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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찔레 (특별판) - 미래를 바꾸는 두 가지 선택
조동성.김성민 지음, 문국현.윤석금.박기석 감수, 낸시랭 표지디자인 / IWELL(아이웰)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장미와 찔레-미래를 바꾸는 두 가지 선택
조동성, 김성민 지음, 아이웰콘텐츠, 2007. 10. 5
2008년, 제일기획의 전국 5대도시 거주자 라이프스타일 조사는 10년 동안 사람들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특히 그 중에서도 직장에 대한 인식변화가 무척 심하다. ‘평생 한 직장에 헌신하겠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10년 전 24.8%에서 9.3%로 하락했다. 물론 이런 변화추이는 다른 조사내용-즉 악착같이 돈을 벌기보다 여가와 취미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겠다는 내용-과 함께 생각해 보면 그리 나쁜 의미는 아니다. 어딘가에 매인 삶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에 직장생활을 시작한 386세대도 한 직장만 바라보고 사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당시에도 더 좋은 직장, 더 많은 급여, 더 높은 자리를 주는 곳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더 나은 직장을 찾아 배회하기 보다 어지간하면 한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다가 정년퇴직하기를 더 원했다. 당시는 이력서가 복잡하다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개인능력이나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있다는 표시처럼 보였다. 그러다 보니 직장을 옮기기 전에는 결혼할 때와 비슷한 수준의 고민과 되새김이 필요했다.
또 회사입장도 마찬가지여서, 직장을 옮긴다고 상관에게 말하면, 회사에서 찍힌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상관 역시 길길이 날뛰며 퇴직을 만류했다. 부하직원이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자신의 직원관리 능력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풍경을 자주 보지 못한다. 직장인 스스로가 전직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니, 사람 바뀌는 것도 일상사처럼 되어 버렸다. 세상이 바뀌긴 바뀐 것 같다.
4년 전 직장생활 할 때의 이야기다. 어느날인가 과장 한명이 부서를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내 관리방식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우리 부서 분위기나 업무환경 때문인지 물어 봤다. 그러나 과장의 대답은 내 생각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 과장이 부서를 옮기겠다는 이유는 자신의 경력관리를 위해 다양한 부서의 업무를 경험해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 근무한지 3년이 되었기에 다른 부서의 업무를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를 더욱 당황하게 만든 것은 자신의 ‘커리어코치’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는 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얼마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과장 1년차 직원이 자신의 커리어 관리를 위해 부서를 옮겨야 한다’는 말은, 또 업무환경문제도 아닌 ‘커리어코치’가 그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에 옮겨야 한다’는 말은 내가 아는 직장인 개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그 과장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과연 이력서를 보는 사람이 2~3년의 부서 경력을 인정해 줄지 확신이 없었다. 10년 동안 3년 단위로 세 부서를 옮겼다고 그 사람이 세 개 업무를 할 줄 안다고 평가해 줄까. 최소한 한 업무에서 5년 이상은 근무해야 나름대로 해당업무에 대한 소신을 갖게 되지 않을까. 그것도 해당 업무에 관련된 업체에서 말이다.
예를 들어 당신 같으면 온라인교육회사에서 대리점관리경력 3년의 사람에게 프랜차이스 체인관리업무를 맡기겠는가. 업종이 다르면 해당 업무의 제목은 비슷할 지 몰라도 업무의 강도와 깊이가 다르다.
커리어 관리를 위해 3년 단위로 부서를 이동해야 한다고 말한 커리어 코치. 직장생활을 얼마나 해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만히 놔두면 몇 년 안되어 팀장도 될 수 있는 우수한 직원 한 명을 자신의 밥벌이(상담료)를 위해 망가뜨린 것 같아 안타깝다.
요즘 직장인 중에 자신의 직장에 만족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조그마한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은 회사가 작고, 월급이 적다고 불평하고, 큰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받는 돈에 비해 일이 많고, 자신의 선배들을 보니 비전이 없다고 한탄하니 말이다.
대학 졸업할 때는 직장만 들어가면 모든 꿈이 다 이루어진 듯 좋아하던 사람들이 직장 생활 3년 만에 직장기피주의자가 되는 세상. 희망에 찬 젊은이들을 이렇게 만드는 기업과 사회분위기도 문제이지만, 자신의 기대와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젊은이들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장미와 찔레] 이 책을 보면, 요즘 직장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직장을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젊은 직장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이야기 체로 썼기에,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모습을 곁에서 보고 베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요 테마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장미와 찔레’다.
꽃을 피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핀 꽂은 그 화려함으로 세상의 모든 눈을 자극하는 장미. 반면에 오랜 기간동안 꽃을 피우지만 향기와 아름다움이 부족하여 남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찔레.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 두 가지 꽃 중에서 어떤 모습의 꽃을 원하는 지 묻는다.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내용을 보면서 장미꽃을 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장미가 멋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저자도 장미꽃을 선택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하지만 장미꽃을 원한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실제 행동은 어떨까? .
이 책을 읽다 보면 요즘 직장인들이 가진 직장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다. 즉 자신이 원하는 꽃과 실제로 행동하는 모습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장미의 인내 없이 장미꽃을 원하는 모습이다.
또 하나는 ‘Integrity’다.
책에서는 이 단어의 의미를 ‘회사와 개인간에 쌓인 신뢰’라고 설명한다. 연봉과 기업의 외적인 평가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자신의 발전을 하나로 보고 회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실 이 개념은 앞에서 말한 조사결과와는 조금 다른, 요즘 세상에서 보기 힘든 개념인지도 모르겠다. 직장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회사가 나를 인정해 주지 않고, 보호해 주지도 않는데 내가 왜 회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줘야 하나요?”
10년 전 IMF 시절, 우리는 많은 것을 바꾸라고 강요 당했다. 명분은 세계 속의 한국이 되기 위해서 였다. 세계 속의 한국, 우리의 주체성마저 잊어버리는 그 모습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때 바뀐 것 중에서 가장 크게 와 닿는 것이 바로 개방과 성과중심의 평가제도다. 능력 있는 만큼 가져가고 능력 없으면 쪽박 차라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Integrity’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 능력만 어느 정도 되면 내가 회사를 선택하면 그만인 것을. 요즘 젊은이들에게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것은 어떠냐고 물으면 이렇게 반문할 것 같다. “그럼 내가 능력이 없어도 회사가 나를 보호해 줄 건가요?”
이 책을 읽을 때 느낀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물론 저자는 독자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겠지만) 제 2의 가정으로 직원들과 함께 호흡했던 직장은 모두 어디에 있는지. 불안한 직장을 바라보며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자신 있게 창공을 날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복 돋아 주는 기업은 더 이상 우리 주위에서 찾아 볼 수 없게 된 건지.
그러나 중요한 것, 직장인들이 잊지 말아야 할 삶의 원칙은 내 인생은 내가 만드는 것이고, 내가 쉴 곳도 내가 만든다는 점이다.
내가 있는 곳이 나에게 맞지 않을 경우, 우리는 두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그곳을 떠날 것인지, 아니면 그 곳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만들 것 인지의 선택이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봤을 때, 무엇을 선택하든지 간에 ‘한 것’보다는 ‘하지 않을 것’을 후회하는 것 이 인생인 것 같다. 올바른 선택은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한 것을 올바른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