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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미라 커센바움 지음, 김진세 옮김 / 고려원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선택하고, 포기하며 산다. 하찮은 물건 하나를 선택할 때에도, 고장 난 가전제품 하나를 버릴 때조차도 우리는 항상 고민한다. 한 과학자의 말로는 인간은 한꺼번에 많은 것을 생각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우리는 평소 많은 것을 생각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과거 경험의 몇 가지, 눈 앞에 보이는 몇 개의 상품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슈퍼컴퓨터조차도 수 백년의 시간이 걸리는 선택, 즉 30개의 변수를 한꺼번에 생각하며, 그것의 우열을 가리는 선택을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에 도전한다. 우리가 평소 얼마나 뇌를 혹사 시키고 있는지 짐작이 된다.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가장 하찮게 생각하는 것은 또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사람간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삶의 하루하루는 만들고 사용하는 과정이지만, 그것은 항상 누군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자부심, 자멸감, 희망과 실망 같은 것의 가장 근본적인 평가 자체도 바로 내가 아닌 내 주의사람의 평가 때문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람간의 관계 중 남녀간의 사랑, 특히 부부관계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쓴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고민해 온 만남, 헤어짐을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책에서 제시하고자 한 의문을 이렇게 말한다.
“불확실한 관계들 가운데 괜찮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은 어느 것이고, 실질적으로 정성화 되기 어려운 관계는 어떤 것인가?”
“관계를 포기하고 떠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관계를 위해 다시 애쓰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나이와 상관 없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본 일이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본 적이 있는 일이다.
저자는 2개의 단어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나는 양가 감정이다.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게 만드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우리가 머무는 것이 좋다고 만드는 상황들과 합쳐지면서 나타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한다. 떠나는 것이 진실로 옳은 결정인지 확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천칭 접근법이다.
천칭은 정의의 여신이 양 손에 매달려 있는 접시를 말한다. 흔히 법원의 상징처럼 사용하는 이것을 통해 우리는 어떤 상황, 어떤 정보, 어떤 관계를 항상 저울로 재보며 따져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한 기준점을 가진 것만이 사용이 가능하다. 인간의 마음처럼 오늘과 내일이 다르고, 동일한 양이라도 느낌이 항상 다른 것은 측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양가감정을 가진 사람은 항상 이 저울 위에 헤어짐과 만남의 이유를 올려 놓고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울이는 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매일 달라지는 천칭을 보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태는 진정한 결정을 돕지 못한다고 한다. 인간의 관계처럼 항시 변하는 상황에서 현재도 아닌, 미래의 것을 저울로 달아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 빠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36개의 질문을 던진다. 각각의 질문은 아주 원초적인 것에서부터 미묘한 심리 상태까지 인간관계의 다양한 면을 다루고 있다. 독자는 이 질문들에 하나씩 대답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지금의 관계가 지속할만한 관계인지, 아니면 마음 독하게 먹고 새로운 삶을 찾아가야 할 관계인지 나름대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머물기엔 너무 힘겨운 관계일 경우에는 미련 없이 떠나라고 한다. 만약 슬프다고 해도 그것은 상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일 뿐이지, 머물러야 할지 떠나야 할지를 선택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정보라는 것이다.
또 만약 떠나기엔 너무 괜찮은 관계라면, 과거의 복잡한 생각은 잊어버리고 관계개선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라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란 측면은 복잡할 게 없다. 파트너를 상냥하게 대하는 것이다. 파트너가 해 주었으면 하는 일을 당신이 해 주는 것이다. 스스로는 생각할 수 없지만 파트너가 원하는 일이 있다면, 찾아내서 그것 역시 해 준다. 그러면 된다.”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만큼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없다.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함께 있는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랜 시간동안 고민해 왔던 것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 좋은 사람을 만나 그와 함께 오랜 시간을 같이 하고자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나와 있는 질문들을 한번 깊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질문들은 결국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맺고 끊은 중요한 면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