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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즐거움
김경집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내 나이는 49이다. 몇 년 전, 내가 40대 중반일 때 가장 부러웠던 사람이 있었다. 그것은 30대 중반의 과장들이었다. 아직 나이 걱정하지 않고 열심히 일만하면 되는 나이, 회사에서 조금이라도 더 일을 시키려 신경 써서 대우해 주던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는 왜 그렇게 그들이 부러웠는지 가끔 술 한 잔 같이하다 일이 힘들다 거나 직장생활이 어렵다고 투정 부리면 나도 모르게 싫은 소리를 한마디 해 주곤 했다.
하지만 언젠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서 모리교수가 하는 말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는 나이 어린 사람들이 부럽지 않냐는 저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이미 다 지나온 세상이고, 그들이 살아갈 세상도 살아 왔는데 무엇이 부럽냐는 말이었다. 그 말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실제 그런 것 같았다.
그들은 아직도 내 나이가 될 때까지 직장생활을 열심히 해야 할 나이고, 내가 거쳐온 어려운 일들을 이제 겪기 시작해야 하는 나이다. 아직도 지시하기 보다는 지시 받아야 할 사람이 많고, 돈 벌기보다는 돈 쓸 때가 더 많은 나이다.
나는 그 때부터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누구나 나이를 먹을 수 밖에 없는 삶. 그리고 내 부모가 걸어간 길을 내가 걸어가고 있듯이 그들도 내 뒤를 따라올 텐데 내가 그들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들의 체력은 부러웠다. 밤을 새고도 지치지 않는 체력, 무엇이든 한번 보면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력, 노안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그들이 부러웠다. 이유는 내 나이 40 중반이었지만, 옛날과는 달리 앞으로도 30년을 더 살아야 할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들과 거의 같은 일을 하면서 말이다.
이제는 세월이 변해 예전같이 않다. 50 가까운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가 50대 인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몸이 조금 약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외에는 예전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일도 젊은 사람들과 마찬가지이고, 생각도 거의 비슷하고, 걱정하는 것도 비슷하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언젠가는 나이 먹는다는 것의 의미 자체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 [나이 듦의 즐거움]은 왜 그런지 내 마음에 별로 와 닿지 않는다. 마치 신파조를 읽는 것 같다. 나이 들면 과거를 회상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고, 욕심과 근심 걱정을 버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묻은 때를 벗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힘찬 삶을 살기 위한 것이지, 이 책의 내용처럼 내 아버지의 모습을 닮고자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 사람 중의 저자와 같이 감상적인 사람이 몇 명이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