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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가 자기 발등을 찍는 30가지 실수
빌 리 지음, 박수철 옮김 / 예문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직장생활 20년. 관리 받는 직원이었던 시절도 있었고, 관리자랍시고 직원들을 평가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난 시절을 되돌아 보면, 과장 시절 때 임원 한 분이 한 말이 생각난다. “방과장. 자네 직급이 제일 좋을 때야. 과장으로 권한도 있고, 관리할 직원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을 책임지지 않는 자리. 그 자리가 바로 과장 자리거든. 이때 즐기라고.” (내가 과장 시절에는 과장이면 진짜 과의 장이었다. 지금처럼 직급만 과장인 시절이 아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그 말이 잘 와 닫지 않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더 빨리 차장, 부장으로 진급하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생각해 보면 그 임원이 해 준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적당한 권한과 적당한 책임. 얼마나 좋은 자리인가.
관리자로서 가장 힘들 때는 내가 뽑은 직원이 말을 안 들을 때다. 만약 회사에서 직원을 채용해 내 부서로 보낸 경우라면, 인사과에 전화해서 불평이라도 터뜨리겠지만, 내가 좋은 직원이라고 주장해서 뽑아 놓고 누구에게 하소연할 것인가. 아무리 리더십이 뛰어나고, 직원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사람은 다 나름대로 개성이 있는 법.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이나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은 상관이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별 효과가 없다. 좋은 직원을 원한다면 그 일에 맞는 직원을 뽑아야만 한다. 괜히 거만하게 “난 누구든지 잘 훈련시킬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가는 쪽박차기 딱 좋다.
이 책, [관리자가 자기 발등을 찍는 30가지 실수]는 관리자라면 그가 누구던,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간에 동일하게 겪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내용 하나하나가 낮 설지 않고, 제목만 봐도 그 장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내용을 읽어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사람 관계, 조직문제, 업무 관리에 특별한 묘책이 있겠는가.
좋은 사람을 뽑아 정성을 다해 알려주고, 그가 하는 일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 그러다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빨리 대안을 찾아 준비하는 것, 이것이 관리자의 임무이자 자신이 맡은 사업을 성공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는 이 책을 최소한 과장급 이상의 직원들과 이제 막 팀장이 된 신임팀장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 이하 직급의 사람들이 보면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릴 것 같고, 베테랑 관리자들이 보면 별 감흥을 받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이 책 내용이 베테랑 관리자들의 문제를 다루지 못해서는 아니다. 내용을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다양한 예를 다루고 있다. 다만. 책 내용이 너무 논리적이라 오랜 세월동안 자신의 관리방식이 몸에 밴 그들의 감성을 움직여 주지 못할 것 같다. 관리자들이 겪는 문제의 대부분은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업무 방식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예문에서 이 책에 나온 30가지의 사례를 가지고, 직장을 잘 아는 사람과 함께 스토리텔링 식의 글을 써 보면 어떨까? 그런 내용이 어쩌면 관리자들에게 더 많은 감흥을 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일단 관리자가 겪는 실수에 대해서는 이 책의 내용을 넘는 경우는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