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2
조신영.박현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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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붐이 한창일 때 내가 가장 많이 본 책은 말하는 방법에 대한 책, 구체적으로는 협상, 설득, 대화에 대한 책이었다. 어떤 책을 보든지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다. 먼저 상황을 분명히 인식하고, 협상상대를 파악하라.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분석한 다음, 그것과 맞바꿀 무엇인가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라. 이것이다. 이는 구지 대화법이나 협상과 관련된 내용을 떠나 경영과 마케팅에서는 거의 기본적인 공식이다.

당시 내가 이런 책을 열심히 보게 된 것은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던 개인적인 딜레마 때문이었다. 귀가 좀 안 좋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와 대화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면 그 날은 무척 힘들었다. 상대가 말하는 내용 그 자체와 함께 그가 표현하지 않는 말 속에 숨어 있는 의미까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항상 나는 중요한 회의가 끝나면, 함께 참석했던 직원에게 반드시 되물었다. 오늘 대화의 초점이 무엇이며, 상대가 나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는지 재차 확인했다. 협상에서 무엇인가 더 많은 것을 얻은 날은 승리한 날이고, 더하기 빼기에서 조금이라도 손해 본 날은 내가 준비를 덜했거나, 나보다 더 똑똑한 상대를 만난 날이었다. 그리고 회의가 내 뜻대로 풀리지 않은 날은 나의 대화법이나 협상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를 괴롭혔다.
바보 같은 놈. 그 정도도 예상을 못해 상대방의 뜻대로 끌려갔냐! 멍청한…”

그러다 보니 내가 참석하는 회의는 상대를 이해하고, 그가 원하는 것을 주기 위한 회의가 아니라, 내 것을 주장하여 그것을 얻는 회의가 되었다. 내 자신에게 야단맞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고 받는 말 가운데에 항상 긴장감이 감돌았고, 얼굴은 웃지만 머리 속의 계산기는 슈퍼컴퓨터 이상의 속도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런 회의를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인가? 모든 계약은 만기일이 있고, 처음 계약 시 손해 본 상대는 다음 계약에서 그 만큼을 더 가져가려 한다. 결국은 서로 본전이다. 어차피 서로 똑같아 질 것을 무엇 때문에 그리 힘들게 싸웠는지. 요즘에야 비로소 인간의 모든 관계는 믿음과 신뢰 속에서 상생하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올바른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 [경청]의 주인공인 이청은 악기제조사의 홍보 팀 과장이다. 머리는 좋은 것 같지만, 자신의 주장이 강해 남의 말을 거의 듣지는 않는다. 그가 상대방의 말을 듣고 알았어라고 대답하는 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라는 의미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 바로 이토벤, 즉 베토벤처럼 귀가 멀어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런 그가 귀에 종양이 생겼다. 소리를 못 듣는 것은 물론이고, 생명조차 위태롭게 되었다. 그 때 비로소 그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듣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그는 완치를 보장 받을 수 없는 치료보다 발달장애 증상을 보이는 아들의 바이올린 제작을 선택했다. 자신의 혼이 담긴 바이올린을 통해 아내와 아들에게 용서를 빌고, 자신의 사랑을 전달하고자 하는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나는 이 책에 나온 주인공의 모습 속에서 내 자신을 보는 듯했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그 생각을 이해하기 보다 내 생각과 같은지를 따지는데 바빴던 지난 날들, 내가 필요한 말만 듣고는 회의실을 나가버리는 내 모습, 자신의 말을 남의 말 듣듯이 건성으로 받아 온 내 모습 속에서 결국 울음을 터트린 아내의 모습,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서 등 돌리고 혼자 놀고 있는 아들의 쓸쓸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결국엔 울고 말았다. 안 들리는 귀를 가지고 사람의 소리를 듣고자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리고 그 속에서 듣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소리가 아닌 상대방의 마음이라는 주인공의 깨달음에 감격하여.

산에서 만난 한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든 나무든 그들에게 다가가서 무어라 말하는지 진심으로 들어보게. 육체의 귀는 힘을 잃더라도, 영혼의 귀는 날마다 열리게 될 것이네. 영혼의 귀가 열리는 축복은 바로 자네의 마음에 달려 있다네.

나는 이제서야 비로소 분명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 나와 논쟁을 벌리던 수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두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가진 강박관념, 즉 그들과 싸워 이겨야만 한다는 생각도 바로 두려움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것은 청력의 문제는 아니었다.

레이 도드는 [행복공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목표의식을 가진 행동이나 습관적인 행동, 또 대담한 행동이나 사소한 행동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십시오. ……우리의 행동에는 분명 무언가 원인이 있게 마련입니다. 생각과 믿음, 개인적 약속으로 이루어진 내면의 엔진이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이런 엔진의 연료는 사랑이 아니면 두려움입니다.”

사람들의 공격적인 행동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을 예전에 알았다면, 나는 그들의 말소리보다 그들이 가진 두려움을 없애주려 노력했을 것 같다. 그리고 협상법과 달변의 능력보다 내 마음을 비우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먼저 배우고자 했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경청의 세 가지 원칙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나를 위한 경청, 너와 나를 위한 공감, 모두를 위한 상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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