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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일약국 갑시다 - 무일푼 약사출신 CEO의 독창적 경영 노하우, 나는 4.5평 가게에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웠다!
김성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58년 생. 서울대 약사 졸업. 개국약사. 이것이 그의 경력이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으로 내가 대학원을 다닐 때 그는 마산 구석진 동네에서 4.5평 약국을 개국했고, 내가 직장생활을 할 때 그는 마산 역 부근에 있는 100평 규모의 대형약국을 경영했다. 그리고 나이 50이 되어가는 지금, 그는 중견회사의 독립 사업부 CEO로 있고,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학교에서 강의하며 글을 쓰고 있다.
언뜻 보면 비슷한 시기에 살았기에 세상의 어려움도 같이 겪었을 것 같고,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할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들은 ‘386세대’라고 부르며, 동일성향을 지닌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 보면 저자와 나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온 것 같고, 나와는 전혀 다른 외계인 같은 생각이 든다.
왜 그런 차이가 생겼을까? 대학교와 전공이 달라서? 태어난 곳과 자란 동네가 달라서? 저자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자랐고, 나는 그래도 먹고 살만했기 때문에? 그는 아버지가 곁에 있었고, 나는 그렇지 못해서?
나는 이런 차이가 그는 약국을 경영하는 사업가로 살아 왔고, 나는 직장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직장인은 매달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자영업자는 매월 돌아오는 급여 일이 무섭다.보통 직장인은 급여의 액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하여 애쓸 필요가 없다… 직장인들은 달력의 빨간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쉬는 날이 많을수록 손해다. 정해진 시간에 나갈 돈은 많다… 직원들이 쉬는 휴일에도, 하물며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시간에도 돈이 나가는 것이다. 그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만든다.”
물론 직장인들은 자기 회사가 아니라서 일을 일부러 만들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무리 회사생활이 어렵다고 해도 직장인이 자영업자들보다 뱃속 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남의 지시를 받는 직장생활이지만, 가능하면 오랫동안 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저자와 내가 다른 이유는 이런 직업환경보다는 본질적으로 사람과 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저자의 가치, 즉 ‘세상과 사람에 대한 가치’ ‘발전하고자 하는 의욕’ ‘문제에는 반드시 해답이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다.
첫째, 세상 일은 모두 사람이 만든다고 확신한다
고객 한명한명이 바로 자신을 세상에 서게 해 주는 고마운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의 미소를 삶의 기쁨을 느낄 줄 안다. 그렇기에 저자는 ‘Give & Take’에서 ‘Give’가 먼저 써 있는 이유를 강하게 이야기한다. 먼저 주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의 최소 1.5배를 주라고 한다. 고객은 생각하지 못한, 기대치보다 더 한 확연한 다른 서비스가 이루어질 때에야 비로소 감동하기 때문이다. 그는 4.5평의 작은 약국에서 성공을 이끌어 낸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당시 나는 ‘어떻게 하면 우리 집을 찾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 줄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했다. 수익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지만, ‘기쁨’이 되는 일이라 생각되면,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둘째, 오늘과 다른 내일이 되어야 한다.
그가 살아온 삶을 보면, 항상 무엇인가 변화시키고자 노력했다. 저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변화하지 않고 안주하는 모습이다. 당장 효과가 없을 지라도 오늘과 다른 내일이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그 결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인생 철학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어떤 사업이든 일단 시작하고 나면 3개월 정도 지난 후, 항상 처음의 상태와 비교해 보곤 한다. ‘얼마나 발전했나’, ‘어떻게 변화했나’,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를 자문해 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고, 부족한 부분은 보강한다.”
셋째, 모든 문제는 해답을 갖고 태어난다.
저자가 살아온 삶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고, 그 속에서 저자 나름대로 고민과 갈등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장점은 어떤 문제든지 간에 거기에는 해답이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나, 몇 번 시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실제로 그가 문제를 대하는 방법은 무척 특이했다.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몸을 움직이면서 직접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아마 저자의 이런 자세는 그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그 동안의 성공경험을 통해 얻은 ‘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남들이 1~2번 하다 말고 포기하는 일을 6~7번 시도하고, 남들이 한 달하고 포기한 것을 6~8개월 시도하니, 그만큼 성공확률이 높은 것이다.”
넷째,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저자의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 중 하나는 바로 ‘약속’과 ‘신뢰’다. 그는 이것을 거의 생명처럼 생각하며 살아왔다. 소득세는 물론이고, 기업 광고를 할 때조차도 그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광고지면에 실었다. 남들처럼 가능하면 더 좋게, 더 크게 알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의 생각은 이렇게 과장해서 광고하면 실제 그 상태가 되었을 때 또 과장해야 하는 악순환고리를 밟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나는 저자가 [육일약국 갑시다]에서 말한 대로 살아왔는지, 지금도 그렇게 사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어떤 독자의 말대로 성공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평소의 모습보다 과장된 모습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책에 나온 저자의 생활방식과 태도, 그리고 인간과 삶에 대한 가치에 따라 살아가면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하여 목차만 봐도 ‘아! 그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없는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특히 창업을 준비하거나, 소규모 매장이나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들에게는 사업 성공의 지름길을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특히 무엇을 하든지 큰 꿈을 가지고 그것을 ‘경영’하라는 저자의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4.5평의 작은 약국을 ‘경영’함으로써 더 높은 이상을 향해 달려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손바닥만한 구멍가게 하는데 뭐..’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사람 하나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시작한 가게라고 해서 훗날 몇 천 개의 체인점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업다. 나 역시 구멍가게보다 작은 약국이지만, ‘약국’을 하면 약국 주인으로 끝날 것이고, ‘경영’하면 미래의 CEO가 될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지금, 그 믿음은 현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