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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 터키편, End of Pacific Series
오소희 지음 / 에이지21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가슴이 답답하고 일에 집중이 안될 때면 나도 모르게 예전에 갔다 왔던 제주도 여행이 생각난다. 난생 처음 혼자 갔던 여행, 그것도 평소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했던 여행과는 달리 4박 5일 동안 무작정 걷기만 했던 도보 여행이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걷었어도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던 여행이었다. 그 때의 감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바람 가듯이 거쳐간 여행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만큼 바람과 여행이라는 단어간에는 좋은 상관관계가 있는듯하다.
이 책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는 제목부터가 눈에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어떤 인위적인 도움이나 계획 없이 어떤 곳을 살펴나가는 여행이야기라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내가 처음 받았던 느낌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책 제목으로는 생각해 보지 못한 세 살 먹은 아이와의 여행기이기는 했지만.
여행지역은 동양과 서양의 모이는 곳인 터키였다. 많은 민족이 거쳐가며 수 많은 문화들을 남기고 간 지역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여행이라기보다는 탐사가 더 어울릴지도 모를 여행기다. 어떤 인위적인 편안함을 극히 제한하고, 제목처럼 바람 따라 그 나라의 실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저곳으로 흘려간 바람과 같은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른도 힘든 여행을 어린아이가 쉽게 따라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 말대로 마음이 안 통하는 어른보다는 서로 죽이 맞고 서로를 필요로 하는 동반자이기에 그런 아이의 행동 자체가 저자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또 스쳐 지나가며 기념품이나 사고, 사진만 찍어대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힘들다 칭얼거리던 아이도 점차 여행 그 자체에 동화되어 땅에서 개미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여유를 갖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주는 묘미 중의 하나는 엄마는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할지 조바심을 내게 되고, 입장이 난처한 행동을 하면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고민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마치 육아기와 같은 내용이었고, 일반 여행기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아마 일반 여행책처럼 유명한 관광지를 소개하고, 그곳에 대한 역사나 재미있는 이야기에 대한 내용만 가득했다면 지금 내가 받은 엄마와 아이와의 감정 교류와 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여행이라는 스승을 통해, 삶에 대해 더 낮아질 것을 배운다. 엎드려 고개를 숙이면 더 많은 것이 보이는 것이다. 지독하게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때는 언제나 더 이상 내가 나를 낮추고 있지 않을 때였고, 스스로 그 직립이 피로할 때였고, 피로함으로 인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여행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갖고 여행을 했기에 고궁이나 유적지가 아닌 터키의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모습과 작가의 솔직한 생각이 그대로 표현된 것 같다.
일단 흥미로웠다. 어린 아이와 외국을, 그것도 별로 편치 않은 여행을 한 그 기록 자체가 무척 색다른 경험을 준 것 같다. 만약 내가 직접 터키여행을 하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바로 이런 책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