅(어떤 때는 30분 단위로 미팅 연속), 저녁식사, 하루 일과 정리, 8시쯤 퇴근, 9시 넘어 집에 도착, 하루업무진행 상황 확인, 12시쯤 취침. 이게 예전의 내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누가 나에게 요즘은 한가하시죠. 요즘은 편안하신가 봐요 시간이 나시면 연락주세요. 와 같은 말을 하면 나를 놀리는 것 같았다. 마치 이제는 너를 찾는 사람이 없구나. 세상에서 밀리는 모양이네. 회사를 그만둘 때가 되었네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가함 편안함 여유로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 같다. 요즘 가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끔 당황할 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 시나요? 강의하고 글 쓰며 지내요. “………”

어디서 근무 하시나요? 집에서 일하는데요. “………”

요즘 어떠세요? 무척 편안해요. “………”

요즘도 바쁘시죠. 별로 안 바쁜데요. “…………”

내 대답을 듣는 순간, 상대방은 갑자기 말이 없어진다. 아마도 괜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별로 할 일이 없어 집에서 논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실업자 같다고 느껴서인지,   어쨌든 그리 편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별로 나쁘지 않다. (물론 가끔 예전의 바빴던 시절을 되돌아 보며 이런 모습이 정말 맞는 건가 고민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아니 지금보다 더 게으르게 살아가고 싶다.(남들 눈에 보이는 게으른 모습으로)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내 자신을 몰입하며 순간순간 행복감에 빠져 살고 싶다.

몇 년 전, 내 삶을 되돌아 보며 깨달은 게 몇 가지 있었다.

첫째, 직장에서의 권한과 결정권은 내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것을 갖고 자랑할 이유가 없다.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 뜻과는 상관없이.

둘째, 열심히 산다는 것이 꼭 일에 빠져 내 몸을 혹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셋째, 나 혼자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생각처럼 바보 같은 짓도 없다. 그건 과도한 욕심과 경쟁심 때문이었다. 혼자 할 수 없는 일들을 양 손에 쥐고 고생을 사서 하기 보다, 다 같이 힘을 합쳐 더 큰 것을 만드는 것이 낫다. 그러면 더 많은 보상과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이제 성공한다는 것열심히 일한다는 것이 반드시 동일한 의미가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과 해야 할 일을 적시에 제대로 하는 것이다.

박해조는 [천국을 낭비하는 사람들]에서 재미있는 말을 한다.

삶이란 변화이며, 변화 없는 삶을 죽은 삶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이유는 변화는 항상 문제를 가지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고 사람들간의 복잡한 만남 관계가 있는, 또 이런 것들로 인해 항상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갖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도타기 놀이가 바다의 변화 때문에 생긴 파도를 헤쳐나가는 놀이이듯이, 삶의 변화를 헤쳐나가는 것도 파도타기 놀이하듯이 받아 들일 수 있다면, 삶도 놀이와 다름이 없지 않겠는가.

일에 채여 살기 보다 일을 즐기는 삶, 남이 가라고 하는 길보다 내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는 삶,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은 홀가분하게 버릴 줄 아는 삶, 쓸데없는 정보를 내 던지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만 취하는 삶, 기존 규칙과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삶, 더 많은 시간보다 더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는 삶, 분석보다는 내면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삶, 를 주장하기 보다 우리 함께를 즐길 줄 아는 삶, 이것이 바로 인생을 파도 타듯이 살아가는 삶이고, 저자가 말한 행복한 게으르뱅이의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는 성공한 삶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성공이란 아침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힘들게 일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창조적인 사고를 즐겁게 놀이하듯 활용해 제 때에 적절한 일을 한다면, 당신은 언제나 성공한 인생을 살수 있다. 매사를 그렇게 즐겁게 대하면 인생 사 모든 것이 훨씬 더 쉽게 풀린다. 뿐만 아니라 큰 즐거움도 함께 맛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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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공의 길
    from Dream Ticket 2007-12-25 09:33 
    당신은 해야할 일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일정대로 처리하려 조급함과 분주함 속에서 살고 계시진 않습니까?혹은 창조성을 좀먹는 미디어 매체에 길들여져 지루한 일상을 묵인하고 계시진 않나요?지나친 무위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겠지만, 소파에 앉아 명상을 즐기듯 침착하고 개방적인 태도는 사물을 보다 분명하게 바라보고 시야를 넓힐 수 있습니다.그것은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시야는 더 좁아지는 원리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때때로 우린 공허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