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가 온다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 우표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사람이 있다. 이름은 존 헨리. 토목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타고난 힘과 강인한 체력을 가진 성실한 인물이다. 그가 실존인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가공할 힘과 불운한 인생 마감 때문에 유명해 진 것만은 틀림없다. 

어느 날, 한 세일즈맨이 새로 출시된 증기기관 드릴을 가지고 그가 일하는 공사장을 찾아왔다. 그는 그 기계가 어떤 사람보다도 빠르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 말을 들은 존 헨리는 그를 비웃으며 시합을 제안했다. 자신과 기계 중에서 누가 먼저 산허리를 뚫고 나갈 수 있는지 대결해 보자는 것이다. 시합은 진행됐고, 결과는 존 헨리의 승리였다. 간발의 차이로 존 헨리가 산을 먼저 뚫었다. 그를 응원하던 동료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그 역시 힘차게 한쪽 손을 올려 환호에 답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힘차게 손을 흔들던 존 헨리는 쓰러졌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인간과 기계와의 싸움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그 때부터 인간은 기계와 힘겨루기를 하지 않았다. 인간의 근력은 더 이상 기계와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기업가들은 수 많은 노동자들을 기계로 대체해 버렸다. 경영자들에게는 불평도 하지 않고, 쉴 필요도 없는, 기름과 윤활유, 가끔씩 손봐주기만 하면 되는 기계가 더 편했기 때문이다.

1996년에 또 한번의 기념비적인 시합이 있었다. 10년 동안 세계 체스 챔피언으로 군림했던 카스파로프와 컴퓨터 간의 체스 시합이다. 결과는 인간이 졌다. 그리고 다음해 1997년, 딥블루라는 슈퍼컴퓨터와의 재시합에서 또 패배를 맛봤다. 당시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인간두뇌의 마지막 저항’이라고도 하고, ‘대혼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03년의 3차 대결. 그 때 카스파로프는 슈퍼컴퓨터와의 시합에서 비겼다. 하지만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인간은 더 이상 컴퓨터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시합을 끝낸 카스파로프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인간에게 몇 년간 유예기간을 주었을 뿐이다. 바야흐로 기계들은 매 경기마다 이길 것이고, 우리는 단 한 게임이라도 이겨보고자 발버둥치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인간이 가진 왼쪽 뇌, 즉 논리적이고 분석적이고, 계산적인 뇌,는 더 이상 컴퓨터를 이길 수 없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과학’ ‘기술’ ‘논리’ ‘합리’ ‘사고’ ‘분석’ 등의 고상한 표현과 함께 수백 년 동안 인간을 지배해 온 왼쪽 뇌의 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동양을 종이호랑이라고 비웃으며 최신무기와 자본을 앞세워 이 세계를 점령한 서양의 힘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 도끼에 제 발등을 찍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그들의 강점인 과학문명과 선진 자본주의, 즉 왼쪽 뇌의 논리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과거 계산 빠른 컴퓨터가 단순지식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았듯이, 이제는 전문성을 자랑하던 미국 회계사(월 5,000달러)의 일 조차도 일정부분이 대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어떤 기업은 아예 회계업무 자체를 인도 회계사(월 300달러)에게 맡기고 있다. 영어가 가능한 나라, 전화상으로는 미국인지 인도인지 알 수 없는 인도의 회계사들이 미국 회계사의 10%도 안 되는 비용으로 미국인의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지금의 현실은 ‘사’자 붙은 고급지식 노동자도 컴퓨터와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의 우수한 인력들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표준화된 양식으로 인한 상담료 인하, 의사의 전문성보다 고가장비 보유수에 의한 병원의 등급 결정, 전산망 확대에 따른 일반 관리직의 퇴출 등이 그 증거다.

그렇다면 인건비가 비싸기로 세계에서 몇째 안가는 우리나라는 어떨까. 이런 상황에서 안전 지대인가. 과거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중국, 인도로 갔던 기업들이 이제는 전문직과 관리직 업무자체를 그 곳으로 옮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뭣 모르고 직장을 그만 두게 된 사람들은 자신이 왜 쓸모가 없어졌는지도 모른 채 그저 세상만 원망할 뿐이다. 아직도 더 일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이제는 과거처럼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것만으로는 어렵다. 이러한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도처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자동화, 단순화, 표준화, 양식화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세상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예전과는 다른 추가적인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왼쪽 뇌 중심의 능력에 오른쪽 뇌가 주도하는 기능인 ‘하이 컨셉트’와 ‘하이 터치’감각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하이 컨셉트'와 '하이 터치'를 이렇게 설명한다.

 “하이 컨셉트(High Concept)에는 예술적, 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능력, 트렌드와 기회를 감지하는 능력,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 언뜻 관계가 없어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뛰어난 발명품으로 만들어내는 능력등과 관계가 있으며, 하이 터치(High Touch)는 마음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 어떤 사람의 개성에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 주는 요소를 도출해내는 능력, 평범한 일상에서 목표와 의미를 이끌어내는 능력과 관계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위해 6가지 재능을 키우라고 강조한다.

1.       (이제 상품과 서비스의 단순한) 기능만으로는 안 된다. 디자인으로 승부하라.

2.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안 된다. (재미와 설득이 가능한) 스토리를 겸비해야 한다.

3.       집중만으로는 안 된다. (작은 부분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4.       논리만으로는 안 된다. (다른 사람과의 유대감과 배려가 가능한) 공감이 필요하다.

5.       진지한 것만으로는 안 된다. (마음의 여유를 줄 수 있는) 놀이도 필요하다.

6.       물질의 축적만으로는 부족하다. (물질적인 풍요를 느끼는 사회에서 이제는 삶과 일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나는 저자가 제시한 6개의 재능 중에서 몇 개나 갖고 있을까. 이것들은 그 동안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것들, 정확하게 표현하면 필요한 것을 알고는 있지만 없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들이다. '감성', '공감', '여유', '즐거움', '이야기' 등은 배가 부르게 되면 그 때  생각하자고 뒤로 밀어놓았다.

하지만 이제는 노래하고, 시를 쓰고, 색깔을 만들어 내고, 사람의 감성을 움직이는 재능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좋게 표현하면, 삭박한 기계와 논리, 숫자를 뛰어 넘어 인간 본연의 감성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마치 암흑의 중세시대를 뛰어 넘는 인간 회복의 르네상스 시대가 온 것 같다.

감동을 원하는 세상, 아름다움을 찾는 세상, 공감과 조화를 원하는 세상. 멋지지 않은가? 그 동안 경제논리에서 뒤로 밀려난 인문과학의 등장을 예고하는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보며 한편으로는 서글퍼지기도 한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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