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지혜, 듣기
서정록 지음 / 샘터사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듣기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우리는 평소 우리가 무엇을 듣는지 크게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저 가만히 있으면 귀 속에 있는 청각신경을 울려 무슨 소리가 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왜 들리는지, 들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이 책 듣기라는 제목을 봤을 때, 나는 일반적으로 듣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책인 줄 알았다. 사람들은 남의 말을 듣기 보다 말하는 것을 더 많이 한다. 듣는 것은 힘들지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들어야 인간관계도 이루어지고,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들어라. 이것이 내가 책 제목을 봤을 때 떠올렸던 생각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책의 페이지 수를 보며 도대체 듣기에 대한 내용이 뭐 그리 많길래 이정도의 분량을 필요로 하나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전문용어로 가득 찬, 인체의 청각부분을 해부한 의학서적이 아니라, 일상적인 듣기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정말 대단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듣기라는 단순한 기능 하나 속에 이토록 많은 의미와 기능이 담겨 있는 줄은 예전에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다. 특히 태아의 듣기가 한 인간의 신체 기능과 정서적인 문제, 나아가 심리상태까지 결정한다는 연구자료는 놀랍기만 하다.

이 책 내용 중 재미있게 본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디언들의 태교 모습이다.

그들은 자연과 하나라는 것을 배 속의 아기에게 가르쳐준다. 엄마의 이야기, 걷는 자세, 바람 소리 등을 통해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태아에게 자신과 자연간의 관계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자연과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살아갈 세상의 하나가 된다.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엄마의 노래 소리, 말소리를 들으며 자라나기 때문이다. 영어 권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가 영어를 쉽게 배우는 것은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자랐다는 것보다 엄마가 태아에게 영어로 말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둘째, 토마티연구소 이야기와 모짜르트 음악에 대한 이야기다.

신체 기능상,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소리를 통해 치료하는 토마티연구소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진진하다. 그것은 바로 엄마의 배속에서 듣고 자라나야 할 소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아이들의 비정상적인 삶을 고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치료를 위해 엄마의 소리 중 8,000Hz 이하의 소리를 소거한 소리를 만들어 이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들을 수 있는 소리이기에 그들은 과거로 회귀하며 태아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문제에 대한 대증요법이 아닌, 원인제거치료와 같다. 게다가 엄마 소리가 없을 때는 모차르트의 음악, 그 중에서도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일정 음을 소거한 다음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엄마의 소리와 거의 유사한 효과를 보인다는 말은 무척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아마 앞으로 모짜르트 음악 애호가가 될 것 같다.

셋째, 오른쪽 귀와 왼쪽귀의 기능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사람은 두개의 귀가 있지만 두 쪽을 동일하게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항상 하나가 주된 기능을 하고, 하나는 보조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때 오른쪽 귀가 아닌, 왼쪽 귀로 듣는 것이 습관이 된, 왼쪽 편향귀의 사람은 오른쪽귀로 듣는 사람보다 논리력, 판단력, 말하는 방식 등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이유는 왼쪽 귀는 논리적이기보다 감상적인 부분을 파악하는 오른쪽 뇌와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오른쪽 귀의 신경조직이 뇌신경에 보다 더 가깝다는 내용과 그림은 무척 충격적이었다.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듣기 극히 자연스럽게 생각한 이 기능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고, 노래하고 움직이는 거의 모든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책의 내용은 무척 놀라운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를 찾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저자의 노력에도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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